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의 세계
- 박민서
맨 처음 포획의 흔적을 무늬로 감고 있는
동물의 가죽에는 벗어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동물들은 그물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오랫동안 그 세계에 갇혀 버둥거리며 살아간다
맹금류들이 빈 그물의 그늘을 뒤적거리고 있다
몸에 갇혀 있던 뼈가 하얗게 빛난다
누군가 몇 마리의 새를 그물로 쓰고 있는지, 새들이 날아 간 뒤 총소리가 들린다
안전망이 없는 하늘 아래
그물이 되거나 그물에 걸려들거나
세상의 무늬로 보면 같은 몸이다
숲속 푸른 잎들이 어스름 저녁을 털어낼 때
빌딩은 사람의 그물이다
화려한 불빛은 새로운 그물망
사람들 갈라진 도로 위에서 사라졌다 모여드는 길들에도 바쁘다
마지막 포획의 그물에 갇혀
눈물 웃음의 무게로 무늬를 즐기는 사람들
내 옷의 줄무늬에는 슬픈 바코드가 새겨져 있다
―계간 《상상인》(2024,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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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을 받은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두번만에 집행되었습니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중계를 마음 아프게 지켜보았습니다
"당신이 던져놓은 그물에..." 걸린 것을 찬성과 반대로 아우성치는 현실입니다
그저 평범한 이웃인 줄 알았는데 드러나는 옷차림을 보자니 안보이던 바코드가 선명하네요
누군가가 던져놓은 그물에 걸린 것은 우리 모두였습니다
그물에 걸려 발버둥치는 맹수를 안쓰러워할 수도 있고 환호할 수도 있는 현실이긴 합니다
그러나 역사는 그 맹수를 박제로 만들어서 남길 터이니 세상의 무늬는 영원히 남겠지요
이순에 이른 바코드가 추위에 떠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