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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흰색) 이야기
1. 백색의 상징
* 우리 조상들은 백색을 말할 때 아주 희다는 뜻으로 순백(醇白, 純白)
또는 수백(粹白), 백정(百精), 정백(精百) 그리고 때로는 선명하게 희다고 해서 선백(鮮白) 이라고 표현했다.
* 흰색이 갖는 정서에는 신성, 고귀, 순결이라는 작용이 있다. 황제가 타는 말이나 지체 높은 분의 말은 의례이 백마가 되고 그래서 점잖고, 위업이 있어 보인다.
* 신구약 성경에서도 백색은 영관과 위엄(다니엘서 7장, 요한계시록 20장)을, 그리고 순결, 승리를 상징하고 있으며, 특히 신약의 요한계시록에서는 성경과 신성을 , 요한복음 4장에서는 완숙을 상징하는 색으로 기록되어 있다.
* 삼국사기에는 태종 무열완 때에 우수주(牛首州)에서 흰 사슴을 왕에게 바쳤다는 내용을 비롯하여, 성덕왕 때는 청주에서 흰 매와 흰 참새를, 그리고 경덕왕 때는 무진주에서 흰 꿩을 나라에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 영국의 인류학자 J. W. Turnner가 말한 것과 같이 백색은 흑색이나 적색과 함께 인류의 아주 원시적인 상징의 하나였으며, 흑색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상징인 것에 반하여, 백색은 늘 수용적이고 긍정적인 심볼로 여겨왔다.
또한 원시족의 백색의 상징으로서는 건강, 순수, 행운, 불사, 권력, 생명, 웃음, 계시, 원숙, 청결, 선행 등이 있고 이와 같은 상징에는 현재의 많은 문명사회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는 것이 많다.
*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보면 타르타르(Tartars)인들은 새해를 맞으며 황제를 비롯해서 모든 시민들이 모두 흰 옷을 입는 습관이 있으며, 그들의 생각으로는 백색은 행운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이 일 년간 행운이 계속하여 기쁨과 평안을 누릴 수 있도록 바라는 뜻에서 흰 옷을 입는다고 기록했다.
한편으로는 마이바스 지방(인도의 남부)의 토인들은 피부가 검은 것을 미의 극치라고 존중하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검게 칠하며, 반대로 악마는 희게 칠하며, 모든 악마는 모두 빛깔이 흰 것으로 주장 한다고 기록했다.
* 현대인이 생각하고 있는 백색에서 연상되는 낱말로는 순결, 공명, 천진, 청결, 결혼, 빛 등이 첨가된다.
2. 백색문화의 바탕인 素色
* 백색에 대한 한국인의 기호는 대단했었다. 태어나자마자 흰옷을 입는다.
그리고 평생 흰 옷만 입는다. 이 흰 옷은 무색, 소색의 이미지이며 무색의 인간생활이 空手來 供水去((공수래 공수거)의 사상과 일치하는 즉 자연에의 동화이며 그 자체인 것이라고 여겨왔다.
한국인은 자기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나타낸다는 것은 점잖지 못한 것으로 여겨왔으며, 하고 싶어도 하고 싶지 않은 체하는 본능 억제력이 아주 강하다. 본능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얼굴색이 푸르락 붉으락 하다는 것은 일종의 색이 있음을 뜻하며(유채색) 이것은 점잖지 못함에 속하고, 심지어 부도덕적인 인격으로 인식한다. 즉 본능의 억제를 겸양지덕으로 비약시킨 것이다.
그래서 백색은 자연에 귀착하는 것, 자연과의 동화이며 결과적으로 원색에서 탈피하며 채색을 금하는 사고방식으로 발전되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회․백색조의 무채색계를 선호하는 기호반응을 나타내고 이 사고방식이 우리들의 머릿속에 잠재하게 된 것이다.
