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아 고향을 찾지 못하는 가장을 위해 집사람과 딸아이가 인도엘 다녀갔다.
오랜 세월 공부하느라 지치고 수고한 딸아이도 위로하고
함께 고생한 집사람도 수고했다 치사할 겸
델리의 골든 트라이앵글 여행계획을 세웠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취소를 하고 아직도 왕조가 건재하는
왕궁의 도시 자이푸르를 1박2일로 다녀오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러고는 겨우 1주일 채우고 또 떠나갔다.
2월이면 봄이 오고 3월이면 여름이라는 얘기만 듣고
식구들 1월 말일에 올 때 봄 차림으로 오라 했는데,
오십 몇 년만의 기상이변이라는 인도의 2월은 여전히 썰렁해서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서울보다도 더 춥다고 딸아이 투덜댄다.
이 넓은 집엔 턱없는 겨우 2킬로와트짜리 전기히터를 안방에 틀어놓고
그나마 식구들 체온으로 덥히며 안방에서만 북적대다가 갔다..
오랜만에 그렇게 식구들의 온기가 있었던 집은 텅 비어 차갑게 식어버리고
썰렁한 식탁에서 혼자 먹는 식사시간은 외롭고 쓸쓸하다.
그래도 해 뜨면 햇살은 따뜻해서 봄기운이 완연하고
한 낮엔 가벼운 봄 옷차림으로도 덥다고 느낄 정도로
봄은 벌써 문턱을 넘어서 방안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 봄날 오후에 골프장에 가는 길엔 유채꽃 어느새 시들하고
제법 곡알이 틈실한 밀밭은 머잖아 누렇게 익어갈 채비를 한다.
파종이 늦은 유채밭을 어렵게 찾아 봄을 담아본다.
봄기운 완연한 들녘에선 생동감이 넘친다.
12월 말에 갑작스럽게 갈색으로 변했던 들녘은 어느새 푸르름으로 채색되고
옷을 갈아입은 잔디밭에도 푸르름이 힘껏 솟아오르고 있다.
겨우내 옴츠렸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형형색색으로 봄을 노래한다.
봄맞이 기념으로 난생처음 염색을 했다.
언제부터인가 새치가 지나쳐 회색으로 변했던 뒷머리가 조금은 슬펐어도,
고르게 잘 세었다며 오히려 중후한 멋이 난다는 미장원의 권고로
그간 염색은 생각도 한 하고 있었는데,
집사람이 인도에 가면 염색 약을 사 오라고 하더라면서
인도특산 천연 염색약이 있다 길래 회사 직원에게 알아봤더니
마침 자기 집사람이 쓰고 있다는 검증된 염색약을 추천해줘서
시험 삼아 염색을 해봤다.
일명 헤나(Henna)라고 불리는 인도 특산 염색제는
로손이라는 열대관목의 잎을 말려서 만든 가루로서
머리카락의 표면 단백질과 작용해서 착색을 하는 방식으로
일반 염색제처럼 독성이 없고, 모발에 영양을 공급해주는
대단히 좋은 천연 염색제인데 염색방법이 까다롭고
염색 시간도 길며 염색 후 색깔이 오렌지색이다.
검은색이나 갈색 염색을 위해서 여러 천연 색소들을 섞어서 만든
수많은 종류의 헤나가 만들어지고 팔리고 있다는데,
색소들의 종류와 첨가량에 따라 심각한 부작용들이 있지만
염색 전 알러지 반응시험을 거치면 안전하다고 해서 그대로 해봤다.
염색제는 쑥갈색 가루인데 물에 타서 반죽을 하고는
머리에 빗을 이용해서 골고루 바르고 30여분을 기다리는데
풀 냄새가 좀 날뿐 아무런 독성도 없고 가려움도 없다.
30여분 후 머리를 헹구니 신기하게 새카만 머리가 나온다.
머리가 너무 까맣게 물들어 어색한데,
며칠 지나니 자연스럽고, 윤택이 나며 머리카락에 힘이 있다.
나 같은 단발머리를 120회 염색할 양이 10만원이니
뭐 부담도 없어서 집사람 100봉 가져가고 나 쓰라고 20여봉 남겼다.
2주일에 한번씩 하면 늘 생머리 같은 젊음을 유지할 터이다.
(머리 염색한 뒷모습)
지난주엔 회사 창립20주년 기념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 작년을 축하하며
회사 발전에 기여한 임원들 시상이 있었는데,
뜻밖에 나도 공로상을 받았다.
겨우 8개월 일해주고 무슨 기여를 했다고 큰 상을 받기가 민망 했는데
마음을 열고, 침체된 연구소에 활력을 불어주며
회사 전체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어주었다고 하며 감사를 하니,
올 한해 더 열심히 해서 세계적인 연구소를 만들어 달라는
진심어린 부탁으로 받아들였다.
한국은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고,
뒤늦게 한강이 얼었다는 혹한의 뉴스가 들려오지만,
남쪽으로 내려간 태양은 벌써 남회귀선을 돌아 열심히 달려오고
남녘으로부터 조금씩 봄 소식 들려올 때가 되었다.
