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초 원우님의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수상소감
“독자의 공감으로 창작 고통 잊어”
당선 소식을 전하는 기자님께 제가 꽤 사무적으로 응했던 것 같습니다. 요양원을 알아보느라 이리저리 전화문의 중이어서 제가 무척 딱딱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소식은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잠시 망연자실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공감 받았다는 사실에 가슴 밑바닥이 따뜻해지기 시작했고, 비로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 소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의 봄에 쓰인 것으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채 가슴 속에 멈춰있던 것이었습니다. 발병 후 1년 만에 가신 아버지는 끝내 봄을 맞지 못하셨지요. 해묵은 작품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한 이 미욱한 딸의 등을 아버지가 떠밀어 주신 것 같습니다. 아니, 모든 것을 내어주시는 엄마의 선물 같기도 합니다. 정작 요양원을 알아보고 있는 딸에게 말이죠. 울컥했지만, 그럴 틈이 없었습니다. 엄마를 실은 주간보호차가 도착했으니까요.
팥죽 드셨냐는 제 물음에 엄마는 천진무구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물어보나마나한 질문이었지요. 시설에서 드셨을지라도 엄마는 항상 처음 드시는 것이니까요. 그 좋아하시는 팥죽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사드릴 수 있을까요?
사춘기 시절 이후 지금까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소설쓰기였지만 삶은 항상 소설보다 1순위였습니다. 지지부진, 지리멸렬한 제 소설쓰기에 대한 변명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수상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올곧은 글쓰기를 더 가열차게 하겠습니다. 단 한사람의 이해와 공감만으로도 저는 소설쓰기의 모든 외로움과 노역을 견디는데 단련되어 있으니까요.
* 당선자 이연초 프로필
▲1963년 장흥 출생
▲전남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광주대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과정
심사평
단편소설의 시적 묘사 돋보여
소설은 사람 이야기,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할 때(작가의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어떤 형식을 취할 것인가(기법, 플롯)’와 ‘창작자가 사람과 세상에 갖는 태도(가치관, 세계관, 창작관)가 기본적으로 작동되었는가’. 제목의 기술, 소재 선택 능력과 그것을 주제로 끌어올리는 집중력, 문장, 묘사력, 그리고 기법 운용 능력을 중심으로 심사에 임했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11편이었다. 이중 완성도와 미학적인 독창성 면에서 확연히 눈에 띠는 작품은 ‘물어라 쉭’과 ‘천화(遷化)’ 두 편이었다.
‘천화(遷化)’는 단편 소설의 미학을 갖춘 작품이다. 죽음에 직면한 삼십대 암 말기 환자 여성과 실명 상태의 노인을 봄의 햇살과 꽃의 흐름 속에 배치하고 중첩시켜 장면화하고 서사로 이끈 기술이 뛰어나다.
80매 내외 분량의 단편소설 양식이 전체 소설 장르에서 시(詩)에 비견된다면, ‘천화(遷化)’가 그에 해당된다. 피어나는 꽃(또는 빛)과 죽어가는 생(生)의 대비, 이 생에서 저 생으로 옮겨가는 과정(遷化)과 재생(再生)의 법칙에 대한 처절한 듯 담담한 묘사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대비와 묘사들로 짜인 단락들이 긴장력을 유발하고, 한 편의 살아 있는 작품(Texture)으로 형상화되어 인상적이다.
신춘문예는 창작을 통한 신인 발굴의 장(場)과 축제의 의미를 겸한다. 한 해 혼신을 다해 작품을 생산하고 투고한 수상자와 응모자들 모두에게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황정임작가 프로필
▲1964년 전북 김제 출생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광장가는 길’ 당선
▲2012 제36회 이상문학상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