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홀로 되신 이후 매일 전화를 드린 지도 벌써 18년째입니다. 전화 드려서 하는 얘기는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저녁 뭐 드셨어요?", “반찬은 뭐 뭐 드셨어요?”, "약도 드셨어요?", "발끝치기 운동 하셨어요?", "오늘 TV는 OO번에서 10시에 XXX프로그램 하니 꼭 보세요.", "이번 주에는 수요일에 갈께요." 구순 넘기신 어머니시니 대화 내용은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매주 찾아뵙고 확인도 하니까요. 이와는 달리, 장인·장모께는 한 달에 한두 번 찾아뵙는 게 전부입니다. 두 분이 계시니 알아서 잘 챙겨 드시고, 잘 계시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믿음이 잘못되었다는 걸 최근에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뭘 잘못 드셨는지, 두 분이 모두 토사곽란을 만나 장염으로 발전했는데도 이틀이나 그냥 버티시다가, 문안 인사차 들른 처제가 발견하고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로 모시고 갔는데, 장인은 패혈증까지 와서 2~3일이 고비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다행히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도 간담이 서늘합니다. 그런 상황까지 갔는데도 자식들에게 전화하지 않으신 건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란 걸 잘 압니다. 부모의 자식 걱정, 위하는 마음은 끝이 없음을 새삼 느낍니다. 그래서 이제부턴 장인·장모께도 매일 문안 전화를 드리려고 합니다. 밤새 안녕이라고, 연세가 있으시니 언제 어찌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대부분, 큰일이 있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는 것 같습니다. 더 큰 일이 있기 전에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해 드려야 할 것들’, 못 해 드린 게 너무 많네요.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반성모드 길게 가져갑니다.
장인은 아직 입원 중이시지만, 저는 멀리 안산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라성 같은 연예인을 셀 수 없이 많이 배출한 서울예술대학교, 캠퍼스가 참 이뻤습니다. 비 개인 하늘도 곱게 이곳을 덮고 있었습니다. 잠시, 가슴에 덮인 구름을 잊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163299543
부모님 살아계실 때 해드려야 할 45가지(모셔온 글)=============
1. 좋아하는 것 챙겨드리기
2. 목숨 걸고 용돈 드리기
3. 그 가슴에 내가 박은 못 뽑아드리기
4. 엄마 앞에서 어리광 부리기
5. 전화 자주 걸기, 가능하면 하루 한 번씩
6. 사랑한다고 말로 표현하기
7. 마음에 들어 있는 건강식품 챙겨드리기
8. 부모님의 일대기 만들어 드리기
9. 부모님의 종교행사에 참여하기
10. 부모님 손에 내 손을 마주 대하기
11. 내가 축하받는 자리에 부모님 모시기
12. 노화 스트레스 풀어드리기
13. 체온으로 다가가기
14. 생신은 꼭 챙겨드리기
15. ‘나중’에 아니라 ‘지금’하기
16. 맛있게 먹고 “더 주세요!” 하기
17. 부모님과 블루스 추기
18. 인생 9단인 부모님께 여쭈어 보기
19. 열심히 모아서 감동 드리기
20. 미장원에 함께 가기
21. 무조건 “잘 된다” 말씀드리기
22. 못 이룬 꿈 이루어 드리기
23. 학교나 회사 구경 시켜 드리기
24. 부모님이랑 노래 불러보기
25. 부모님 건강이 최고
26. 자식 옷 한 벌 살 때, 부모님 옷 한 벌 사기
27. 아버지와 포장마차 함께 가기
28. 감사장 만들어 드리기
29. 부모님도 한 때 사랑 받던 자식이었음을 기억하기
30. 부모님의 유산 이어가기
31. 어릴 적 나에 대한 부모님의 꿈 들어보기
32. 부모님의 젊은 시절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드리기
33. 때로는 착한 거짓말하기
34. 홀로되신 부모님 친구 만들어 드리기
35. 소문난 맛 집에 모시고 가기
36. 아버지 삶의 낙을 만들어 드리기
37. 결정하기 전에 여쭈어 보기
38. 실용적인 생활 방편 마련해 드리기
39. 노부모와 대화법 익히기
40. 하루라도 건강하실 때 모시고 여행 다니기
41. 함께 공연 보러 가기
42. 건강 프로그램 만들어 드리기
43. 곁에 있어 드리기
44. 부모님 댁에 들를 때마다 구석구석 살펴 드리기
45. 부모님 몰래 윤달에 수의 마련하기, 묘자리 준비하기
-----고도원의 <부모님 살아생전에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