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살가운 예우
粉署爲郎四十春(분서위랑사십춘),
상서성 낭관이 되신 지 40년,
今來名輩更無人(금래명배갱무인).
지금껏 명사 중에 귀하 같은 분 더 없었다오.
休論世上昇沉事(휴론세상승침사),
세상사 잘되고 못되고는 접어두고,
且鬪樽前見在身(차두준전현재신).
술동이 앞에서 건강 과시하며 한번 즐기시지요.
珠玉會應成咳唾(주옥회응선해타),
주옥은 분명 귀하의 말과 글로 이루어지고,
山川猶覺露精神(산천유각로정신).
산천은 오히려 귀하의 정기를 통해 더 잘 드러났을 터.
莫嫌恃酒輕言語(막혐시주경언어),
술에 기댄 제 말이 경솔하다 탓하지 마오.
曾把文章謁後塵(증파문장알후진).
한때는 문장 들고 찾아뵌 적도 있었지요.
―‘연회에서 유우석께 드리다(석상증유몽득·席上贈劉夢得)’ 우승유(牛僧孺·820∼848)
*劉夢得(유몽득) : 夢得(몽득)은 유우석의 자. * 粉署(분서) : 상서성. 분칠을 한 관서. 漢代(한대)에 상서성 담벽에 회칠을 하고 자주색 경계선 안에 고대 열사들의 모습을 그렸기에 생긴 이름이다. *爲郎(위랑) : 郎官(랑관)이 되다. 漢代(한대)에 생겼고 議郎(의랑), 中郎(중랑), 侍郎(시랑), 郎中(랑중) 등의 관원을 통칭하는 말로 본래는 군왕을 시종하는 관원을 일컬었다. 유우석은 22세에 급제하였다. *見在(견재) : 현재. 尙今存在(상금존재). *珠玉會應成咳唾(주옥회응선해타) : 주옥은 응당 기침과 침이 모여 이루어진다. 咳唾成珠(해타성주)를 표현한 것으로 유우석의 시문이 뛰어남을 칭찬하는 말이다. *山川猶覺露精神(산천유각로정신) : 유우석의 시문이 훌륭하여, 산천마저도 그 모습이 더욱 새롭게 그 정신을 드러내게 된다는 말이다. *謁後塵(알후진) : 앞에 가는 마차의 바퀴나 사람의 발에서 일어나는 먼지를 뵙다. 상대를 멀리서 바라본다는 뜻리다.
선배에 대한 시인의 예우가 깍듯하다. 말과 글은 주옥같고, 정신은 자연의 정기(精氣)처럼 소쇄(瀟灑)하다. ‘지금껏 명사 중에 그대 같은 분 더 없었다’는 극찬을 쏟아낸 이유다. 상대가 정치적 박해로 20여 년간 지방관으로 떠돈 이력을 알고 있기에, ‘세상사 잘되고 못되고는 접어두고’ 맘껏 취해 보자고 주흥(酒興)을 돋운다.
회남(淮南) 절도사이던 시인이 유우석(劉禹錫)을 위해 주연(酒宴)을 베풀며 바친 시다. 청년 시절 시인은 과거를 앞두고 당시 감찰어사이던 유우석을 찾아 자신의 시를 한 번 봐달라고 청탁한 적이 있었다. 이른바 ‘간알시(干謁詩·명사나 고관을 처음 만날 때 바치는 시)’였다. 유우석은 햇병아리 선비와의 만남을 잊었을지 몰라도 무명의 후배는 그 인연을 고이 간직해 온 듯하다. 자신의 찬사가 술자리 허언이 아니라는 후배의 첨언(添言), 자기보다 직위가 높은 후배의 이 언사가 외려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몽득(夢得)은 유우석(劉禹錫)의 자(字).
✵우승유(牛僧孺, 820-848는 중국 당나라 시대의 정치인이다. 수나라 시대의 정치인 우홍의 후손이다. 805년(정원 21년) 진사가 되었고 이후 호부시랑·동중서문하평장사에 올랐다. 이봉길(李逢吉)·이종민(李宗閔)과 함께 이덕유(李德裕)과 다퉈 우이당쟁(牛李黨爭)을 이끌었다. 843년(회창 3년) 이덕유가 이끄는 이당이 집권하자 우승유는 지방으로 좌천되었다. 846년(회창 6년) 당 선종이 즉위하고 이당이 배척받자 847년(대중 원년) 태자소사가 되어 조정에 복귀했다. 이후 이덕유가 사망하면서 우당은 우이당쟁의 승자가 되었다. 『현괴록』(玄怪錄)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首(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5년 03월 14일(금)〉,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