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107번 버스, 그 두 번째 이야기.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요.
몇 대의 버스가 줄지어 정류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데,
그 중에 내가 기다리고 있는 버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겠죠.
여기에서, 여기에서만 꼼작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곧 도착할 거예요.
꼭 올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도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지치지 않고 잘 기다릴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요.
기다림이 불안하고 초조한 건,
기다림의 대상이 꼭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겠죠.
그 사람이 어쩌면 내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겠죠.
유학 간 그 사람을 1년은 잘 기다렸어요.
근데 2년째로 접어들면서,
그 사람의 마음이 내 곁에 있을 거라는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어요.
메신저로 얘길 해도 늘 그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는데,
요즘은 귀찮아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져요.
글자에서도 그의 냉랭한 목소리가 느껴져요.
요즘은 가끔 혼자 상상해 봐요.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내게 이별을 얘기해 오면,
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담담하고 쿨하게 헤어져 줘야할까, 울며 매달려야 할까,
그래, 그까짓 사랑이 뭐 별거냐,
내가 싫어졌다는데 무슨 미련이냐, 하며 조용히 보내줘야 할까,
아니면 지금까지 기다린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소리 소리를 지르며 악다구니를 해야 할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잠자리에 들면,
그 사람은 어김없이 꿈속으로 날 찾아와..이별을 통보합니다.
어쩌면 요즘 자주 이런 꿈을 꿔서
내가 더 불안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기 107번 버스가 정류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네요.
기다리기만 하면 반드시 오는 버스가, 오늘은 참 고맙습니다.
그 사람도..기다리기만 하면 반드시 올까요?
오기만 한다면..난 얼마든지 꿋꿋하게 기다릴 수 있어요.
근데..기다리면 그 사람이 과연 내가 서 있는 정류장으로 와 줄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슬픈 상상은 하지 말라고,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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