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산(八峰山)이란 이름은 아주 흔한 이름이어서 홍천, 서산, 예산, 밀양 등 전국에 걸쳐 있으며, 북한에도 있다.
이름 그대로 봉우리가 8봉이어서 생긴 이름이다.
예산 팔봉산(207.4m)은 어찌 보면 팔봉이고 또 어찌 보면 구봉이어서 팔봉에 들지 못한 봉우리가 비오는 날이면 슬피 운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말이 좋아 팔봉이지, 산세가 낮은 구릉에다 육산이어서 어디가 봉우리인지 아닌지 구분도 잘 되지 않는다.
예산군청 홈페이지에서는 팔봉암이 팔공산의 제1봉 중턱에 위치한다고 하였고, 팔봉암 아래 제2봉 중턱에도 옛 절터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였으니
팔봉암쪽에서 부터 1봉이 시작된다는 말.
그렇다면 우리는 8봉에서 1봉으로 거꾸로 걸어온 셈이지만 아무런 안내판이 없으니 '봉사 코끼리 코만지듯'할 뿐 허울좋은 이름만 무색하다.
예당저수지(禮唐貯水池)는 예산군과 당진시의 농경지인 예당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고 해서 예산과 당진의 앞머리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
처음엔 농업관개용이었으나 생활용수공급과 홍수조절기능도 하며, 각종 담수어가 풍부해 낚시터로도 이용되는 국민관광지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저수지인 이곳에 최근(4월 6일) 국내에서 가장 긴 길이 402m짜리 출렁다리가 생겼다.
이 산을 지나는 봉수지맥(鳳首枝脈)은 오서산(791m) 옆 공덕고개 남쪽 370m봉에서 금북정맥을 배웅하고, 북동방향으로 분기하여 초롱산,
봉수산(535m), 팔봉산을 지나 예산군 신암면 삽교천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약 47.5km의 산줄기이다.
응봉사거리-증실골정보화센터-봉수지맥-207.7m삼각점-팔봉산-팔각정-팔봉암-남릉-범고개-예당호휴게소-느린호수길-출렁다리-예당관광지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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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국민관광지와 출렁다리를 포함하여 약 8km를 3시간 조금 넘게 걸린 셈.
고도표
봉수지맥
'예산 응봉사거리'에서 예당저수지 방면 좌로 90도 꺾어 100여m 지점에서 버스를 멈추게 했다. <사진의 100여m 앞이 응봉사거리>
(※ 수덕사IC에서 내린 후 신호대와 횡단보도가 있는 월곡리마을회관과 월곡교회가 있는 곳에서 봉수지맥으로 바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
산악회 본팀들이 산행할 봉수산을 가기위해선 '신양IC'에서 내려 616번 도로를 통해 접근하겠지만, 예전 용봉산 때 봉수산을 땜빵한 적이 있었던 우리는
또다시 봉수산의 대산(代山)으로 팔봉산을 가기 위해서 '예산수덕사'IC'를 경유하도록 부탁을 하였다.
이는 봉수산과 마찬가지로 모두 '한덤' 님이 세세히 계획했던 것.
길 건너론 '노화리 2구' 방향이고, 우리가 진행할 증실마을은,,,
'대성원'짜장집 좌측 길. 도로변에 '증실골사과마을'이란 산뜻한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응봉면 증곡리'는 '증실골'을 한문화한 것.
진입 방향 왕복 2차선 아스팔트도로 입구의 ...
버스정류소 이름은 노화리이고, 우리는 증곡리 방향.
증실골은 사과로 유명한 마을인 듯.
사각정자 쉼터가 있는 삼거리를 지나...
2차선도로 양 옆으로 심어진 가로수는 단풍나무.
명색이 사과의 고장 청송에 처가가 있는 사람이 이 꽃을 이화 (梨花 배꽃)라고 아는 체했다.
흰색이라 퍼뜩 '이화에 월백하고...'라는 싯귀가 생각났기 때문.
이내 '유찬성' 님이 사과나무꽃이라 가르쳐주며 이조년의 '다정가'를 운율을 넣어 낭송을 한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드러 하노라'
보수중인 '증실마을정보센터'를 지나...
<예산 증실골사과마을 '마을정보센터'>
곧장 진행을 한다. 이는 짧은 팔봉산 산행을 되도록 길게 타기 위함이다.
그 새 성질급한 '청한수호'와 '천성산' 님은 우측 낮은 산자락으로 접근을 시도하였고...
우리는 향내(?)나는 우사(牛舍)를 지난다.
낯선 이방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우공(牛公)들.
멀찌기 산밑까지 들어간 두 분을...
살짝 당겨 보았더니...
우리와 나란히 가고자 하는 듯.
어느새 길은 농로 수준으로 바뀌어 있고...
