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반 목포항에 도착했습니다. 폭설과 강풍때문에 계속 지연되었던 제주발 선박들, 완도행은 모두 결항되고 목포행은 저녁 8시반에 겨우 출발했으니 그 시간이 된 것입니다. 씨월드 대규모 선박임에도 파고가 어찌나 센지 마치 바닷바람심한 날 작은 모터배 탄 것처럼 급작스런 출렁임이 심장을 아찔하게 만듭니다.
제주도를 떠나려는 날은 혼이 쏙 빠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대충대충 해오던 집안청소하며 주방정리를 몰아서 해놓고 가야하니 왜 이리 할 일이 많은건지 해도해도 끝이 없는데 떠나야하는 시간은 임박해 오고... 느긋하게 하려 오후 4시 40분 배를 예약했지만 새벽배나 오후배나 떠나기 전 정신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3일째 제주도는 강풍과 폭설이 이어졌습니다. 아침에 눈떠보면 수북히 쌓인 눈이 바닷가마을을 하얗게 덮고있습니다. 오늘은 강풍까지 드센지라 선박운항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4시배를 타기위해 1시에 출발해서 왔건만 결국 결항. 밤 8시에 출항할지도 미지수인 상태에서 마냥 대기조 상태가 됩니다. 완도행 3편은 모두 결항되었으나 이왕 나선 길이라 그냥 돌아가기도 애매하고 내일 다시 이런 어수선한 기다림을 하는 것도 내키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그저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게 최고입니다.
간만에 맥도널드에 들려 즐거운 햄버거파티! 통창으로 된 맥도널드 매장에는 손님도 거의 없고 넓다란 공간 가장 편한 자리에서 정신없이 몰아치는 눈발감상을 하며 시간을 때웁니다.
그렇게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6시 근처되어 와보니 배는 출항한다고 합니다. 다행이다 싶지만 또다시 출발하는 시간이 8시 반까지 늦춰졌으니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두 녀석이 잘 기다려주기에 배에 타고는 식당구역 편한 자리를 차지하고 김치찌개까지 또 먹습니다. 이렇게 지루한 날에는 먹는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싫컷 먹고난 포만감은 행복감이 되서 태균이 표정은 더할 나위없이 좋은데, 어쩐 일인지 준이는 질질 짜고 있습니다. 배가 심하게 출렁대니 속이 불편한 것인지 편하게 잠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그런 것인지 덩치큰 녀석이 눈물까지 훔치며 삐질삐질 터져나오는 울음을 주체하질 못합니다.
다행히 식당에도 사람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긴 쿠션공간들이 비워져있으니 거기에 누우라고 자리잡아 줍니다. 눈물 콧물 닦아주며 눈 좀 붙이라 했더니 잠에 빠져듭니다. 졸려웠던 모양입니다. 아직 말을 트지못한 3살박이 아이 딱 그 형상입니다. 잠투정하듯이 당황하게 만드는 슬픈 곡절...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첫 구절이 그래서 '울음우는 아이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라고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어찌보면 발달장애 아이들의 가장 큰 비극은 성장호르몬은 너무 멀쩡하다는 사실일겁니다. 정신적 성숙은 모자람이 없는데 신체전반 발달이 따라오지 못하는 왜소발육증 환자들의 비극은 이와는 정 반대일런지요? 갑자기 무시무시했던 영화 오펀Orphan이 생각납니다. 왜소발육증이 있던 여자를 9살 아이로 착각해 잘못 입양했다가 한 가정이 풍지박살났던 사이코패스 고아에 관한 영화...
이미 눈이 많이 쌓였는데도 전라도에는 여전히 폭설이 퍼부어대고 있고, 차선이 가리워져 있으니 참으로 위험천만한 한 밤 중의 운전입니다. 엄청 가슴졸이며 보았던 희대의 냉혈한 소녀(?)스토리 영화를 떠올리며 졸음과 맞서야 되겠습니다.
눈발이 장난아니니 차라리 차가 거의 없는 지금 이 시간에 살금살금 가는 것이 안전할 듯 합니다.
첫댓글 와~ 넘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