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보국에 이은 문화보국 ♣
삼성그룹을 창업한 호암 이병철 회장은 대구 삼성상회 시절부터 붓글씨를 즐겼어요 서예가의 글을 모으는 취미도 생겼는데 점차 고서화와 도자기, 골동품으로 확대됐지요 “마음의 기쁨과 정신의 조화를 찾는다”는 기준을 정하고 작품을 모았다고 하지요 생전에 가장 아끼던 수집품은 청자진사주전자(국보 제 133호)였어요 30㎜ 두께 방탄유리로 만든 진열대에 넣어두고 감상했는데 이 작품 때문에 호암미술관을 지었다는 말도 있어요 전문가들은 호암 덕에 외국으로 유출될 국보를 많이 지켰다고 하지요
이건희 전 회장은 아버지와 다른 심미안을 가졌어요 호암은 청자와 고미술 애호가였지만 이 전 회장은 백자와 현대미술을 사랑했지요 청년 시절부터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지식을 쌓았어요 그러다 보니 청화백자는 안료마다 색의 농도를 달리한 복제품을 여럿 만들어 비교하는 경지에 까지 이르렀지요 내심 정한 가격보다 비싸면 작품이 좋아도 외면한 호암과 달리 “특급이 있어야 컬렉션 전체의 위상이 올라간다”며 명품주의를 지향했어요 이것이 국립중앙박물관 못지않은 문화재를 모은 원동력이었지요
이건희 전 회장의 누나 이인희 전 한솔문화재단 이사장과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도 전문가 수준의 안목을 가진 컬렉터들이지요 이 이사장이 강원도 문막에 문을 연 뮤지엄 ‘산'은 종이 관련 예술품 컬렉션이 뛰어나지요 또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도 유명하구요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도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이명희 신세계 회장도 제프 쿤스·김환기·유영국 등 국내외 거장의 작품들을 수집했지요
이 전 회장 부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도 서울대 미대 재학 시절 국전에 입상한 경력이 있는 수집가이지요 결혼 후 시아버지 호암이 주는 돈으로 인사동을 드나들며 수집 공부를 시작했고 리움 관장 시절엔 서양 현대미술에서도 최고로 치는 작품들을 모았어요 남편과 함께 백남준·이우환 등 예술가를 후원했고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도 지원했지요 과천 현대미술관에 있는 백남준 작품 ‘다다익선’은 삼성이 제공한 TV 모니터 1003개로 제작됐어요
이번 삼성의 미술품 기증을 계기로 드러난 ‘이건희 컬렉션’의 방대한 규모와 높은 수준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가 놀라고 있어요 겸재와 이중섭, 김환기 등 우리 작품 외에도 프랜시스 베이컨, 마크 로스코, 게르하르트 리히터, 알베르토 자코메티,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데이미언 허스트 등 수백억원이 넘는 최고 명품들이 즐비하지요 이는 돈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지요 대를 이어 안목을 갈고닦은 한 집안의 열정이 이를 가능케 한것이지요
기업 활동으로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봉사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이념은 인재제일(人材第一), 합리추구(合理追求)와 함께 대·내외적으로 공포된 삼성의 창업이념이지요
그런뜻으로 볼때 이번 일은 사업보국(事業報國)에 이어 문화보국(文化報國)이란 말까지 들어도 될만만 쾌거(快擧)가 아닌가 싶네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 *-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 시한을 앞두고 공개한 사회공헌 계획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개인소장 미술품 1만1천여건, 2만3천여점은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된다 하네요 사진은 기증 작품의 일부인데 윗줄 왼쪽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가운뎃줄 왼쪽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국내 작품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아랫줄 왼쪽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는 국외 작품인 호안 미로의 '구성',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이지요
- 2021.4.28 (삼성 제공)조선일보 인용 |
첫댓글 참 대단한 거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