넓은 공간을 확보한 '예산 증실 태양광 발전소'가 있다.
우리는 고갯마루에서 우측 과수원으로 들어 산짐승 울타리를 둘러서 올라...
뒤돌아보니 과수원 반듯한 길로 올라오는 일행들이 보이고...
야트막한 능선으로 붙으며...
무덤과...
사각형 물탱크와...
원통형 물탱크를 지나
펑퍼짐한 능선을 따른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자 철망 울타리가 길게 길을 막고 있어...
둘러보니 작은 문이 달려있어 통과한 뒤는 다시 닫아야만 한다.
예당저수지의 모습이 살짝 열려...
조금 당겨보았다. 가까이에 출렁다리의 교각이 살짝 보인다.
그리곤 다시 만나는 철망 울타리에서도 문을 열고 지난 후 다시 닫아주어야만 한다.
무슨 이유일까? 사유지여서일까? 아님 산짐승들이 내려오지 못하도록 펜스를 친 것일까?
능선 전체를 떡자르듯 싹뚝 잘라 철망 펜스가 쳐져 있으니 퍼뜩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성이 강한 7명의 산쟁이들이 한줄로 산줄기를 이어가다 좌측으로 살짝 올랐더니...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
삼각점 측량판에는 높이를 208m라고 기록하며, 개략치이니 정밀측량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아 놓았다.
이는 207.7m라는 이 삼각점 봉우리의 높이를 사사오입하여 그 계략치를 적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삼각점봉에 매달린 '준.희'님의 팔봉산 표지판엔 207.4m 팔봉산이라고 적혀있다.
지형도의 207.4m 팔봉산은 좀 더 진행해야만 되니 이 표지판은 아무래도 잘못 달린 것이라고 보아야겠다.
지형도상의 실질적인 팔봉산 정상(207.4m)이 이 삼각점봉(207.7m)보다 높이가 낮아서 생긴 착오로 보인다.
삼각점봉에서 조금 내려서자 포장 임도가 산허리를 감돌고 있고...
조금 더 진행하자 실질적인 팔봉산에 오르게 된다. 뚜루루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천성산'님은 벌써 해달리고 보이지 않는다.
바위라고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육산에서 바위를 만난다. 이 바위는 의자를 닮아 '한덤'님이 '의자바위'라고 명명을 하였다.
의자는 의잔데 아무래도 삐딱하게 기울어진 삐딱의자다.
옆으로 쳐진 울타리는 사유지인 듯 약초재배지라고 주의 경고를 붙여 놓았다. 장뇌삼이라도 심어 놓았나?
팔각정이 있는 제법 널따란 봉우리에서 봉수지맥을 배웅하고,
예당저수지를 내려다 보지만...
조망은 그리 시원하게 열리지 않는다.
팔각정에서 내려오는데, 백구 한 마리가 꼬리를 살레살레 흔들며 반긴다. 아마도 팔봉암에서 키우는 개일 것.
산허리까지 올라온 포장도로에서 좌측으로 팔봉암의 지붕이 보인다.
예산군청 홈페이지에는 팔봉암을 '응봉면 운곡리와 후사리의 경계에 위치한 팔봉산의 제1봉 중턱에 위치한 조그마한 암자이며 태고종에 속한 130년전
건립된 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팔봉암 아래로 제2봉 중턱에도 옛 절터로 보이는 흔적이 남아있는데 그터에서 발견된 기와의 무늬로 보아 고려시대 의 절터로 추정되며 이 터를
바깥티절터라고 하는데 팔봉암 이전에 절이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100년이 훌쩍 넘은 팔봉암은 화재로 소실되고, 총무원장 지성스님은 태고종을 나와 세계불교 직지종 종단을 세워 이름도 팔봉사로 바꿨다.
능선을 고수 포장도로를 건너...
야지매트가 깔린 능선으로 성큼 오른다.
고사리 등 산나물이 있을 법 하였지만 눈을 닦고 보아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는데, 왠 산나물 채취금지라니.
돌아보는 팔봉암.
곧 만나는 해발 약 170m봉을 1봉이라 이름을 붙여 '철인부부' 시그널 뒷면에다 적었다. 예산군청 홈피를 참고하면 분명 이 봉우리가 1봉이 되야 하는 것.
그렇다면 2봉은 아까 팔각정이 있는 봉우리 옆 봉수지맥의 초소가 있는 190m봉일 것.
한마음산악회에 자주 참여하는 분의 시그널이 '철인부부'다. 이름에서부터 강인한 산꾼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네이버지도에도 트랙은 여기까지이지만 우리는 능선을 고수하며 예당저수지까지 남릉을 일직선으로 잇기로 하였다.
간간이 보이는 빨간색 무명의 시그널.
철조망을 넘어...
무덤을 지나는 능선은 펑퍼짐하여...
