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건 웃고싶다
요지음은 안양천을 자주 나간다 아니 거의 매일 다니고 있다는 말이 맞다
워낙 산을 좋아해서 혼자서도 시간이 있을때는 뒷동산과 연결된 삼성산을 오르고 주말이면 으례히 죽마고우 몇명이서 어김없이 산을 찾는다 산에 들어가면 왠지 포근한 어머니 품에 안긴것 같은 기분은 물론 더불어 산과 무언無言의 대화를 나눈다 언제나 겸손하라는 무언의 메세지를 받으며 자신을 다시한번 뒤돌아 보는 기회도 갖는다
물론 산행후 친구들과의 마주앉아 즐거운 식사와 더불어 한잔술은 활력소가 되여 또다시 다음약속이 기다려진다
산은 언제나 나에게 같은말을 이른다
듣고도 못들은척
보고도 못본척
세상사 모든탐욕
알고도 모르는척
미움을 멀리하고
안아주라 이른다
그런데 몇달전 우연히 다리기 삐끗 하면서 넘어질번했다
뿐만 아니라 어떤땐 언덕이 아닌 평지 에서도 그런현상이 이따금 되풀이 되고있다
이제는 올라가는데는 별 무리가 없는데 내리막길이거나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는 주춤거린다
내리막 길에서 또다시 그런 현상이 되풀이 된다면 영락없이 딩굴거나 위험할수가 있기 때문에 손잡이를 꼭 잡고
천천히 내려가는 볼품없는 늙은이가 되였다
그후부터 그리도 좋아하던 산山을 멀리하고 안양천으로 나간다
물론 병원에도 다녔지만 만족할만한 대답이 없다
나만이 노골老骨이 되여 대오隊伍에서 낙오된것 아닌가 싶어 자신이 한스러움을 느낀다
절뚝 절뚤 기우뚱 기우뚱 !
나 뿐만이 아니고 많은 늙은이들이 안양천을 아무런 표정 없이 앞만 보고걷는다
물론 누구와의 대화도 없고 웃음이나 즐거워 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수가 없다 숨만 쉬며 땅만보고 걸을 뿐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가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지나온 과거를 생각해본다
요지음은 사람들을 볼때 얼굴먼저 보고 외모 보든 옛날과는 달리 우선 다리부터 보는 습관이 생겼다
뛰어가는 젊은이의 이마의 땀과 건강한 다리가 그리 좋아보일수가 없다
- 여자는 건강하고 마음씨 좋으며 씨억씨억하고 애기 잘낳으면 그게 최곤거라 -
길을 걸으면서도 어머니 말씀이 이따금 생각날때가 있다
행복은 결코 성적순이 아니고 얼굴이나 번지르르 하고 잘나고 예쁜것과는 별로 부합되지 않는것 같다
외모는 별로인데도 애지중지 하며 손을 꼭 마주잡고 행복해하며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어울릴것 같지도
않은 이들이 떨어질세라 발을 마추며 행복해 하며 웃는 모습 !
쉼터에서 바싹 붙어 앉아서 서로 웃고 커피를 나누면서 체온을 올리는 이들 !
다 늙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네의 손을 잡고 옆에서 바싹 붙어서 매일같이 곁을 지키며 수년간을 시간표를 메꾸는 젊은 여인이 오늘도 내곁을 지나간다
그는 누구일가 ? 착하디 착한 며느리일가 ? 아니면 늙은 어머니를 위하여 젊음을 버리고 같이 늙어가는 딸일가 ?
