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리에게 오는 봄
-졸업 50주년 기념 축시
김완
드높고 맑은 남녘 하늘 무등산 자락 아래
아카시아꽃 향기를 가슴에 품고
소년이던 우리는 푸른 교정에 모여
서툰 꿈 하나씩을 키우고 있었다
세상은 넓었고 우리가 걸어갈 길은 아득했으나
젊음은 두려움보다 먼저 달려가
가난도 시련도 희망으로 일구어내던 빛나는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오십 년,
삶은 우리를 저마다 다른 강물로 흘려보냈다
누군가는 만개(滿開)의 능선에 먼저 올랐고
누군가는 끝내 말 못 할 상처를 안고 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세상을 다 얻은 듯 웃던 날도 있었고
가슴 한곳 무너져 내려
오랫동안 눈물 속을 걷던 날도 있었다
발바닥이 닳도록* 세월의 구비구비를 건너며
우리는 기쁨과 슬픔을 껴안고 뒹굴며
한 시절의 비바람과 눈보라를 온몸으로 견뎌낸 사람들이다
함께 교가를 부르던 친구 중에는
먼저 강 저편으로 건너간 이들도 있다
보고 싶은 이름 하나둘 별이 되어 떠오르면
가슴이 저려오지만, 그들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교정의 아카시아 꽃향기 속에 있고
붉게 물드는 계림(鷄林)골 석양 속에 있고
오늘 이 자리 우리의 웃음 속에
여전히 젊은 모습으로 살아 있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봄이 오듯**
우리의 오늘 또한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도착한 봄이다
우리는 사나운 생의 거친 파도를 잘 헤쳐왔다
수없이 넘어졌어도 다시 일어났고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웃음으로
비바람을 견디고 스스로 나무가 되었다
그러므로 벗들이여,
이제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뛰기보다
서로의 건강을 살펴주고
서로의 안부가 되어 주며
남은 시간을 노을처럼 살아가자
아직 우리의 하늘은 맑고 높으며
무등산은 변함없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오늘 여기 모인 우리는
세월에 닳아 낡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먼 길을 이기고 돌아온 사람들**
시대의 강을 건너며 더욱더 깊어진 사람들
광주고의 이름으로 다시 만난 영원한 청춘들이다
벗들이여,
우리 앞에도 아직
눈부신 봄은 계속 오고 있다
* 조태일 시 「國土序詩」의 한 구절을 인용함
** 이성부 시 「봄」에서 변용함
첫댓글 광주 계림동(鷄林洞) – 현재 행정동 명칭
‘계림’은 “닭이 울던 숲”이라는 뜻으로, 조선 후기 경양방죽 주변에 울창한 숲이 있었고 주민들이 닭을 많이 기른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새땅을 의미하는 ‘새벌(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라는 설도 전해집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