* 실이나 옷감의 색에 관해서는 표백 기술이 발달되기 이전까지는 백색을 소색이라고 했으니 현실과는 그다지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소(素)자는 흰 소 또는 순백 소라 하여 빛깔이 흰 옷을 소의(素衣)라 했으며 겨울의 흰 눈을 소설(素雪), 흰 얼굴을 소안(素顔)이라 쓰기도 했으며, 가을을 음양 오행의 백색이므로 소추(素秋)라 했다. 옷감을 짜기 전의 실의 원사를 모양이나 염색을 하지 않은 바탕대로의 상태를 소지(素地)라 하며, 결국 표백이나 착색의 기술도 색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본래의 바탕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한다면 인류의 색채문화의 근본은 소색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3. 백의민족의 색채의식
* 태양의 빛이 내려 쪼이는 대낮을 백주(白晝)라 한다. 이 백주의 自然光과 같이 가시범위의 모든 파장의 빛을 고루 포함하고 있는 빛은 보기에 전혀 색을 느끼지 못하는 무색의 빛이며 「白色光」이라 한다.
이 白色光을 그대로 완전히 반사해버리는 물체의 표면색이 바로 이상적인 백색이라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사율이 100%라 하는 완전한 순백의 물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색까지를 백색이라는 이름의 범위는 아무래도 관습적인 것으로 된다.
* 백색에 해당되는 어원은 인도나 유럽어에서는 빛나다, 비치다 라고 하듯 물체의 표면에 대한 지각을 나타내는 뜻으로만 한정되지 않은 것 같으나, 한자의 白은 본시 도토리 꼴의 열매에서 생겨난 상형문자였으며 측백나무(柏) 열매의 속살이 희다고 하는 데서 생긴 글자이며, 흰백이라 불려 西方色으로 되어, 음양 오행설의 서쪽이며 가을을 나타낸다.
* 예로부터 白黑이라 히여 善과 惡 또는 正과 邪로 옳고 그름으로 비유하여 白黑之辨을 흑 ․ 백을 가린다는 말로 써 왔다.
청구영언(靑丘永言)dpn 실린 옛 詩들에는 백색이 붙는 낱말로 흰 달, 흰 눈, 흰 꽃, 흰 옷, 백일, 백지, 백발 등이 지나칠 정도러 많이 나오고 있으니 이들은 한결같이 우리 겨레의 忠節을 표현하며, 그리고 아무런 사심이 없는 선비의 깨끗한 마음을 나타내어 읊었다. 영어의 화이트도 결백한, 죄 없는, 공명정대한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 1940년에 발표한「조선복색원류고」에는 인간의 욕구는 유색 옷 즉 염색을 한 옷을 입기를 바라지만 옛 문헌에 나와 있는 백의를 입게 되는 원인들을
․ 禮文崇尙에서 인간의 감정생활을 죽여야 한다는 것과
․ 복색은 위엄을 표현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복은 찬란한 짙은 색을 사용하기로 하고
․ 고려말 玄色을 지존색(至尊色)으로 알고 이것과 혼동되지 않기위해 회색 과 옥색을 금했으나 고려가 망한 사실을 감안하여 이조 국초에는 이 색 들은 미신적인 금색(禁色)이 되었고
․ 세종 때는 존비등위(尊卑等威)를 밝히기 위해 관리는 유색의 옷으로, 서 민은 염색하지 않은 옷을 입게 했고
․ 사대주의 사상과 천자색(天子色)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신하는 현색, 황 색, 자색의 사용을 금했다.(臣子不得服 玄色黃色禁色)
․ 그리고 이조의 부국책은 식산흥업(殖産興業)에 두는 것보다 근검절용에 있기 때문에 없으면 더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덜 쓰면서 견디겠다는 뜻 이었다. 따라서 복식용의 염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 때대로 절약 령 내지는 금지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 금제(禁制)는 백성의 소모를 걱정하는 것도 있지만 사치를 억 제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 금령에 순종해서 짙은 농염(濃染) 은 옅은 담염(淡染)으로, 담염은 백지(白地)로, 혹은 농염에서 백지로 나 아가게 했다.