벌써 그들을 본지도 여러해가 되였지만 늙은이의 모습은 그대로인것 같은데 곁을 지키는 여인의 모습은 너무나 다르다 얼굴은 검게 그을리고 외모는 몰라보게 야위어 가고 있다 왜 내가 그들을 보면 마음이 애릴가
딸인지 며느리인지는 모르지만 그만 놓아주는것이 어떨가 하는 생각을하다가 괜히 죄스러움에 움찔한다
머지않아 나의 자화상이 될지 모르는 노인에게 이유없이 삶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도 씻을수 없는 죄가 아닐가 싶어 가든길을 멈추고 점점 멀어저 가는 그들을 바라본다
어느 누구도 자유스러울수 없는 늙음 앞에서 남은 시간이라도 조금이라도 착해지고 싶어 쉼터에 앉아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도를 한다
- 오늘 이대로도 좋으니 그들을 살펴주시옵소서 -
늙음과 낡음이라는 두단어가 머리에 맴돈다
낡음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참 늙은이로서 보다 아무런 짐을 지지않고 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은 너그럽고 조금은 자신을 구속하지 않으며 비록 삶이 허탈할지라도 아무도 없는 구석이라도 찾아가 소리라도 지르면서 싫건 웃으며 뱃속에 묵은 때를 시원스레 내뱉고 싶다
오늘도 비가 오려나 무겁게 내려앉은 검은 하늘아래 안양천의 거리는 전에 비해 조금은 한산한것 같아 징검다리 사이로 흐르는물에 얼굴을 비춰보니 이리도 초라스러울수가없다
초라한 내 모습을 한참이고 한참이고 내려다 보다가 주위에 사람이 없는것을 보고는 미친놈처럼 배에 힘을주고 하하하하 힘차게 웃어본다 물속에서 실없이 웃고있는 내모습을 들여다 보며 또다시 허무한 너털웃음을 짖는다
한바탕 웃고나니 뱃속에 끼어있던 찌끄러기가 쏟아저 나왔는지 한결 가벼운 느낌이다
즐거워서 웃는것이 아니고 웃다보니 즐거워 지드라는 말에 실감을 느낀다
안양천변의 많은 장미와 이름 모를 온갖 꽃들도 나의 웃음소리 따라 소리없이 활짝 웃고 있다
저 아름다운 꽃은 이름이 무었일가 ? 복숭아빛 얼굴을 하고 애띤 소녀처럼 환하게 함빡 웃고있다
- 부 !용! 화! 芙 蓉 花 예요 -
지나든 여인이 스마트폰에 저장하면서 또랑또랑하게 묻는말에 대답을 해준다
지나는 바람결에 어깨를 흔드는 부용화芙蓉花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카메라를 터트린다
부용화는 아욱 또는 무궁화에 속한다
크기는 1~3m로 대개 8~10월이 개화기 이며 색갈은 백색이나 주황색이고 꽃말은 [섬세한 아름다움]이며 양귀비와 함께 아름다운 여인을 비유할때 흔히 쓴다 꽃은 무궁화 보다 훨씬 크고 역시 꽃잎이 다섯개로 갈라저있다
- 마음을 비우니 모든게 편한것 같아요 - 여인이 말동무하잰다
- 그렇겠지요 마음속에 무거운 욕심을 담고 있으니 몸이 어찌 무겁지 않겠어요 -
- 백년을 살지도 못하면서 천년을 살것처럼 아등바등하며 잔뜩 욕심내면서도 결국은 빈손으로 갈바엔 아예 훌훌털고 가볍게 사는거죠 -
-그래요 가진것에 10%만 비워도 가볍게 살것을 결국은 조금도 비우지도 못하고 무겁게 걸머지고 힘겹게 살다가 결국은 맨손으로 가는게 인생이지요 -
누구나 그것을 모르는이 없지만 말로만 행하고 마음은 언제나 뒷전이다
부 용 화 !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걷다보니 언덕길에 커피집에 이른다
- 커피한잔 대접할테니 잠시 쉬어가시죠 -
스스럼없이 앞서 들어가는 부용화처럼 활짝핀 여인의 하얀이사이로 새어나오는 미소가 꽤나 인상적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환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중후한 노년으로 가는길이 부용화처럼 활짝 피기를 바라며 가볍게 돌아선다
안양천은 별천지이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볼거리와 쉼터를 제공하고 심지어 반려견 운동장도 축구장만큼이나 너른것 같다
때로롱 !
