안녕하세요?
여기는 섭씨 40 도의 뜨거운 열기가 대지를 달구고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고온으로 경보가 발령된 상태인데 보통은 직사광선만 피하면 그럭저럭 견딜만 했는데 워낙 고온의 날씨가 지속되니 양지나 음지나 별 차이가 없네요. 계신 곳에서도 이 여름을 건강하고 평안히 지내시길 소망합니다.
지난 5 월말에 뉴욕과 타슈켄트에서 선생님들이 오셔서 안경사역을 감사하게 마쳤습니다. 미국에서의 항공 일정이 새벽 시간대이고 도착 직후 곧바로 8 시간 이동하여 해발 3000 미터의 험준한 지형을 넘어가는 길이라 쉽지 않은 여정이었는데 큰 어려움 없이 마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저희를 기쁘게 맞아준 악탈라 지역의 현지 사역자 캄치 아저씨와 그 가족들 그리고 지역 형제들의 나흘간의 환대와 섬김에도 감사했습니다. 특히 캄치 아저씨의 큰딸 메림은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고 사역기간 내내 강보에 싸인 아이를 안고 통역을 하는 열정을 보여주어 예비하신 손길과 두 손 모아 함께 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박해를 견디며 지내온 캄치 가족의 이야기는 애통하면서도 소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밤 늦게까지 저희 숙소에서 서로의 꿈들을 나누는 가운데 3 년전 첫 방문에서 저희에게 감사의 노래를 선물했던 아이크뮈시 자매가 곧 대학에 진학할 예정인데 의대에 진학해 안과 전공의가 되어 저희 같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말에 깊은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저희 방문을 통해 그동안 지역 회사를 섬기는 핵심 가정들의 서로 소원했던 관계가 다시 회복되는 계기가 되어 감사했습니다. 천산산맥으로 둘러싸여 외부의 방문이 드문 이곳에 배척과 박해의 대상이던 지역 회사에 안경을 통해 삼백여명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쁜 소식을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안경사역을 통해 저희가 앞으로 사역할 방향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서로 나누고 함께 의견을 모아 결정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사역기간 내내 선생님들이 저와 이센샘이 시력 검사하는 것을 점검하시면서 비전문가로서 시력검사와 안경처방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주로 만나는 대상들의 필요와 현지인들의 학습능력과 사역의 안정성을 고려해서 우선 안경 제작 기술과 독서용 안경 처방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루슬란이 그동안 배운 내용을 토대로 이번에 선생님들이 제시한 독서용 안경처방 실습을 성공적으로 시연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안경사역을 마치고 며칠 후 아나라는 무사히 여섯번째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산후 조리 중에 위험한 순간이 있었지만 그 역시 은혜로 잘 지나고 며칠 전 건강한 아이와 함께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임에도 아디스가 두툼한 손으로 아이를 돌보고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은 참 대견하기도 합니다. ^^ 아디스는 그동안 토크막의 침례회사에서 키르기즈 모임을 인도하고 있는데 최근 러시아인 모임과의 관계를 서로 독립적인 관계로 나아가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담임사역자인 이반과 함께 결정하는 관계였지만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상태라 사실상 의존적인 입장이었는데 조금 더 나아가기로 한 모양입니다. 8 월초에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결정을 하기로 했다는데 인도하심을 구합니다.
그리고 루슬란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큰 금액을 친구에게 빌려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그 친구가 투자에 실패하여 얼마 전에 두바이에 해외취업을 떠났다가 익사하여 돌아왔습니다. 며칠 전에 장례에 다녀왔는데 가족들은 친구의 그런 금전거래 내용을 몰랐던 터라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루슬란은 자기 가족들의 돈까지 빌려준터라 조만간 가족들에게도 입장을 표명해야 할 상황이네요. 힘겨운 시간들이겠지만 잘 이겨내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지난 5 월 장모님이 갑자기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지셔서 아내가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습니다. 비교적 건강을 잘 관리하고 계신다고 생각했었는데 갑작스런 소식에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카톡 문자도 이상하게 보내시고 통화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서 당장 비행기를 타야 하나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응급실에서 검사 받으시고 결과가 나쁘지 않아 무사히 지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부모님들의 연세가 이런 일들을 겪으시는 나이가 되어 간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곁에서 도움이 되지 못해서 더 안타깝습니다.