․ 반면에 염색한 옷감은 대개가 유독성이 강한 염료를 사용해서 침염(侵染) 하기 때문에 방부효과와 제충효과가 있으며
․ 금목상극(金木相剋)의 오행사상에 의해서 동방 청색을 권하기도 했었다.
일반 서민들이 백의를 고수하게 된 원인은 「결국 생활의 경제적 문제로 귀착시키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고, 이조 복색에서 염색해서 아름답게 하려는 의욕과 아름다움을 위한 자유로운 예술적 행위의 역사적 산물이 아니고 거의가 국가, 사회의 요구에 의한 기계적 부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처음에 청색을 나라 색으로 했을 때에는 염색함에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여 딱한 고비도 있었다. 대홍(大紅)을 좋아했을 때는 단목(丹木)의 구매로 나라의 재정이 감소되고, 심초록을 좋아할 때에는 값이 뛰어 올라서 모든 폐단이 생겼다. 이같이 염료 지원이 말할 수 없이 빈약하였다.
따라서 서민으로는 경제적인 길을 찾자면 흑백의 두 극색 밖에 아부 것도 없었으며, 백색은 그들의 가장 친한 빛이요, 때로는 상복으로도 겸용할 수 있는 빛이요, 염색 문제와 염색 기술 문제도 상관이 없는 색이요, 자기 집에 서 생산물로서 즉석에서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조선시대는 그 염료의 천연자원이 결핍하였고 숭검거사(崇儉袪奢)를 국시로 삼고, 금기절이(禁奇絶異)를 내세운 나라였으며, 이외에 오행사상이니, 사대주의니, 금치(禁侈)정책이니, 존비구별(尊卑區別)이니 하는 것으로 복색의 자유를 철저히 제약하게 됐다.
4. 善과 완벽의 색
* 흰색은 신의 색이다. 위대한 성인 석가모니의 탄생은 석가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상아 여섯개를 갖은 큰 흰 코끼리가 옆구리로 들어오는 태몽 꿈으로 예시를 했고, 제우스는 하얀 황소의 모습으로 유럽에 나타났으며 레디는 백조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성령은 하얀 비둘기의 형상으로 나타나며 그리스도는 흰 양이다. 흰 외뿔소는 마리아의 처녀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동물이다. 천사들도 흰옷을 입고 하얀 날개를 달고 있다. 반면 악마는 검은 날개, 대개는 박쥐의 날개를 달고 있다.
* 하얀 동물은 신의 현신이 아닐 때에도 신성한 것과 관련을 갖는다. 인도에서는 흰 소를 빛의 화신으로 여기며 중국에서는 흰 두루미와 흰 따오기를 불멸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새로 믿는다. 크고 흰 새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행운의 사자이다. 여기서 흰 황새가 아기들을 세상에 데려온다는 믿음도 생겨났다.
* 신의 색은 사제의 색이 되었다. 고대부터 흰색은 사제복에 많이 쓰이는 색이다. 가톨릭 교회에서 흰색은 대축일의 제례색이다. 가톨릭 사제들은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그리고 그리스도, 마리아를 비롯한 성인들의 축일이나 기념일에 미사를 드릴 때 흰 옷을 입는다. 이때 흰 옷에는 금실로 수를 매우 많이 놓기 때문에 흰색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순교 성인들을 기념하는 축일에는 빨간 옷을 입는다. 빨강은 피의 색이다.
교황은 흰 옷을 입는다. 가톨릭 교회의 색채 규정에 따르면 교회 안의 직위가 높을수록 의복의 색은 밝아져서 일반 사제는 검정을 입고 주교는 보라, 추기경은, 빨강, 교황은 흰색을 입는다. 흰색은 교황의 직위를 나타내는 색이다.
