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고 쓴 글이니 그냥 푸념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저는 예전에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특히 미국에서 통계학 관련 직장을 얻어 살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의학, 보건학에서 통계하는 일자리가 많고 대우가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유학을 가서 학위를 얻고 가능하면 취업을 하고 아니면 미국 학위라도 받고 국내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미국 박사학위가 있으면 예전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어디 갈 곳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결국 학위 취득에 실패해서 돌아오고 나서는 10년이 금방 가버렸네요.
예전에는 결국 미국에서 나오게 된 결과에 상심이 크고 학위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는데, 지금은 여기 한국에서 잘 살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가끔은 미국에서 일한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경쟁사회에서 제가 생존하지 못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끔 해외에서 일하면서 한국을 비하하는 사람들 보면 열등감에 욱할 때가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의료 관련해서 의대 증원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그래서 몇몇 분들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의사 생활을 하면 더 인정받지 않을까 생각하여 USMLE를 준비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전문직이라고 해서 해외에 가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인정받고 기대하는 만큼의 대우를 받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가가 매우 싸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고 미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우리나라의 10배가 넘는 수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거기 가면 그만큼 더 나은 보수와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 성공한 사람들도 많지만 그 사례가 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제 친척 일부가 호주에 사는데 거기서도 교포들 중에 공부 잘해서 법조인이나 의사가 되는 사람들이 있지만 돈을 잘 벌려면 백인 중산층 이상 되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그들을 대상으로 일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극소수이고 대부분 같은 교포나 새로 들어온 한국인, 기타 동양인들을 대상으로 일하게 되는데 그러면 어느 정도 수입은 되겠지만 한국과 비교해서 별로 나은 것 같지 않습니다. 아마 미국도 비슷할거라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산다는 건 이제까지 자신이 살았던 모국에서의 얻었던 성취와 자존감을 모두 버리고 쓰레기를 치우건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하루종일 일하건 무슨 일을 해서라도 현지에서 살아남아서 자식들 키우고 살 각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국내에서 전문가를 대우해주지 않는다고 해외에서 잘 대우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나가면 아마 후회를 많이 할 겁니다.
첫댓글 푸념 맞네요. ㅎㅎ
한국말에 재밌는 말투가 있는데 "...이나" 인데 예를 들어서 "좋은 학교를 못갈것 같은데 유학이나 가볼까?", "요즘 SAS가 시들한데 R이나 배워볼까?", "한국에서 살기 짜증나는데 이민이나 가볼까?", "심심한데 연애나 해볼까?", 등등. 마치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다 쉽게 할수있는것처럼 생각하는, 어떻게 보면 건방지고 세상 물정모르는 사람들이있죠.
세상을 제대로 사는 사람들은 "...도" 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학교에 입학 허락은 받았지만 유학도 생각해볼까?", "SAS를 자유롭게 쓰수는 있지만 R도 시간애서 배워볼까?", "한국에서 사는것이 부족하지않지만 좀더 큰나라에 가서 힘들겠지만 열심히 살아보기 위해서 이민도 생각해볼까?", "바쁘지만 시간애서 연애도 해볼까?" 어때요?
대우를 받을 생각만 하지말고 그 댓가를 치룰수있는가를 생각해보는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생활이 다 편하고 쉬운것은 아닙니다. 여기서도 최저임금 문제가 있고, 한국에서는 전쟁이후에 많았던 거지들이 없어졌지만 여기서는 아주 큰 문제거리이고요. 어디서 살던 사람의 기본적인 문제와 고민거리는 같다고 봅니다, 어느정도의 차이가 있을수 있겠지만.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개인의 일이지만 대한민국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사람들 보면 그냥 조용히 해외 나가면 그만이지 자신들 대우받는 게 당연한 것처럼 말해서 거부감이 듭니다. 한국은 social aid 같은 걸 받아서 사는 인생에 대해 젊은 사람이나 나이든 사람이나 대부분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혼 못 하고, 아이 못 가지는 거고 노년층은 가능하면 일을 하고 싶어하는데 도저히 스스로 살기 어렵다 생각하면 자살을 하기도 합니다. 한국에도 구걸하는 사람이 있고 노숙자도 있지만 눈에 띄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강성찬 언제부터 한국이 지금같이 되기 시작했는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참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