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이 입단제도 개혁의 기치를 들었다. 한국 바둑계가 맞이한 총체적 위기국면의 주요 원인을 입단제도 내에서 찾은 것이다. 한국의 입단제도는 연구생 제도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대부분 연구생이거나 연구생 출신의 기사들이 입단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입단제도의 문제는 연구생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원은 5월 25일 2층 대회장에서 기자단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입단제도 개혁안을 발표하고 논의했다. 한국기원이 주축이 되어 소집한 바둑발전위원회 ‘연구생 제도는 일부를 수정ㆍ보완하는 것보다는 폐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개혁안(확정안이 아님)의 뼈대는 연구생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것으로 했다. 간담회는 5월 25일 정오부터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다.
공청회는 오는 6월 3일 벌어질 예정이다.
※ 아래 개혁안 전문을 참조하세요. ○●..입단제도 개혁안 초안 전문(다운로드 hwp화일)
비효율적인 현행 연구생 제도
개혁안에서는 현행 연구생 제도의 문제점으로 연구생 제도의 목적 이탈, 비효율성, 행복추구권 박탈 등이 제기됐다. 입단이 목표여야 할 연구생 제도가 연구생 리그의 서열을 정하는 데 치중되어 있는 모순, 입단 비율이 너무 낮은 데 따른 입단 실패자의 적체, 영재 선발에 역행, 정상적인 학업 수행의 불가 등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먼저 연구생 제도가 입단보다는 연구생 서열을 정하는 리그 운영이 전부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종 목표여야 할 입단이 아닌 연구생 상위조 진출이 목표가 되어 버리는 기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입단기회는 1, 2조에 집중되고 나머지 하위 조는 입단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 주말마다 열리는 연구생 리그 때문에 30주에 해당하는 기간이 강제적인 실전에만 국한되고 마는 것도 역기능으로 나타났다.
입단제도를 시행하는 데 직접적인 비효율적 측면으로는 연중 불규칙적으로 8차례나 펼쳐지는 점을 들었다. 불규칙적이고 다양한 선발방식으로 인해 선발인원이 1명 혹은 2명이라는 극소수로 제한된다. 이는 입단 연령이 늦어지게 하고 적체현상으로 이어지며 나이 어린(대략 15세 미만) 영재들의 조기 발굴을 어렵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행복추구권 박탈이라는 부작용도 대두됐다. 만18세까지 입단을 위해 바둑공부만 하다 입단에 실패하는 경우 사회 활동에 적지 않은 제약이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제기된 문제는 ‘바둑계의 불황으로 인한 직업으로서 불확실성 증대’ ‘입단을 위해 지불하는 기회 비용이 너무 많음’ ‘학업과 입단 사이의 갈등 심화’를 야기시키고 프로 지망에 대한 동기 부여를 약화시킨다고 개혁안은 설명했다.
기자단의 질문과 대답 Q. 입단 인원 수가 적절한가.10명에서 11명을 늘어나는 것은 별로 다른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7~8명의 영재를 뽑는다. 기왕 손을 대는 거라면 좀더 실질적인 입단 문호를 넓히는 것도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은가? A. 입단 제도 개선안을 만들면서 입단 인원 수 대해 고심을 했다. 그래서 약간의 설문조사를 했다. 노ㆍ소 프로기사, 아마추어 기사 등으로부터 의견들을 모아봤더니 현재 입단 인원이 좀 적다는 쪽도 있었고 지금도 적당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숫자보다는 시스템이다. 어떤 방식으로 바꿀 것이냐가 중요하다. 위원들도 인원 수를 어떻게 조정하느냐 보다는 어떻게 바꾸느냐에 초점을 맞추었다. 어떤 시스템을 바꾼다면 바둑계의 상황에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 후에 줄일 수도 있고 늘릴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두자는 계획이다.
Q. 세계아마바둑선수권 우승자에게 주던 특별입단제를 폐지한 것은 분명 퇴보로 보인다. 주던 것을 안 주는 것이다. 또 외국 기사들도 특별 입단의 여지를 두는 것이 어떤가. A. 외국인 입단제도에 관해서도 안을 만들었지만 개혁안에 넣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나도 한명의 입단자도 안 나온다면 또 한번 인원 수에만 현혹되어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번엔 절충을 한 셈이다.
Q. 특별입단을 예로 들자. A. 유럽 쪽에서는 최강자인 경우라도 한국에서는 프로로서 실력차이가 나니까 1년이든 연수를 받아 확실하게 반점이라도 늘어서 돌아갈 수 있게 하면 말로만 세계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입단인원도 11명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공청회를 통해 열흘 정도 기다려 동호인들의 반응을 보고 충분히 조율을 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결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Q. 연구생 제도가 사라지면 연구생 리그도 사라진다. 이로 인해 실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뒤따른다. 도장 간 교류전이나 오픈기전의 확대을 대안으로 세운 듯하지만, 충분치 못할 여지가 있지 않은가? A. 한바연 바둑대회가 있다. 어린 학생들이 꾸준히 경쟁하는 체제다. 한국기원이 운영하지 않는다. 한바연에서 1조 정도에 올라가면 연구생 선발이 가능한 실력이다. 이런 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사적인 단체가 이 같은 리그는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연구생 제도는 반드시 참가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 사적인 제도는 참여를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해 프로지망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 현 제도의 불합리성을 해소하면서 실력 저하도 막을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한국기원은 교유에서 손 떼고 사교육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질문처럼 도장끼리 교류전을 하다보면 대형도장 위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연구생 제도가 곧바로 입단의 한 방식이 되었기 때문이지 기원 위주의 제도여서 문제였던 것은 아니지 않는가? A. 연구생은 프로기사가 아니다. 즉 아마다. 한국기원은 아마 교육기관이 아니다. 또, 이세돌 9단은 프로 된 지 7년이 지나서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현재 바둑교육의 ‘창의’가 빠진 입시 위주식 제도가 되고 있다. 만약 연구생 제도가 폐지된다면 앞으로 당분간은 연구생 제도는 부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프로가 된 다음의 교육은 기원과 기사회에서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 또, 당분간은 실력 저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연구생 제도가 폐지되면 아마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늘어난다. 14세 이하에서 입단을 해야 성적을 낸다는 것도 통계가 증명한다. 구리 9단이나 콩지에 9단도 12살 무렵에 입단했다. 강동윤 9단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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