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이 얼마 전 노무현 씨를 지지하겠다고 발언한 일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저도 공공연히 제가 지지하는 후보를 입에 올리고 있고 기회가 닿는다면 남을 설득하려고 하고 있지만 저는 영향력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윤도현의 경우 상당한 파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죠.
문희준이 저 이회창 후보 지지해요, 이러면 저희 편에서는 이거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거든요. 조롱해 먹을 수 있으니까.
게다가 얘 좋아하는 애들은 선거권이 없거든요.
하지만 윤도현의 이미지는 상당히 먹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가장 골치아픈 경우는 노후보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의 이른바 "선생"들이 있다는 겁니다. 노후보의 이미지는 지지자든 반대자든 어쨌든 인정하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청렴하고 강직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거 사실 생각해보면 노후보의 행보에 시시건건 다리를 잡는 요소가 될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번에 후보 단일화 문제도 "선생"들이 상당히 말이 많더군요.
노 후보는 이래야 한다, 이게 아니면 노후보가 아니게 된다.
이러자고 후원금 낸 거 아니다.
윤도현 홈페이지가면 비슷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윤도현, 왜 정치판같은 더러운 데 발을 적실려고 하냐, 넌 그런 이미지가 아니다. 혹은 넌 요즘 왜 TV 같은데 나오고 그러냐, CF는 왜 찍냐, 너마저도 돈맛 들인거냐?
저는 이런 식으로 어르고 달래는 수작을 이가 갈리도록 싫어합니다.
내가 아는 김좌진은 이런 사람이다, 그러니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되지 않는가 날 실망시키지 말라, 이런 식으로 누군가 수작 부린다면 모든 걸 걸고 상대방을 짓뭉개버릴 겁니다.
누구도 그런 식으로 말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넌 이런 좋은 사람인데 하는 식으로 어르는 것은 실제로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아주 비열한, 가장된 예의입니다.
그리고 대개 무책임합니다.
제가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한 초창기에 알게된 친구가 있습니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국도레코드 가서 그 친구가 찾는 음반 사다주고 그런 적도 있고 하여튼 단순히 메일만 주고 받는 사이는 아닙니다.
포항공대 대학원 졸업하고 지금 삼성 반도체에 병역특례로 가있는데 성격은 공통점이 없는 것 같은데 여러가지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맞춰보니 읽은 책들도 거의 비슷하더군요.
알게 된지 한참 지나고 나서의 일입니다.
이번에 음악관련된 모임은 제 바그너 카페 하나만 제외하고 다 끊어버렸다고 합니다.
포항 있다가 서울에 가서 인터넷 상에서 이름난 사람들 만나서 모임에 참가하고 좀 놀다보니 이 사람들이 영 마음에 안들더라는 겁니다,
이 친구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급료 상당부분을 집에 보내고 있고 한달에 10만원 가량 제 3세계 기아국가 돕기에 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노무현 씨 후원금도 선거 끝날 때까지 달마다 10만원 씩 내기로 약속했습니다.
연봉이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다 털어먹고 당분간 씨디도 안살거라고 하더군요.
음악 모임에 손을 끊은 이유, 간단하고 애매하게 말해 여기서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을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랍니다. 상당히 속쓰린 이야기죠.
당장 몇십만원 씩 주고 인라인스케이트 구입한 게 미안할 지경이죠.
나름대로는 삶의 즐거움을 위해, 없는 용돈 모아가며 산 것이지만 말입니다.
요즘은 자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좀 더 큰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더 큰 의무를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게 그렇게 거창한 일은 아니겠죠.
스스로 너무 힘이 없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