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김데이지
리코타 치즈 트리비아 외
이탈리아의 시골 식당은 파스타와 피자를 주문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는 낯설어진 얼굴로 라자니아 갈피 사이에 여닫힌 괄호처럼 맵시 있게 앉았다
엉겼다가 녹아 없어지는 연한 마음이 짧은 시간 내리는 국지성호우로 넘쳐흘렀다
눈동자 속에서 단단한 빵이 너의 손끝에서 찢어지고
테를 두른 크림색으로 얼룩진 창가에서
바람 없는 건물의 돌벽 사이로 양 떼들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지나가는 여름을 보았다
내가 멀리까지 훔쳐온 이름이 다발로 모아진 화병 속에서 한없이 맑고 둥근 물의 손을 놓는다
물렁하게 다시 요리된 레시피는 그늘 깊은 탁자에서 파국을 기다리며
그라찌에 그라찌에 아디오
혀 밑으로 끈적한 습기의 날을 숨기면 목구멍과 심장 사이에서 굳어버린 인사가 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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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들러*
새로 돋아난 별자리를 바라보며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 밤이었지
입속에서 바삭하게 녹아내리는 구름들
어둠을 잘라낸 그믐의 빛이 입술 사이로 끈적하게 흘렀지
회전목마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던 바람의 맨살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목도리를 감아주었지
눈을 감으면 끓어오르는 허공 속으로
뿌리까지 뽑힌 꽃들이 떠나고 멈춘 시간의 그림자만 풀어놓았지
미래를 모르는 새들의 날갯짓이 웅성웅성
어지러워서 흐느끼는 옆얼굴
찢긴 구름 속 벼락을 손에 쥐고
버드 스트라이크,
모르는 사람의 어깨에 잠시 기대어 어떤 애도를 듣는 날
*안아 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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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데이지|2020년 《미네르바》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올리브 숲』 , 『단어의 팔레트』 (전자시집)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