* 왕과 여왕도 최고의 행사에 최고의 색인 흰색을 입는다. 왕은 제관식에 흰색을 입는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매년 국회가 열릴 때마다 개회식 연설을 하는데 이때는 언제나 하얀 외투를 입는다.
* 1997년 영국의 다이애너 황태자비와 인도의 마더 테라사 죽음으로 두 사람의 애도하는 보도 방송이 계속되었다. 그 때 ‘흰색’이 인상적이였다. 그 중에서도 죽기 3개월 전에 뉴욕에 있던 마더의 시설을 방문한 흰색 양장을 입은 다이애너의 모습, 마더 테레사는 언제나 파란선이 들어간 흰색 수녀복 차림이었다. 손을 맞잡고 있던 마더와 다이애너의 영상을 보는 순간 ‘흰색’이 인상적이였다.
*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출된 지도자들도 색의 상징을 사용한다. 미국의 대통령이 ‘화이트 하우스’에 사는 것은 우연한 선택이 아니다.
* 전통적인 남성복장에서도 흰색은 최고의 색이다. 국제적인 무도회의 초대장에는 ‘화이트 타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하얀 넥타이를 매라는 의미가 아니라 연미복을 입으라는 뜻이다. 연미복에는 언제나 하얀 나비넥타이를 맨다. 연미복에 까만 나비넥타이는 웨이터 복장이다.
흰색은 절대적인 색이다. 흰색은 순수할수록 완벽하며, 다른 것이 첨가되면 그 완벽함이 떨어진다.
5. 여성적인 흰색
* 흰색은 서양에서 흔히 여자의 이름으로 사용되는 색 이름이다. 이탈리아의 ‘비안카Bianca', 프랑스의 ’블랑슈Blanche', ‘블랑슈트Blanchette', 켈트족의 ‘제네비브Genevieve’에서 나온 ‘제니퍼Jenniger'도 있다. ‘캔디Candy’도 로마의 ‘칸디다Candida’에서 나온 이름이다. 이외에도 영어의 ‘페넬라Fenella’, 아일랜드의 ‘피놀라Finola'도 ’하얀여자‘라는 뜻이다. 재스민Jasmine, 릴리Lili, 카밀라Camilla, 마가리타Margarita, 데이지Daisy 등 하얀 꽃 이름도 여자의 이름으로 인기가 있다. 유명한 만화 캐릭터 도널드 덕의 여자친구 데이지 덕 Daisy Duck도 하얀 오리이다.
어떤 색은 여자의 이름, 어떤 색은 남자의 이름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데 그것은 그 색이 여성적 또는 남성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 흰색은 여성적이고 고귀하지만 연약한 색으로, 상징적으로 흰색과 반대되는 색은 권력과 힘의 색인 검정과 빨강이다. 흰색의 심리적 반대색은 갈색으로 흰색과 갈색이 나란히 배열된 색조는 없다. 어느 것도 순수한 동시에 더러울 수 없으며 가벼운 동시에 무거울 수 없기 때문이다. 흰색은 조용한 색이다. 흰색-분홍-회색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듯한 인상을 풍긴다.
* 중국의 색채 상징에서 흰색은 여성적인 음에 속한다. 점성술에서도 흰색은 여성의 상징인 달에 속하지만, 태양이 금색이듯이 달에도 흰색보다 은색이 더 잘 어울리므로 대부분은 점성술사들은 흰색을 은색으로 대치하고 있다.
6. 흰색의 성격
* 중세에는 사람의 기질을 네 가지로 구별했는데 이 네 가지 기질을 나타내는 색은 다음과 같다.
․ 쾌활하고 낙천적인 기질의 색-빨강
․ 화를 잘 내는 다혈질의 색-노랑
․ 우울한 멜랑콜리형의 색-검정
․ 흥분하지 않고 조용한 기질의 색-흰색
흰색은 네 가지 성격유형 중에서 가장 조용하고 수동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색이다.
