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일본 도쿄 한국총영사관 앞에 관광비자를 신청하려는 일본인 등이 긴 줄을 서 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관광비자를 받으려고 아침 8시 30분에 도착했는데, 제 앞으로 이미 수백 명이 줄 서 있어 신청을 못했어요. 다음달 인천행 비행기표도 미리 끊어놨는데, 다시 와야 될 것 같습니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무비자 제도'가 중지된 이후 관광비자 접수가 시작된 첫날인 1일 도쿄 한국총영사관 앞에 늘어선 긴 줄 사이에서 만난 쓰바사 아오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영사관에서는 아침부터 관광비자 등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500m 이상 줄을 섰다. 영사관은 1000여 명이 몰린 것으로 추정했다. 줄 서 있던 사람들은 인터넷·트위터 등에 비자 신청을 위해 긴 줄이 생겼다는 것을 알리기도 했다.
이날 영사관은 오전 8시 30분께부터 번호표를 나눠줬는데, 오전 9시 30분께 업무 상황을 감안한 하루 접수 분량인 '관광 200명, 비즈니스 등 150명' 번호표가 모두 동났다. 영사관 측에서는 번호표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배부가 끝났으니 돌아가 달라"고 설명했지만 70~80명이 '내일 번호표를 미리 받을 수 있는지' 등을 물으며 오후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날 도쿄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어제 오후 8시 전후로 일부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해 밤 10시께 20여 명이 모였고 오늘 아침에는 줄이 500m가량 늘어섰다"며 "절차상 비자를 받는 데 3~4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은 1993년부터 '90일 무비자 체류' 제도를 운영하다가 2020년 3월 코로나19 때문에 이를 중단했다. 한국은 비즈니스 목적 등의 방문은 허용해왔으나, 관광비자는 발급하지 않아 왔다.
일본인 W씨는 "아침 7시 15분께 영사관에 도착해 140번대 번호표를 받아 신청할 수 있었다"며 "오는 7월 비행기표를 예약해놓았는데, 한국에 가면 뷰티용품 등 쇼핑도 하고 다양한 한국 음식도 맛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6~7년 전부터 BTS를 너무 좋아하게 돼 작년 미국 LA 공연과 올해 라스베이거스 공연도 다녀왔다"며 "아이돌과 한식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전반적으로 좋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비자 신청서를 냈다는 하네코 메구미 씨는 "한국 아이돌 DKZ를 좋아해 처음으로 나가는 해외여행지로 한국을 선택했다"며 "한국에 가면 DKZ와 관련된 관광을 하고 싶고, 일본에도 팬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인 친구를 만나러 가려고 한다는 쓰바사 씨는 "음식을 비롯해 한국 문화를 두루 좋아한다"며 "2년 넘게 한국에 못 갔는데, 이번 방문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관광비자를 위해 일본인들이 몰린 것은 다른 영사관도 마찬가지다. 오사카 한국총영사관에는 500여 명이 몰려 줄을 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줄을 선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예전처럼 무비자 제도가 부활돼 자유롭게 왕래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관광비자 발급 절차 개시에 이처럼 일본인이 몰린 것은 아이돌을 시작으로 드라마·뷰티·한식 등으로 한류가 크게 확산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2년 넘게 관광길이 막히면서 '한국 관광 수요'가 쌓였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