마침 지인으로 부터 받은 메세지 한편이 너무나도 이세상을 여실히 보여주어 같이 공유하고 싶다
부모님과 조상님도 개같이 알았으면 좋겠슴니다
개 운동시킨다고 끌고 다니듯이 부모님 모시고 운동도 다니시고 개 끌어안고 다니듯이 부모님도 모시고 다니시고 개가 아프다고 생돈들여 살피듯이 부모님도 모시고 병원에 다니시길 바라며 개이빨 닦아주고 귀 청소해주듯이 부모님 양치와 귀 청소해주시고 개 똥쌋다고 똥구녁 닦아주듯이 부모님 대소변 처리해 주시기바랍니다 개씻겨야 한다고 씻겨주듯이 부모님 씻겨드리고 개 미용해 주듯이 부모님 용모와 의복을 살피시고 개짖는것도 이뻐 좋아하듯이 부모님이 늙어 부족한 소리도 들어드리고 개 잠잘자나 살피시듯이 부모님 잠자리도 살펴 주시고 개죽어 통곡하듯이 부모님 돌아가셔도 대성통곡 하시기 바람니다
모름지기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함은 금수만도 못하다 하였거늘 무엇이 옳은 도리인지를 생각했으면 합니다
개한테 그러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개한테 그렇게 하듯이 나를 낳고 기르신 부모님과 조상님도 살피라는 말입니다
길옆에는 개 운동장이 축구장 만큼이나 너르게 자리하고 있다
이따금 지나는이들이 개를 끌고 들어가 개운동을 시킨다며 수도 꼭지를 틀어놓고 개를 씻기는이가 있다
어느 한쪽에 작은 도서관이나 만들어 지나는 이들이나 시간이 머므는 이를 위하여 배려하면 어떨가
집에서 먼지투성이로 구박받는 헌책 한권이라도 기증하는이가 많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린다
- 우리는 개만도 못혀 - 늙은 할멈 둘이서 맞은편 의자에 앉아 하소연 하듯 속삭인다
더운 날씨이건만 개를 품속에 안고 가는 젊은 여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 할멈들은 후회는 없나요? -
- 왜 우리라고 후회가 없겠서유 그레두 우리적의 부모들은 배가 고파서 그렇지 자식들이 으례 부모님을 모시는줄 았었쥬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대유 -
젊어서 어린 두남매를 두고 일찍히 떠나간 영감탱이 원망할겨를도 없이 두아이 걷어 먹이고 가르치느라 모든 청춘을 바치고서 늙도록 일해가며 자식들 잘되는것을 오직 낙樂으로 알고 살았다
그런데 두녀석들이 다행히도 건강하게 자라고 공부도 잘하드니 지금은 미국에 건너가서 박사가 되고 부자가 되여 잘살고 있다고한다
- 자식들 잘두어 만족하시겠어요 -
할멈의 두눈이 흐려지는가 싶더니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요지음은 핵가족이라는 덫에 씌워 부모와 같이 사는 젊은이가 보기가 드물다
대개는 두노인네들이 따로살고 홀로 되어도 자식들하고 떨어저 산다
마땅히 눈에 보이지 않으니 부모자식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자기식구가 최고이고 애완견 아니 반려견을 우선한다
요지음 세상은 철따라 일년에 몇번 얼굴만 내미는것이 다반사거늘 더욱이 외국에 발붙이고 사는 자식들이랴
- 왜 후회가 없겠시유 사는게 지옥이쥬 -
세월이 지나서 즈그들이 늙고 나서야 드디어 답을 찾을것이다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된말로 가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에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孝라는 뜻에서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의 은혜에보답하는 효성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까치는 길조吉鳥라해서 좋아 하지만 가마귀는 흉조凶鳥라 해서 기피하였다
우리가 모르고 기피하는 가마귀를 효조 孝鳥라고 부른다 늙은 에미를 위해서 먹이를 구해다 먹인다는 것이다
가마귀 만도 못해가는 세상사 ! 그래서 짐승만도 못하다는 말이 나온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