* 위생이 요구되는 물건은 주로 흰색이다. 흰색은 얼룩 하나라도 눈에 띄니까 청결하게 유지하기가 용이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요즘은 다른 색도 유행하지만-하얀 속옷을 입는다.
식료품을 가공하는 곳에서는 하얀 옷을 입는다. 요리사, 제빵사, 정육점 직원도 하얀 복장을 한다. 물론 야채 상인이나 식료품 판매원, 다시 말해서 가공되지 않았거나 이미 포장된 식료품을 파는 직업은 유채색옷을 입을 수 있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흰 옷을 입는다. 병원의 가구에도 흰 칠을 한다. 삭막한 병원의 분위기에서 흰색은 부정적인 연상을 불어 일으킨다. 중환자는 당연히 하얀 시트가 깔린 침대를 연상시킨다. 병원의 분위기를 더욱 아늑하게 꾸미기 위해서는 병실을 밝은 노랑이나 부드러운 분홍으로 칠한다.
하얀 벽, 하얀 벽지가 말해 주듯이 흰색은 공간의 색으로 많이 쓰이지 만 하얀 호텔방은 아늑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하얀 환경이 아름답게 느껴지려면 흰색의 엄격성을 누그러뜨리는 개성 있는 유채색 터치가 필요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티없이 하얀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그 공간에서 살고 일하는 사람들은 흰색의 삭막함을 깨기 위해서 그림, 달력, 스티커 등 다양한 색으로 장식을 한다. 물론 이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는 분위기를 망치는 짓으로 보일 것이다.
7. 순결과 희망의 색
흰색은 검은 좌악에 물들지 않은 순결의 색이다. 밀가루, 우유, 계란 이 세가지 하얀 물건을 제물로 바치면 마녀와 악령을 쫓아준다는 미신이 있다. 『성경』에는 인간의 죄를 씻기 위해 희생의 제물로 바치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희생의 제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동물은 순결을 상징하는 흰 양이다.
하얀 백합은 평화와 순수, 순결의 상징이다. 하얀 백합은 마리아의 무염시태를 상징해서 ‘마돈나의 백합’이라고도 한다. 무염시태를 상징하는 꽃이 백합이 된 것도 우연은 아니다. 백합의 꽃봉오리는 그 형태나 크기에서 페니스와 상당히 유사하다. 백합의 벌어진 꽃봉오리는 나팔을 닮았다. 옛날 사람들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던 귀를 통해 임신하게 되었다고 믿었다. 섹스가 죄라면 흰색은 순결의 색이다.
8. 죽은 자, 유령, 귀신의 색
흰색은 색이 없는 색으로서 슬픔의 색이다. 하얀 상복은 눈부신 흰색이 아니며 광택이 나는 소재로 짓지도 않는다. 하얀 상복은 광택이 없는 소재로 만든다. 검은 상복이 그렇듯이 하얀 상복도 자아 표현을 포기한 색이다.
하얀 상복은 종교적인 의미에서 환생을 뜻한다. 환생을 믿는 사람에게 죽음은 세상과 마지막 작별이 아니다. 환생에 대한 믿음이 널리 퍼져 있는 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하얀 상복을 입는다.
유럽에서도 예전에는 하얀 상복을 많이 입었으며 장례식 때에는 여자들이 커다란 흰 천으로 머리와 상체를 가리는 지역도 있었다. 여왕과 왕비는 하얀 상복을 입는데, 그들은 특별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입는 검은 상복은 입지 않는다. 마리아도 슬픔에 잠긴 성모로 그려질 때는 하얀 망토를 두르고 있다.
죽은 자에게는 하얀 수의를 입히는데 그것은 나중에 흰 옷을 입고 부활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통에 따르면 죽은 자를 위한 꽃이나 양초도 흰 것을 쓴다.
