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추천하는 지하 공간이 매혹적인 영화
예전에 어떤 패션잡지에서 봉준호 감독을 똘똘이 과학자처럼 꾸며놓고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물론 본인은 그 과한 설정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지만, 꽤나 어울리는 컨셉트였다고 기억한다. 현장에서의 꼼꼼한 연출과 준비로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붙은 봉준호 감독은 태양 아래 도기를 빚는 세심하고 숙련된 장인보다는, 어두운 지하실에서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오차율 제로의 로봇 만들기에 도전하는 괴짜 과학자의 이미지와 더 가까운 까닭이다.
[지리멸렬]로부터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지하공간은 어둡고 음산하고 무섭고 기괴하잖아요. 저 그런 게 되게 좋아해요. (웃음) 뭔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 같잖아요. 외국 아이들은 보통 나무 위 둥지 같은 곳에 비밀 일기장을 숨겨두지만 우리들에게는 그런 비밀스러운 공간이 지하실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 봉준호라는 소년이, 남자가, 아니 감독이 자신만의 지하 방에 숨겨두고 가끔 꺼내본다는 11편의 영화 리스트가 태양아래 펼쳐진다.
글 l 백은하 <10 아시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