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골드워터의 <보수주의자의 양심>을 읽고 있다
원래는 칼 포퍼가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마르크스의 대척점으로 소개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을 계획이었으나 인간적으로 포퍼의 책들이 넘 두껍고 힘들어서 얇은 책으로 잠시 쉬어가기 ㅋ
이 책은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과 함께 미국 공화당의 정신적 뿌리이자 행동 지침과도 같은 보수층을 떠받히고 있는 책이라 한다. 러셀의 책이 사상서라면 이 책은 저자가 정치인인만큼 정치적으로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그런만큼 배리 골드워터는 누구이고, 그가 왜 이런 책을 썼으며, 그 책이 왜 지금까지 미국 보수를 회생시켰다 여겨지는지를 살펴보는 거부터 흥미롭다
첫째. 배리 골드워터는 누구?
그는 1964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 후 치뤄진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공화당 대표로 선거에 나왔다 역대 최악의 차이로 낙선한 공화당 대선주자였다고. 그럼에도 이후 이 책을통해 보수의 정신을 되살려낸 인물로서 <44개주를 잃고 미래를 얻은 사람> 혹은 <가장 영향력있는 낙선자>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둘째. 왜 이 책 집필?
미국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공황 타개를 위한 뉴딜정책으로 정권을 잡은뒤 1933년부터 1953년까지 무려 20년동안 민주당이 장기집권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가주의가 확산되어 영국에서 독립할 때 기치를 내걸었던 미국의 자유주의가 어느새 국가주의로 변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국가 의존증이 널리 확산되었다고 (국가주의를 앞세운 루스벨트 대통령을 시작으로 한 미국 민주당의 20년 장기집권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나라 진보정당 정치인들이 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을 최고의 롤 모델로 삼는지, 왜 진보정당의 좌장께서 20년 장기집권을 논하셨는지 비로소 이해된다).
1953년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집권하며 보수정권이 들어섰지만 이미 국가주의에 물든 국민들은 계속해서 국가에게 더 많은걸 요구하며 결국 정권은 다시 케네디를 앞세운 민주당으로 넘어가며 미국 보수 입장에선 미국이란 나라자체가 국가주의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 같은 위기상황이라 여겼다고 한다. 이때 자유주의의 재건을 앞세우고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저자는 큰 표 차이로 낙선 후, 이대로는 미국의 건국이념인 자유주의가 말살될 것을 염려하여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자유와 평등은 인간이상의 양면적 측면으로, 대개 보수들은 자유를 더 존중하는 성향이 있고, 대개 진보들은 평등을 더 존중하는 성향이 있는데, 평등의 명분으로 국가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국가권력은 비대해지고 이로인해 개인들의 자유는 점점 더 침해를 받는다고 한다.
근데 진보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평등>이란 전제 자체가 좀 이상한거 아닌가?
첫째. 인간이 어떻게 평등하지? 사람은 누구나 기질이 다르고 기질이 다른만큼 선호하는 것, 능력, 취향 이 모든 것들이 다 다른데? 즉 인간은 선천적으로 평등한게 아니라 <다른 존재>이다. 그러므로 선천적 다른 개개인에게 평등을 이루기위한 <과정적 평등>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질에 맞게 과정 또한 달라야 한다는거 21세기 교육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둘째. 사람은 누구나 기질적으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욕망을 품고 있는 존재이다. 사람에 따라 그 욕망이 발현되는 분야는 다르지만, 각자 분야에서 조금씩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고 싶은 욕망은 공통적이다. 그러므로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구가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사회에서는 (정치적 혼란은 있을지언정) 과격한 사회적 혁명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하면 그 끝에는 반드시 사회주의 혁명이 올것이라 예언했지만 정작 사회주의 혁명이 발생한 곳은 자본주의 유럽이 아닌 러시아였다). 설혹 사회주의 혁명이 국가적으로 성공했다 하더라도 (북/중/러처럼) 결국 그 사회 안에서 또 다른 계급이 형성될 뿐이다. 즉 인간에게 결과적 평등 역시 불가능하다
자유란 애당초 인간이 다름을 인정하고 시작하는만큼 (현실에서 수많은 해결할 문제를 안고 있더라도) 지극히 인간의 모습을 지니고, 현실의 문제를 바라본다. 해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평등이란 시작부터 인간의 기질을 부인하고 들어가니 과정과 결과 모두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어쩌면 진보는 평등이란 철학적 뿌리부터가 실현불가능한 뿌리가 아닐까싶다
첫댓글 진보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자유와 평등이 함께 가능하고 그런 유토피아를 꿈꿨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와 평등은 공존할 수 없고 보수와 진보에 대한 구분부터가 현실에서 내 철학적 뿌리를 단단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부터 버려야하고 인간의 다름을 인정한다면 현실에서의 억울함도 다 내 문제인 것이다. 보수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