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대사기극
나는 플라톤의 국가에서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그가 ‘도덕적 선’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서, 이 세상을 더욱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노래하고 있는 호머와도 같은 대 서사시인들을 모조리 추방해 버렸다는 사실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상 국가의 건설자로서, 신들의 권력 투쟁이나 사악한 모습을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신들의 전제적인 횡포와 자유 자재로운 변신의 모습을 묘사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언제, 어느 때나 지옥을 두렵거나 무섭게 묘사해서도 안 된다고 말하고, 오딧세우스에 등장하는 아킬레스처럼, 이 세상의 삶만을 희원하는 모습을 묘사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지옥의 지명들을 삭제할 것을 명령하고, 시인들은 허위의 편에 서 있는 사악한 인물들이며, 그들의 슬픈 노래는 ‘비굴한 노예’나 ‘아녀자들’에게 넘겨주어야만 된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는 우리 인간들의 웃음을 가장 극단적으로 폄하하고, 언제, 어느 때나 거짓말을 할 권리는 국가의 통치자에게만 있으며, 그밖의 모든 사람들은 일벌백계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플라톤이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와 함께 건설한 이상 국가는 그러나 그와는 정반대로, ‘도덕적 선’으로 무장한 전제국가이며, 그들이 창조해낸 미래의 인간들은 피도, 눈물도, 웃음도, 울음도 없는 기계 인간들에 불과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라는 인물은 ‘머리도 플라톤이고 꼬리도 플라톤’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도덕적 선이라는 고지’에서 모든 것을 제멋대로 변주해낸 플라톤의 대 사기극의 전모인 것이다. 나는 플라톤이 그의 대화와 국가에서 가상의 인물이나 자기 자신을 등장시키지 않고, 소크라테스라는 그의 스승을 실제 인물로 등장시킨 것 자체가 엄청나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스승의 이름과 그 명예 뒤에 숨어서, 해야 될 말과 해야 되지 않아야 할 말들을 독단적으로 규정하고, 진실과 허위, 선과 악 등을 제멋대로 뒤섞어 버린 채, 소크라테스라는 대 스승을 그의 꼭둑각시로 전락시켰다는 것은 학문의 양심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대 사기극’이자 파렴치한 범죄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경환, [포효하는 삶]({행복의 깊이 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