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일수록 성취는 어렵지만 파괴는 한순간이다. 역사를 읽다보면 뼈를 깎는 노력을 거쳐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우뚝 선 사람들이 한순간의 판단착오로 짧은 시간에 처절하게 몰락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 석학들이 주목했던 대한민국이 힘들게 일궈낸 국가적 성취를 그보다 더 짧은 시간 만에 무너뜨리고 무너지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연구대상으로 바뀔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길게 보면 1948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선택한 대한민국의 건국, 더 직접적으로는 1960년대 이후 유능한 국가지도자와 기업인, 상당수 국민이 밤잠을 설치며 일궈낸 국가적 성공이 집단적 광기와 거짓이 만들어낸 ‘탄핵 정변’과 그 부산물인 시대역행적 급진좌파의 득세로 불과 2년 만에 국정(國政)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며 휘청거리는 모습을 우리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소중한 가치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도록 저항할 때
다수 국민이 정상적인 판단력을 갖고 생각하는 내각제 국가라면 지금 정도의 국정 난맥상이라면 당장이라도 집권세력을 바꿔 국가적 자살을 막아야 할 때다. 다만 현실적으로 혁명적 방법을 택하지 않는 한 다음 선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 사회 각 분야에서 권력의 폭주와 실정을 규탄하고 견제하는 움직임이라도 확산돼야 한다. 절체절명의 국가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숱한 고난 속에서도 지키고 키워온 유무형의 소중한 가치들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국민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저항하고 투쟁해야 할 때다.
건국 후 지금까지 세 번의 좌파정권이 들어섰지만 문재인 정권은 1,2기 좌파정권인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와도 현저히 다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는 그래도 개인적 입신양명에 관심이 컸지만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심을 잃지 않고 나름대로 실력을 갖춘 합리적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어느 정도 포진했다. 친북좌파 운동권 출신도 약진했지만 임종석 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전대협 동우회’가 권력 핵심부를 장악한 지금처럼 정권을 쥐락펴락할 정도의 권력을 행사하진 못했다. 법원이나 검찰, 경찰 고위직 중에도 급진좌파적 폭주를 견제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현재의 김명수 대법원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윤석열 서울지검장, 민갑룡 경찰청장 등에게 그런 역할을 과연 기대할 수 있을까.
좌파정권의 위험한 폭주를 견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집단은 언론이다. 그러나 비(非)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정권에 흠집을 내기 위해서라면 온갖 거짓과 과장, 왜곡보도를 서슴지 않지만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좌파정권이 출범하면 충실한 ‘권력의 홍위병’으로 전락하는 것이 이 땅의 좌파매체들의 특징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퍼주기식 대북(對北)정책과 편중인사, 권력형 부패에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들이댔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도 공기업 감사 한 자리에 ‘낙하산’만 내려 보내도 강도 높게 성토하던 비좌파 주류 신문들과 계열 종편방송들의 현실은 어떤가. 과거 어떤 정권과 비교해도 질적, 양적으로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미흡하다. 비판의 칼날이 무뎌진 속사정들을 나름대로 짐작은 하지만 이대로 계속 방치하면 자칫 나라가 이상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과 경각심을 갖고 정면으로 대응해주길 바란다. 대한민국적 가치를 아끼는 국민들도 ‘탄핵 정변’ 과정에서 주류 언론이 저질렀던 그 숱한 잘못들을 잊을 순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잘하는 것은 격려하고, 잘못하는 것은 질책하면서 거대 권력과의 싸움에 동참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작지만 강한 언론사’로 자리잡아가는 펜앤드마이크
나는 꼭 31년 전인 1987년 가을 이맘때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언론계에서 보낸 대부분의 기간을 대학 1학년 때부터 일하고 싶었던 주류 신문사에서 몸담으면서 언론인으로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냈다. 그런 면에서 보면 1년 전 회사는 다르고 특별한 개인적 인연도 없었지만 평소 세계관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던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현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이 추진하던 새로운 언론사 창간에 합류한 것은 ‘맨땅에서 헤딩하는’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모험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펜앤드마이크는 올해 1월2일 공식 창간했지만 창간 준비작업은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편집국 기자들이 정식으로 입사했고 같은 달 신설법인설립도 마쳤다.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일요일도, 크리스마스도 없이 기자 기초교육, 창간기획기사 선정과 취재, 기사작성, 기사수정작업이 동시에 이뤄졌다. 펜앤드마이크 홈페이지에 모든 기사들을 배치하고 올해 1월2일 오전 9시 독자들에게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하는 초조한 심정으로 첫 기사들을 보내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전 임직원을 합쳐 아직 20명도 못되는 펜앤드마이크는 주류 신문사나 거대 방송국과 규모나 사회적 영향력에서 비교할 수준이 못된다. 아직은 가야할 길도 멀다. 하지만 작은 인원과 충분하지 않은 재정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엄혹한 한국의 현실에서 펜앤드마이크가 사실상의 사시(社是)인 자유 진실 시장 국가정체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걸어온 길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고 믿는다.