비닐하우스를 이전할 곳을 얼마전 감사하게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제안이 있었지만 그동안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해온 관계들을 계속 이어나가길 원해서 가까이 지내던 가정인 다블럇네랑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비닐 하우스 설치를 할 때도 손을 보탠 가정이기도 하고 해마다 12 월 31 일 밤에 함께 식사를 나누어 왔기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습니다. 유기농을 하는 것이나 고아원 아이들이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이라 감사하지요. 한가지 조심스러운 것은 마을 내에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간에 시기나 다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사 준비도 감사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막상 수리하다보니 해야할 것들이 많이 발견되어 이사준비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전기배선과 난방은 시공업자가 보고 도저히 그냥 사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새로 설치를 했습니다. 실내에 부엌도 새로 만들고 욕실과 화장실도 만들고 여기저기 손을 대면서 주저앉은 기둥도 보강하고 기울어진 벽도 바로잡고 하다 보니 시간이 계속 길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 여름 사역시즌이라 루슬란과 아디스도 바쁜 일정들이 있다 보니 예정된 일정에 한참 벗어났습니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는 저를 보다못해 주마벡 아저씨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라고 하더군요. ^^ 그래도 함께 시멘트를 비비고 망치를 들어주는 형제들이 있어 감사하지요. 이제 페인트도 칠했고 마무리만 남았으니 8 월초에는 이사를 가겠지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한국에서 친한 친구가 잠시 다녀갔었습니다. 휴가를 얻어 머리도 식힐 겸 천산산맥과 이스쿨 호수를 따라 트래킹을 하러 왔다가 그만 저에게 붙들려 막노동 체험을 하고 갔지요. 학교 선생님이라 그런 일이 익숙치 않은데 친구를 잘못 만나 삽으로 골재랑 시멘트 섞고 양동이에 퍼담아 부어서 미장손으로 15 평 면적의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진한 체험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덕분에 저도 일주일 밤늦게까지 수다를 떠는 호사를 누렸구요. 멀리까지 와준 친구에게 감사하지요.
그리고 지난주에는 아디스네 회사 청년이 공사에 손을 보태었습니다. 젊은 친구라 하루 만에 2 미터 깊이 정화조를 묻을 땅을 파내기도 하고 함께 페인팅도 하고 큰 도움을 주고 갔는데 함께 일하면서 서로 간증도 나누고 함께 찬양도 하고 특별한 시간을 누렸습니다. 탈라스 지역이 고향인데 자기 마을에서 박해를 견디며 가축을 기르면서 가정모임을 이어갈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 꿈을 위해 가축을 살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도시에 나와서 일하고 있고 결혼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 대한 마음이 힘들어지려다가도 이런 친구들을 만나면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지요. ^^
사람들을 세워가시는 아버지의 손길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드리려고 칼을 치켜든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예비하심을 발견할 수 있는 이 길의 신비로움이 그저 놀랍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아브라함도 아들을 내어주신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간 걸까요.. 그 마음을 품고 이 땅에서 살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은혜 가운데 모두 항상 평안하시길……
단기 기도제목
1. 내부공사가 막바지 단계인데 함께 일하는 루슬란, 아디스 모두 건강하게 잘 마칠 수 있도록.
2. 7 월 중순 고아원 아이들 피서를 계획 중인데 건강하게 마칠 수 있도록.
3. 9 월부터 새로 정비된 안경사역 지침에 따라 안경 제작과 독서용 안경처방 교육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4. 농장 이전으로 인해 이웃들간에 불필요한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중장기 기도제목
1. 안경사역의 방향을 올바로 세워가도록.
2. 함께 농사일을 해나갈 사람을 잘 선정할 수 있도록.
3.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모임 가운데 인도하심을.
4. 더불어 사는 사람들 현지 지부와 한글 수업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개인과 가정 기도제목
1. 지성이의 대학생활 가운데 그 인생의 부르심을 발견할 수 있도록.
2. 한국생활에 인애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3.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언어연수 중인 매형 최겨레 ㅅㄱ사의 건강과 앞으로의 사역을 위해,
그리고 한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