잔뜩 옴츠려 있을 친구들에게 이른 봄 소식을 전하며
머나먼 인도에서 전해주는 봄의 풍경으로
설렘과 생동하는 에너지를 가득 채워주고 싶어서
조금은 이른 봄을 얘기해봤다.
(머리 염색하는 친구들은 별도로 부탁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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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늘 칭구들에게 소식을 안겨줘서 고마워 어부인과 예쁜 딸과의 아름다운 시간들 얼마나 소중하구 아쉬웠을까? 내마음이 짠하네 떵빈 공간 칭구들의 사랑으로 꽉 채워줄께 좋은 염색약을 구해서 했네 여기미용실에서 해나로 염색 하려면 2만5천원이들어 울집 남정네는 3년전부터 해나로 염색하지 염색하나로 칭구가 10년은 더 젊어보이네 유채밭의 봄총각? ㅎㅎㅎ
유채밭의 봄총각이 10년이나 젊어 보인다니 가슴이 벌렁이네......까만머리 뒷통수만 보면 뭐 30대라고 할라나? 가족들이 잠깐 왔다간 자리는 더 텅빈것같아....그나마, 여기 친구들이 있어 허전함이 좀 덜하지......고마워....
글타구 뒷통수를 콱 찍수? 세상에 아예 대놓고 뒷모습 찍힌 사진은 첨이네... ㅎㅎㅎ... 뭐 하여튼 팔팔한 청춘으로 회춘함을 축하하니다~~ 글타구 까만눈 반짝거리고 매혹적인 까무잡잡한 인도처자 한테 한눈 팔진 마셔~~ 동글동글 까무잡잡 반짝거리는 커다란 눈망울 굴리는 이쁜 계집아이 손잡고 나타나 내 딸이여~ 할까 무서우니까~~ -하긴 내가 무서울 건 읎겠구만. 그 집 어부인 일이지만서두...- 건 그렇고, 그 텅빈 방안의 쓸쓸한 공기가 참 외롭겠다... 어릴적 개학 때 마다 느끼던 내 슬픔도 그러했었는데... 친구, 힘내... 어느새 1년 여 다 되어가잖우. 1년도 후닥 갈테니... 유채꽃처럼 활짝 핀 하루되구...
아니 유채밭 바라보는 모습을 뒤에서 찍은거 가지고 뭐 그리 난리라요.......머리 염색한걸 자랑하고 싶은데 앞에서 아무리 찍어봐야 보여줄수가 읎잖여.....앞머리는 옛날에도 뭐 그리 하얗지는 않았으니까.......팔팔한 청춘으로 회춘한들 쓸데가 없어요.......어부인이 왔다 갈때마다 아주 안심을 하고 간다니까....바람피고 싶어도 필데가 없는 삭막한 지역........호수는 안와봐도 잘 아는구려......어느새 8개월이 지나고 9개월째이니 2년도 금방일거라는 생각 나도 하고 있는중......
가슴 벌렁인다는 말을 들으니 참으로 반갑네 호수말대루 회춘한거여? ㅎㅎㅎ 오늘 아침에는 유채밭의 칭구가 한없이 부럽네 이곳도 머지않아 그럴날이 오겠지?
인도 남쪽은 여름이고, 북쪽인 델리도 봄은 벌써 와서 늦봄기운이 나네....
칭구야 안녕? .....유채꽃에 어울리는 청춘으로 회춘을 한거야.....나 염색약 사고 싶어 울 신랑이 염색을 하는데 옷을 타서.....어부인 올때 샀으면 좋으련만....부탁해.
안녕,,,,,염색약은 얼마든지 사서 같데 줄텐데, 여러가지 얘기가 있어서 좀더 알아보는중이야......오랜지색나는 천연 헤나는 부작용도 없고 건강에도 좋다는데, 검은색이나 갈색을 나게 하는 헤나는 색을내는 염료에 독성이 있다는 얘기들이 있는데 사람에 따라 다른건지 아님 섞는 재료에 따라 다른지 모르겠다.....신랑이 옷을 탄다면 예민한 피부인모양인데 혹시 부작용이 잇을지도 모르니까....어째튼 다음번 귀국할대 많이 가져갈테니 기다려....호수친구10봉, 허브향기10봉 예약완료....
왠 중년 탈랜트가 나왔나 했어...멋있네
ㅎㅎㅎ 재분아 넌 아직 모르구 있었던거여? 울 40기 텔런트라면 알른가? ㅋㅋㅋ 그러니 호수가 매일 걱정하는겨? ㅎㅎㅎ
허허허,,,,중년 탈랜트라고,,,,,처음 들어보는 말이지만 기분이 좋네......이제 정리는 다 끝난거야? 수산나 말대로 친구들 초대해서 집들이도 하고 그래.....
그러쟎아도 가계를 조그마하게 하나 준비중이야 서초동에...준비되면 개업하기전 친구들 번개팅해서 소주한잔 하려고 생각중이야...
어여 번개팅 소집혀 그러면 탈랜트 배아파서 어쪄누? ㅎㅎㅎ 대신 내가 더 누리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