펜앤드마이크는 창간 직후인 올해 초 태극기집회 참여시민들에 대한 경찰의 계좌조회와 중고교 역사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자유’가 사라진다는 내용을 특종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크고 작은 단독기사를 잇달아 발굴해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최근만 해도 어린 학생들에게 영향력이 큰 EBS 인터넷강의를 담당한 강사가 강의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교묘하게 조롱하고 모욕했다는 내용을 특종 보도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장해랑 EBS 사장의 공식사과와 해당 강사 해촉을 이끌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A4용지 의존과 해외 순방 문제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잇단 월권 논란 등 권력 핵심부의 문제점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기존 언론에 앞서 최초로 정면으로 지적하고 비판한 것도 펜앤드마이크였다. 실력과 필력을 겸비한 학계 법조계 문화계 언론계 등의 인사들로 구성된 객원 칼럼니스트들이 쓰는 ‘명품 칼럼’의 수준은 국내 어떤 언론사에도 뒤지지 않는다. 펜앤드마이크 창간과 같은 날 시작한 ‘PenN 뉴스’는 갈수록 뉴스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지상파나 종편에 등을 돌린 우파 성향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정보의 원천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인터넷신문과 유튜브방송의 시너지 효과는 펜앤드마이크 설립 때 막연히 생각한 것 이상으로 커지면서 ‘작지만 강한 언론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어떤 압력과 어려움도 펜과 마이크를 굽히게 하진 못할 것
인터넷신문과 유튜브방송의 동반성장이라는 외형적 성과보다 더 큰 보람은 자유 진실 시장 국가정체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수많은 국내외 한국인들이 보내주고 있는 격려와 성원이다. 언론인들을 가리켜 ‘기레기’란 비속어가 공공연히 난무하는 요즘 한국 언론 현실에서 펜앤드마이크 기자나 PD들만큼 많은 분들의 격려를 받는 언론사는 드물 것이다. 기자들이 쓰는 기사에 붙는 댓글들을 읽어봐도 “이 엄혹한 시대에 펜앤드마이크마저 없었더라면 어쩔 뻔 했나”라는 과분한 성원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정말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펜앤드마이크가 가는 길이 결코 평탄하진 않을 것이다. 특히 독자와 시청자가 늘어나고 사회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눈엣가시로 여기는 권력과 그 주변의 ‘좌파 홍위병’들의 견제와 유무형의 압박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벌써 그런 조짐도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압력과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펜앤드마이크를 아끼는 독자와 시청자들이 존재하는 한 펜과 마이크를 굽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아마 언론계 생활의 마지막이 될 펜앤드마이크에서 1년 만에 엄청난 속도로 발전한 젊은 기자들을 더욱 경쟁력을 갖춘 제대로 된 정통 언론인으로 육성하면서 “펜앤드마이크가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라는 깨어있는 국내외 한국인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도록 역량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에 다짐한다.
권순활 전무 겸 편집국장 ksh@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