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노지 시금치들이다. 대표명사가 됐을 만큼 인지도가 높아 마치 하나의 품종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역 농산물 브랜드 이름이다. 섬초는 전남 신안군 비금면에서, 포항초는 경북 포항에서, 남해초는 경남 남해에서 생산하고 있다. 재배 환경 특성 탓에 단맛이 강한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시금치 품종은 약 260가지에 달한다. 크게 동양종과 서양종으로 분류하는데, 겨울 시금치는 주로 동양종에 속한다. 짧은 길이, 붉은 뿌리, 두꺼운 잎이 특징이다. 반면 서양종은 사시사철 재배하는 시금치로 비교적 잎과 줄기가 연하다. 품종에 따라 약간의 맛 차이는 있겠지만 수확 시기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날이 가장 추운 1월 말부터는 어떤 품종도 달큼하고 맛있다.
뛰어난 친화력, 아쉬운 응용력
한국에서 시금치를 먹는 방법은 다소 한정적이다. 뜨거운 물에 한 번 데쳐 갖은 양념으로 무치거나 국 끓여 먹는 것이 대표적인 조리법. 장칼국수에 시금치를 넣어 만들어 내는 분당 <효자촌 장칼국수>, 기본 상차림으로 시금치 넣은 된장찌개를 제공하는 광주 <청춘볶음>, 곱창전골에 시금치를 넣어 내는 부산 <마산곱창> 정도가 한식에서의 반찬 외 시금치 활용 사례다. 반면 서양에서 시금치를 조리하는 방식은 훨씬 다양하다.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에도 이름이 올랐을 만큼 주재료 보조재료 할 것 없이 사용이 광범위하다. 견과류, 크림 등의 재료와 함께 갈아 페스토 또는 페이스트를 만들기도 하고 다른 음식의 속을 채우거나 소스를 만드는 용도로도 자주 사용한다. 맛과 향이 도드라지지 않아 어떤 식재료와도 잘 어우러진다는 게 시금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원가 측면의 이점도 있다.
색감과 질감을 최대한 고려하는 것도 시금치 사용의 포인트다. 다른 잎채소와 비교했을 때 색이 짙고 모양이 개성 있어 생으로 사용해도 매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샐러드에 활용해도 좋으며 한국식 양념을 가미한 겉절이에도 잘 어울린다. 날것으로 조리하는 시금치는 작고 어린잎을 사용하는 게 좋다. 섬초 같은 노지 시금치가 단맛이 높고 도톰한 잎으로 식감을 줄 수 있어 적합하다. 뿐만 아니라 같은 양이더라도 익힐 때보다 음식의 볼륨감을 살릴 수 있다. 시금치를 생식하는 경우 수산과 옥살산이 칼슘과 결합하면서 체내 결석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지만, 다량 섭취할 경우이므로 사실상 문제없다 봐도 무방하다.
마지막으로 시금치는 데치거나 볶으면 색감이 한층 진해지므로 메뉴에 따라 조리 과정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시금치를 갈아 사용하는 경우 한 번 데치거나 재빨리 볶아 사용하면 색감이 풍성해지고 영양 흡수율도 높아진다.
시금치 듬뿍 올린 피자들
다양한 이름과 형태의 시금치 피자는 캐주얼 레스토랑에서 자주 보이는 메뉴다. <테이스팅룸>의 ‘시금치 플랫브레드’는 도우 위에 생 시금치 잎을 듬뿍 올려 심플하지만 풍성하다. <데블스도어>의 ‘시금치&포치드에그 피자’는 익힌 시금치에 수란, 그리고 크림소스를 더해 만드는 것이 특징. 조리법은 달라도 모두 색감과 식감 포인트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바이미스탠드> 녹색을 더 돋보이게, 맛은 다채롭게
도쿄의 인기 샌드위치 전문점이 이태원에도 문을 열었다. 8가지 그릴 샌드위치 중 가장 인기 있는 메뉴 ‘헬라 그린(1만1000원)’은 직접 주문 생산하는 빵, 아보카도, 시금치, 그리고 치즈를 주재료로 만든다. 다양한 컬러 단면 층이 만들어지는 보통 샌드위치와 달리 녹색 빛으로 가득하다는 게 특징. 연두 빛의 아보카도와 톤다운 된 짙은 색의 시금치 잎이 조화를 이룬다. 부드러운 아보카도의 식감을 보완할 뿐 아니라 다소 높은 아보카도의 원가 밸런스를 맞춰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게 노아주 대표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