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 첫 하락에 상가는 문의 전화조차 없어 `침체국면 진입` 우려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부동산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는 재건축아파트를 비롯해 일반아파트, 상가까지 다양한 구색을 갖추고 있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의 압축판이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아파트가격 흐름을 주도하는 우성, 선경, 미도 등 빅3 아파트와 재건축아파트 상징인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저밀도 아파트지구인 개포주공이 모여 있다. 동부센트레빌로 대표되는 분양권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무너져도 대치동 상권은 건재하다`할 정도로 배후 구매력을 갖춘 상권이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는 부동산시장의 흐름이 대치동에서 시작된다는 게 정설이 돼 있을 정도다.
대치동이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와 잇따른 부동산 규제책으로 완전히 얼어붙으면서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잇따른 규제책에도 한 번도 가격이 떨어진 적이 없던 대치동 우성, 선경, 미도아파트 가격이주택거래신고제 이후 4000만~50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인근 중개업자들은 부유층이 대부분이어서 역전세난 등에도 조용했던 이들 아파트에 최근 집주인과 세입자 간 논쟁이 벌어지는 일까지 자주 눈에 띈다고 귀띔했다.
경기침체로 높은 전세가가 부담되는데다 학기가 끝나 미리 집을 옮기려는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집주인들도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정부의 잇따른 재건축아파트 규제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도 대치동 일대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빅3 아파트와 양재천을 놓고 마주보고 있는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들이다.개포주공을 비롯해 은마아파트까지 신고제 이후 평균 8000만원 정도 가격이 떨어졌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대치동 상가들도 불황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를 정리해 상가를 사고 싶어도 신고제에 묶여 상가투자마저 위축된 상황. 실제로 은마아파트 인근에 분양 중인 한 상가 분양사무실에는 분양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문의나 방문객이 없다. 다른 분양상가도 마찬가지. E빌딩을 리모델링에 분양에 나섰던 한 상가는 분양 석 달이 지나도록 1층과 지하층 상가만 분양됐을 뿐 2층 이상은 몇 달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존 상가들은 권리금이 2000만~3000만원 정도 낮아질 정도로 불황을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