비산비야(非山非野).
내려서는 임도는 범고개. 예전에 범이 나왔다고 붙은 이름이다. 범고개에서 다시 산자락으로 올라 붙으면...
무덤을 지나자...
낮은 봉우리는 112.6m 봉우리. '철인부부' 시그널에다 높이를 적어 두었다.
이제 능선 끝자락.
2차선 아스팔트를 만나면서 실질적인 팔봉산 산행은 끝이나고 지금부턴 예당호 수변 데크를 따라 걷는 '예당호 느린호수길'이 시작된다.
돌아보는 팔봉산 남릉 끝자락.
하산한 도로 우측에 예당호휴게소가 있어...
쉼터가 있는 예당호휴게소 가까이 가서...
호수를 바라보며 데크를 내려선다.
'예당호 느린호수길'은 예당호 수변을 따라 조성된 4.7km의 데크로드.
데크를 내려서며 돌아보는 예당호 휴게소 쉼터.
팔봉산 끝에서는 각기 다른 코스로 일행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나는 '청한수호'와 '철인' 님과 함께다.
충효정(忠孝亭) 육각정자에선 호반이 넓게 보일 것이지만 쉬는 사람이 많아 그냥 패스.
다시 낮은 산마루에 정자가 있어 계단을 올라 보았더니...
예당정(禮唐亭).
예당정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광.
예당정 위로도 산책길이 나있지만...
우리는 계단을 따라 출렁다리로 향한다.
예당저수지 안내판을 일별하고...
다시 푸르고 잔잔한 예당호를 내려다 보니 출렁다리 교각 역할을 하는 주탑이 보인다.
예당관광지 야영장 이용안내.
조각공원으로 올라 몇 점의 조각품을 감상한다. 한 명은 바로 서고, 한 명은 거꾸로 박혀 있는 이 작품은...
'두 개의 나'라는 작품. 현실과 이상이라는 인간의 두 가지 마음을 표현한 것이란다.
눈에 보이는 대로 둘러보다...
마주보며 입벌리고 대화하는 모습을 조각하였는데, 요즘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근본주의에 매료되어 독설을 퍼붓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이 작품 해설에는 분명 사랑과 화합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였지만...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다.
제목이 '탄생'이니 탄생과 관련하여 감상해볼 일이다.
우주인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여행을 하는 듯한 모습은...
제목이 '또 다른 나'.
힘찬 팔뚝 불끈 솟은 힘줄은 역동 그 자체다.
작품명 '높이 더 높이'.
음악소리가 들리는 야외공연장.
출렁다리가 펼쳐져 보인다.
예당호 문화광장 안내판.
길이 402m에 교각 역할을 하는 주탑의 높이가 64m. 주중임에도 불구하고 여행객들이 넘쳐난다.
예당호 출렁다리의 제원.
다리 입구에서 현자 총무 일행과 이 전회장을 만난다.
흔들흔들 출렁출렁 일렁일렁~~ 주로 연세 많은 분들이 봄나들이를 나왔다. 자연히 빨리 걷지를 못해 천천히 줄을 서서 걸어야만 한다.
출렁다리 걷기는 여기까지다. 그리고 걷지 않은 나머지는 카메라에 담기로 했다.
다리 건너 수변을 따라 '느린 호수길'이 이어지고 멀리 물넘이 수변공원이 보이니다.
여행객들은 그 출렁거림에 동심으로 돌아간다.
출렁다리는 길이가 문제가 아니라 높이가 더 중요한 법. 바로 밑이 저수지라 스릴과 공포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낚시꾼들의 수상펜션이 자리잡은 호수에는 청송 주산지처럼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출렁다리를 벗어나 다시 한번 다리를 조망한다.
예당호 관광개발 현황.
많은 여행객들을 수용할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편. 주중임에도 주차공간이 부족하여 우리 버스는 멀리 피신을 가 있고...
연세 많은 여행객들은 금방 지치기 마련.
오월 초임에도 수은주가 올라 초여름의 기온.
대형버스 주차장엔 만차.
길 옆에 댈 수도 없어 그냥 패스해야만 하는 이곳은...
예당관광지.
버스를 찾으러 길위를 걷다가 다시 바라보는 예당호 출렁다리.
수상펜션에선 낚시를 즐기며 숙박을 할 수 있을 것.
"오늘도 하루해를 어떻게 보낼꼬?"
출근하는 아들에게 우리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다.
"조금 있다가 구루마 밀고 경로당에 다녀 오세요."
어머니가 나이를 먹으면서 사는 게 그저 시간 메우기가 되고 말았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귀한 날이요, 저 햇살 한 번 봐요. 죽어 무덤에 묻히면 거긴 컴컴하고 칙칙한 땅속인데요."
요즘 우리 어머니의 삶 옆에는 죽음이 나란히 누워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