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에 직원 가족의 조문이 있어 광주에 간다.
아침에 서두르지 않아도 될 터인데 6시 반이 안되어 집을 나온다.
옥과IC에서 빠져나와 청계계곡을 들를까, 섬진강의 벚꽃이 얼마큼 피었는지 볼까를 잠깐 고민한다.
삼기에서 곡성으로 들러 오곡면을 빠져 나온다.
압록 못 미쳐 평소 보아 둔 느티나무 보호수를 보고 올라온다.
매화가 떨어지는데 강기온이 차다.
몸을 땡 옹그리고 차를 살피며 돌아온다.
압록에서 섬진강을 건너 한적한 길을 달린다.
차에서 내리기 싫어 게으르게 섬진강을 보고 구례구역 다리 앞에서
요양원 쪽으로 병방마을로 들어간다.
좁은 포장길에서 섬진강은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다리의 교각들이 큰길로 오르는 길을 막고 있다.
자전거길이라는데 불안하겠다.
구례읍에서 문척면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 사성암은 다음에 오르자고
문척학교 등을 지난다. 월전리 입석 안내판을 보고 들어가보는데 못찾고 빙빙 돌다 나온다.
벚꽃은 몽우리를 다 키우고 꽃 떨어트릴 태세다.
중산 토금마을을 한번 돌까하다가 조실장에게 들은 오봉정사를 보자고 더 간다.
거대한 암반 옆 산모퉁이에 조용히 잠겨 있다.
담을 따라 돌다 낙엽을 밟고 담장을 넘는다.
봉산사 사당쪽으로 내려가 다시 정사쪽으로 올까 하는데 쪽문이 열린다.
남원 사람이 구례 토지와 살며 여기에 자릴 잡고 제자들과 지내셨단다.
면암 초익현 선생의 제자라 의기가 남다르셨던 모양이다.
무성봉기 때 장수로 참여해 일군에게 잡혀 곤장을 100도나 맞았다 한다.
오봉정사는 염재 송태회 선생의 글인데 문 위에 더 크게 걸린 '의관첨시' 한자는
우암이 썼다고 머리에 보이는데 누군지 모른다.
의관첨시의 뜻도 짐작만 한다.
서까래 아래 걸린 많은 편액들은 다 읽지 못하고 주인인 경당 임현주 선생의
판액만 찍어본다.
산수유 노란 꽃 사이로 오봉정사를 더 보다가 다시 담을 넘어 나온다.
지나가는 차들이 미친 놈이라 할까 봐 얼른 담을 넘으려는데
앞쪽 벚나무 사이에 누군가 그려 놓은 그림을 보느라 지체한다.
나는 오봉정사의 무엇을 보고 가는 것일까?
한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출근길을 두시간이 더 걸려 8시 반에 직장에 들어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