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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에서는 약 18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하지만 지난달 27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쏟아진 비와 태풍과 다름없는 바람으로 쉬다 가다를 반복하는 바람에 자그마치 6시간이나 걸렸다. 양키스와 보스턴의 사이만큼 정말 '먼 거리'였다. 28일에는 운동장 사정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모든 일정을 마감했고 드디어 해가 드러난 1일 다시 훈련이 시작됐다. 보스턴의 스프링캠프 현장으로 들어가본다.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지만 보스턴 레드삭스는 결코 자만하지 않는 모습이다. 팀 미팅도 기자가 가 본 다른 팀 스프링캠프보다 30분에서 1시간 빠른 오전 8시에 시작됐고 훈련도 오전 9시30분에 들어갔다. 선수 못지 않게 팬들도 정말 '일찍 일어나는 새'다. 이미 새벽부터 진을 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보스턴에서 '먼 행차'를 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팬들도 있다. 자신이 5살이었을 때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것을 봤고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한 할머니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에 감명받아 비행기를 타고 포트 마이어스까지 날아왔다고 한다. 물론 그 할머니의 휠체어를 미는 60대의 아들과 30대의 손자와 함께.
뉴욕 양키스의 조 토레 감독 못지 않게 테리 프랑코나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도 카리스마가 철철 넘친다. 단지 토레 감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웃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는 점. 하지만 선수들 앞에서는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보스턴이 우리에게 친숙한 이유는 뭘까? 김병현이 있는 것도 이유겠지만 바로 한국인 트레이너인 이창호씨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트레이너가 이창호씨 혼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인이 2명이나 보스턴에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김병현은 이날 실전투구 없이 캐칭훈련과 불펜투구만 했다. 김병현의 실전투구를 보지 못한 것이 무척 안타깝다. 캐칭훈련에서는 최근 보스턴과 계약한 일본인 투수 데니 도모리와 함께 했고 불펜투구에서는 도모리와 함께 호시아스 만자니오와 같이 훈련했다. 호시아스 만자니오는 지난 시즌까지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뛰다가 올시즌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한 때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라벨로 만자니오의 친동생이다. 그러고보니 보스턴에 국내 팬들에게 낯익은 이름들이 몇몇 눈에 띈다. 만자니오가 그렇고 로베르토 페타자니가 또 그렇다. 페타자니는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등에서 뛰었던 강타자. 이번에 보스턴 레드삭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김병현이 훈련을 마치는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펜투구와 운동장 런닝을 마지막으로 클럽하우스 라커룸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때 시간이 오전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김병현과 인터뷰 약속을 잡으려고 라커룸에 들어갔더니 김병현의 한마디. "어! 지금 여기 들어오실 시간이 아닌데요. 훈련이 다 안 끝났어요." 이윽고 클럽하우스 담당자도 "프랑코나 감독이 들어오라고 할 때까진 오면 안된다"며 기자에게 바깥으로 나가줄 것을 종용했다.
오후 12시 45분이 되어서야 프랑코나 감독이 클럽하우스로 들어와도 좋다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김병현은 보이지 않았다. 클럽하우스 앞 컨테이너 박스에 있는 미디어 센터에서 기다렸건만 김병현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기자는 오후 1시 30분쯤 클럽하우스로 다시 들어가 담당직원에게 물었더니 이게 웬일인가? 12시 30분쯤에 나갔다는 말이었다. 담당 직원이 말한 시간이 정확한지는 재차 확인하진 않았지만 그의 말에 의하면 한마디로 김병현을 '놓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이후는 뻔하다. 본국에 있는 회사에서 기자에게 "자격없다"는 불호령만 떨어졌다. 김병현이 조금 야속(?)하긴 했지만 어쨌든 기자의 불찰로 김병현과의 인터뷰가 날아가버렸다. 아마 한국에 돌아가면 한 두 달 감봉은 각오해야할 것 같다. 어쨌든 기자의 불찰 아닌가. 만약에 김병현 선수나 김병현 선수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분이 이 기사를 보거나 간접적으로라도 들으신다면 '위로의 한마디'라도 전해주시길 바란다. 흑흑흑.
그래도 아주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젊은 단장' 엡스타인에 매니 라미레스까지 인터뷰를 했으니. 특히 엡스타인 단장의 인기는 선수 못지 않다. 포트 마이어스에 몰려든 팬들은 연신 '테오'를 부르며 그의 사인을 받아내기에 바쁘다. 하지만 엡스타인 단장은 선수도 아니고 스타가 아니라는 이유로 결코 사인을 해주지 않는다. 엡스타인 단장은 김병현의 트레이드설에 대해 "그 어떤 팀과 김병현을 트레이드시키기 위해 접촉한 적이 없다"며 "프랑코나 감독도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가 팀에 있어야 투수진 운용이 용이하다고 했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보스턴의 간판타자 라미레스는 "올시즌 0.275 타율에 25개 홈런, 100타점만 넘기고 싶다"며 "개인기록 욕심보다는 보스턴의 2년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특급스타'답지 않은 소박한 대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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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1 오전 7:52
첫댓글 ㅋㅋ..기자분 재미있네요...이렇게 직접가서 취재하니까..얼마나 좋아.."자격없다"정도가 아니라 왠지 더 심한 말도 들었을것 같네요..^^;; 테오인터뷰 좋았습니다..(위로가 될라나)
라미레즈의 정말 소박한 소원이네여..ㅎㅎ수비에 대한 소원은 없네여^^;맨위 사진은 정말 가까이서 뒷모습을 찍었네여^^;기자분은 직접가셨는데 인터뷰를 결국 못하셔서 많이 우울하시겠어여ㅎㅎ
실링 발목 안아픈가보네... 왠지 안아프다는데도 씁쓸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