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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아프다고 하여 운동을 그만두면 관절 질환은 점차 악화된다. 대부분 의사들이 권하는 것도 적극적인 운동이다. 실제로 무릎관절 수술 전후 등산을 통해 통증을 극복한 사례를 알아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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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골 상태로도 등산 거뜬
정명호씨
인천에 거주하는 정명호(70·관세사)씨는 30대 후반부터 본격 산행을 시작한 늦깎이 등산객이다. 뒤늦게 ‘등산중독’에 푹 빠진 정씨는 매주말 빠짐없이 산을 찾았다. 보통 한 달에 4차례 이상 등산했다. 등산도 일반 산행이 아닌 철인에 버금가는 장거리 산행파였다. 한 번 가면 보통 무박2일 또는 1박2일로 30~40km에 달했다. 해외산행도 빠지지 않았다. 킬리만자로, 키나발루, 엘브루즈, 히말라야 트레킹 등 어느 산이든 산이 부르면 찾았다. 그러나 무리하면 탈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무릎에 통증이 왔다. 산행할수록 통증의 강도가 심했다. 병원에 갔더니 연골이 급격히 닳아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연골 제거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다리근육강화 등 재활운동을 열심히 했다. 원래 산에서 단련된 하체근육이 다시 살아났다. 그는 현재 무연골 상태에서도 열심히 산에 다니고 있다. 그의 동료들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떻게 무연골 상태로 저렇게 등산을 다닐 수 있는지…”라며 다들 입을 모았다.
그러나 수원 영통성모정형외과 공준택 원장은 “무연골 상태로 등산을 다닐 수는 있다. 하지만 뼈와 뼈끼리 부딪치는 상태에서 영구적으로 등산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뼈를 더 손상시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씨는 수술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 탈 없이 등산을 잘 하고 있다. 아마 올바른 보행법이나 뼈를 감싸고 있는 근육이 워낙 발달해서 가능한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무릎통증에 대한 병변(병의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신체의 변화)을 정확히 진단하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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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무릎 통증 극복하고 빙벽 등반
윤재학씨
윤재학(62·코오롱등산학교 대표강사)씨는 2010년 알프스 등반 중 무릎 부상을 당했다. 아이젠이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 연골 부근 타박상을 입었다. 초음파와 엑스레이 검사 결과 연골은 이상이 없었다. 전문의는 그냥 지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무릎을 구부릴 때면 통증이 심해 마음 놓고 움직일 수 없었다. 윤활유 역할을 하는 연골을 보충해 주는 주사를 일주일에 한 대씩 맞았다. 그리곤 움직이기 전 온찜질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냉찜질을 했다. 그렇게 석 달쯤 지나자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이후 암벽등반, 실내 빙벽등반이 가능해졌고, 자연빙벽도 찾을 정도로 회복됐다. 그는 “무릎이 부상을 당했을 땐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쉬는 게 가장 중요한데 산꾼들은 몸이 근질근질한 것을 참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경험상 다쳤을 때 일단 치료될 때까지 쉬는 게 최고의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무릎 근육과 뼈 분리되는 부상 극복
권영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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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42·헥사실내암장지기)씨는 고난도 테크닉을 연마하다가 무릎을 다친 경우다. 10여 년 전 5.14급 등반이 가능할 만큼 뛰어난 스포츠클라이머였던 권씨는 실내암벽에서 양발 끝으로 스탠스를 밟고 구부리고 앉아 있다가 위쪽 홀드를 잡기 위해 런지하는 기술인 하이스텝을 구사하다가 오른쪽 무릎 외측 근육이 뼈와 분리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MRI 촬영결과 골절상이었다. 대형병원에서 수술 후 6개월간 깁스를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재활의학전문병원에서는 수술 후유증을 우려해 한 달간 반깁스를 하고 지낸 다음 재활운동으로 치료를 하는 게 낫다는 치료방법을 제안 받았다. 수술 후 재활 기간은 길었다. 프롤로테라피(prolotherapy) 주사도 맞았다. 프롤로테라피란 손상된 세포의 활성화를 도와 인대 및 근육을 강화시키고 염증을 완화하는 주사치료법을 말한다. 그 결과 수술 장애 없이 치료를 마칠 수 있었으나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생활은 접어야 했다. 그래도 재활을 열심히 한 결과 5.13 난이도 등반이 가능할 만큼 정상으로 돌아왔다.
권영세씨는 “관절이든 인대든 다쳤다 싶으면 냉찜질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조치”라고 강조하며 “그리고 부기가 빠진 뒤 병원에서 염증을 치료하고 재활운동을 받는 게 순서”라고 권했다. 또한 “운동 전 환부를 온찜질해서 혈액순환이 원활하도록 하고, 운동을 마친 다음에는 냉찜질을 통해 어혈이 생기는 것을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산에서의 무릎 부상은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발생한다. 30대의 안준형(34·방송국 PD)씨도 자연다큐멘터리 촬영차 태백산에 오르다 부상을 당했다. 평소 만성이었던 빈혈 증세로 발을 헛디뎌 2m 바위 아래로 추락한 것. 무릎이 먼저 땅에 닿으면서 무릎을 심하게 다쳤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뒤 정밀검사 결과 무릎 반월상연골(반달모양의 연골)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 정도가 심했다. 무릎통증과 함께 관절에서는 뼈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절뚝거리며 걷다가 무릎에 힘이 없어 꺾어져 넘어지기도 했다. 그나마 신속하게 병원을 찾은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의사는 약물치료 대신 연골이식술을 권했다. 과거에는 절제술이 많이 이용됐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연골을 이식해 주는 방법이 널리 시행된다고 했다. 결국 안씨는 연골이식술과 재활치료를 통해 다치기 전의 무릎 상태와 거의 비슷하게 생활하고 있다. 연골이식술의 경우 관절내시경을 통해 수술이 진행되기 때문에 수술 흉터도 별로 남지 않았다.
무릎 내측인대 파열됐으나 등산 통해 극복
신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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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신준범(38) 기자도 눈 쌓인 울릉도 성인봉을 올라갔다 무릎 인대와 연골 일부를 다쳤다. 설동산행을 한 뒤 설피를 신고 하산하다 가파른 눈길에서 설피의 발톱이 튀어나온 돌에 걸리면서 무릎이 뒤로 꺾이는 사고를 당했다. 뼈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무릎 내측인대가 파열됐다. 당시 진료를 했던 의사는 “엑스레이에서도 인대파열이 보일 정도로 부상이 심했다”며 MRI 검사 후 ‘무릎 내측 측부인파열’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의사는 무릎을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고, 반깁스를 한 상태로 다리를 동여매고 목발을 짚고 다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인대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아 재활이 가능했다. 의사의 가장 큰 주의사항은 치료 중 다리를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물리치료를 했다. 무릎을 굽힐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수술은 하지 않았지만 재활과정이 만만찮게 힘들었다. 사고 후 3개월쯤 지나자 무릎이 완전히 굽혀지게 됐고, 더 이상 물리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의사는 낮은 산부터 조금씩 산행을 시작해도 된다고 했고, 대신 무릎보호대와 스틱은 꼭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재활을 위해 수영도 좋은 방법이라고 권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5개월이 지나자 간간이 찾아오던 통증도 완전히 사라지고 대형배낭을 메고 비박산행을 나설 정도로 회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