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새가 힘차게 하늘을 날고 있다. 마치 위장술을 하듯 몸은 아래 숲과 같은 색, 같은 문양으로 칠해져 있다. 아래 회색 담장 위 둥지 안에는 하얀 알 세 개가 애처롭게 놓여 있다. 어째서 새는 제 알들을 품지 않고 홀로 날고 있는 걸까?
봄을 그린 화가는 많지만,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처럼 상상력 넘치는 봄의 모습을 표현한 화가는 드물다. ‘봄’(사진)은 1965년 유화로 그린 작품을 2003년 프랑스에서 석판화로 제작한 것이다. 마그리트는 낯설거나 상반되는 이미지를 한 화면 안에 배치해 감상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초현실주의 그림으로 유명하다. 이 그림에서도 새 둥지와 돌담은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묘사한 반면, 새는 무늬 종이를 오려 놓은 것처럼 평면적이고 비현실적으로 표현했다.
날아오르는 새는 마그리트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다. 새는 보통 자유와 이동을 상징한다. 이상과 꿈을 암시하기도 한다. 새 둥지는 생명과 탄생, 보호의 의미를 지니지만 이 그림에선 어미 새에게 버려진 존재가 됐다. 낮은 돌담에는 팬 자국이 무성하다. 거칠고 차디찬 돌담은 혹독했던 지난겨울을 은유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화가는 과거를 뒤로하고 이상을 찾아 떠나고픈 심정을 표현한 것일까? 자신의 자유와 비상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알들을 버려둔 채 말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특징적인 건 새의 위장술이다. 위장술은 적을 속이기 위해 자신을 거짓으로 꾸미는 기술이다. 현실은 겨울이지만 봄으로 위장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새가 숲의 문양을 한 건, 모든 생명은 자연과 분리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렇게 마그리트의 그림은 감상자들에게 다양한 궁금증과 해석을 자아내게 만든다. 성선설을 믿고 다시 그림을 보자. 어쩌면 어미 새는 알들을 버린 것이 아니라 먹이를 찾아 날고 있는 것은 아닐까. 봄이 왔으니, 다시 품을 힘을 내기 위해서.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는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로 광고회사를 다니다 우연히 이탈리아의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집을 보고 영향을 받아 화가가 되었다. 처음에는 키리코 풍의 괴상한 물체나 인간끼리의 만남 같은 풍경을 그리다가 1936년부터 고립된 물체 자체의 불가사의한 힘을 끄집어 내는 듯한 독특한 세계를 조밀하게 그리기 시작했고 말과 이미지를 애매한 관계로 둠으로 양자의 괴리를 드러내 보이는 기법을 사용하였다.
그의 작품의 양상은 이미지와 언어, 사물 사이의 관계를 다룬 작품과 현실의 미묘한 부분을 뒤틀어 표현한 작품으로 나뉘는데 전자의 경우 철학과 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은 볼수록 새롭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후자의 경우 살바도르 달리나 호안 미로 등 같은 시대 활동했던 초현실주의 작가들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데 몇몇 미술사 논문들에서는 이를 두고 마그리트식 초현실주의로 칭하기도 한다. 특유의 현실의 것을 절묘하게 변형시키고 왜곡하는 표현기법은 후에 애니메이션이나 팝아트 등 수많은 분야에 응용되어 지금도 여러 회화작품이나 디자인에서 그가 남긴 영향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현대미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거장이다.
✺KBS1<예썰의 전당>[55회] 신사의 품격 ‘René Magri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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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 피레네산맥의 성(Le Château des Pyrénées), 1959년, 캔버스에 유화, 200×145cm, The Israel Museum, Jerusalem.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 겨울비(Golconde, Golconda), 1953년, 캔버스에 유화, 81×100cm, 미국 메닐 콜렉션.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 L'invention Collective, 1934년.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 사람의 아들(Le fils de l'homme), 1964년, 캔버스에 유화, 116×89cm, 개인 소장.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 연인(Les Amants), 1928년.t
he entrance, 1931. the sky is one of Magritte's trademaarks.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이미지의 반역(La trahison des images)〉’,1929년.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동아일보 2025년 03월 13일(목)〈이은화의 미술시간〉, Daum·Naver 지식백과/ 글: 이영일∙고앵자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