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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했던, 여장부 동춘당 증손 며느리 ‘호연재’
-위치 :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198-4
-지정종별 : 시 민속자료 제2호
-시대 : 조선시대
동춘당 공원을 거닐다보면 안채와 사랑채, 넓은 대청이 있는 조선시대 양반가옥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은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둘째 손자 송병하가 분가하면서 살기 시작해
현재 11대손까지 살고 있는 송용억 가옥이다.
또 17~18세기로 넘어가는 여류문학사의 공백을 메워 줄만한 여류 문인인
호연재 김씨가 살았던 곳이기도 한데 송병하의 며느리인 호연재 김씨는
여성 특유의 감수성을 담은 많은 시를 남겼다.
가옥의 입지형국은 큰 사랑채, 작은 사랑채, 안채, 가묘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큰사랑채인 소대헌이 있고 오른쪽에 작은 사랑채인 오숙재가 있으며 큰사랑채에는
넓은 대청과 온돌방을 배치했고 방 사이에는 미닫이문을 달았다.
夜吟(야음) 호연재(浩然齋) 김씨
안채 앞에 위치한 작은사랑채는 오른쪽 끝에 툇마루를
한단 높게 두어 운치를 살렸는데 사랑채가 2동이나 있어
사랑채의 기능이 확대되었을 것으로 짐작하게 한다.
이처럼 사랑채의 기능이 커진 것은 이 가옥이 지역의 문화적
중심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기도 하다.
가옥 옆으로 동춘당 선생의 증손자 며느리(송병하의 며느리)
‘호연재(浩然齋) 김씨시비’가 있는데 夜吟(야음)이란 시에는
그녀의 절제된 감정과 섬세한 감수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月沈千嶂靜(달빛 잠기어 온 산이 고요한데)
泉暎數星澄(샘에 비낀 별빛 맑은 밤)
竹葉風煙拂(안개바람 댓잎에 스치고)
梅花雨露凝(비이슬 매화에 엉긴다)
生涯三尺劍(삶이란 석자의 시린 칼인데)
心事一懸燈(마음은 한 점 등불이어라)
調帳年光暮(서러워라 한해는 또 저물거늘)
衰毛歲又增(흰머리에 나이만 더하는구나)
지금은 허난설헌과 견줄 만큼의 여류 문인으로 평가받는
그녀지만 남존여비의 서슬이 퍼렇던 조선시대 사대부가
며느리로서 감내해야 했던 삶의 무게는
‘석자의 시린 칼’처럼 지중했을 것이다.
동춘당 공원을 뛰어다니는 수많은 딸과 이 시대 며느리들을
바라보는 호연재의 마음이 어떨지 사뭇 궁금하다.
한시 한 수 추가합니다!
<醉作(취작)> 취중에 글을 짓다
浩然齋 김씨-(1681-1722)
醉後乾坤闊(취후건곤활) : 취하고 보니 천지가 넓고
開心萬事平(개심만사평) : 마음을 여니 만사가 평탄하네
悄然臥席上(초연와석상) : 초연히 자리 위에 누우니
唯樂暫忘情(유락잠망정) : 여러 생각 잠시 잊고 오로지 즐거운 마음뿐이네.
다른 해석 입니다
醉後乾坤闊(취후건곤활) 취하고나니 천지가 트이고
開心萬事平(개심만사평) 마음을 여니 만사가 태평일세
悄然臥席上(초연와석상)고요히 자리에 누웠노라니
唯樂暫忘情(유락잠망정) 즐겁기만 해 잠시 정을 잊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