밤에 들판을 헤매는 ‘하얀 여인’은 임신의 영이다. 은밀히 사랑을 나누던 남녀가 하얀 여인을 만나면 ‘축복’을 받고 여자는 임신을 한다고 전해진다.
9. 흰색의 심리
* 흰색은 사회적인 기호, 또는 정신적인 상징으로서 의미를 갖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무의식과 결부된 공통의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빨강이나 파랑 등 유채색을 고를 때에는 희로애락 등 일상적인 감정이 반영된 것이 많다. 그런데 흰색이나 검은색 등 무채색의 경우에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거나 또는 放棄(방기)하는 상황이 많다. 특히 흰색의 경우에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는 말처럼 감정이나 의식이 표백된 것 같은 비일상적인 상태와 더불어 일컬어진다. 물론 이것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충격으로 인해 생각할 수 없는 상태도 있을 것이며, 초심으로 돌아가서 무심한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방기와 新生(신생). 이 양극의 심리 상태에 있을 때 사람은 흰색을 추구하는지 모르겠다. 세계의 대부분이 흰색을 성스러운 상징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극한의 심리 상태와 관계가 있는 것 같다.
* 흰색하면 떠오르는 그림은 유티릴로(Maurice Utrillo)의 그림이 떠오른다. 파리의 거리, 흰 건물 벽의 풍경화들.
유티릴로는 왜 흰색을 고집했을까.
그는 10대에 알콜 중에 걸려 입원생활과 선천적 과민성 피부병(atopy)으로 고통을 겪었다. 입원생활중 의사의 권유로 미술치료를 받았다. 이 때 유티릴로는 적극적으로 그림을 그렸으며 이어서 명작을 남기게 되었다.
모노크롬(monochrome)의 대표할 수 있는 피카소의 대표작인「게르니카」.
유트릴로의 흰색이 인생의 구원을 바라는 것이었다면, 구원이 없는 세계를 고발한 화가가 피카소다. 흰색, 검은색, 회색을 중심으로 그린「게르니카」.
아비규환의 지옥 같은 장면의 표현으로 여자가 절규하고, 소와 말이 울부짖으며, 어린 아이의 시체가 그려진 처참한 구도의 그림이다.
모노크롬의「게르니카」는 조국의 비극에 대한 마음 아픔과 인생의 자유를 너무나 사랑한 피카소에게서 그 자유로움을 빼앗는 전쟁의 어두움을 고발하는 증언과도 같은 작품이다. 피카소는 인간이 표현하는 색채가 인간성 그 자체, 특히 자유, 감정, 생명이란 것과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의미하며 그것이 ‘구원’이라 했다. 그래서 현실의 환경을「게르니카」로 구원을 배제하려고 했던 것이다.
10. 웨딩드레스 유래
* 1840년 작센과 고타의 지배자 알베르트 왕자와 결혼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었다. 여왕은 하얀(영국제 새틴) 드레스에 면사포를 써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신부가 머리를 가리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그 당시 머리를 가리는 두건은 결혼식이 끝난 다음에야 쓰는 것이였다.
빅토리아 여왕의 면사포는 당시 수녀가 쓰는 두건에 의거해서 해석되었다. 그녀가 그리스도의 신부처럼 제대 앞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식에 면사포를 쓰겠다는 여왕의 결정에는 다른 생각이 숨어 있었다. 바로 프랑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던 영국의 레이스 산업을 후원하려 했던 것이다.
빅토리아 여왕의 소원은 성취되었고 신부의 면사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853년 황제 나폴레옹3세가 결혼했을 때 신부 외젠(Eugenie)도 하얀 베일을 썼다. 대단히 우아했던 외젠은 신부복에 특이한 소재를 골랐다는데 하얀 벨벳이었다.
당시 왕가의 신부들이 유행에 미친 강력한 영향력은 오늘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지만, 하얀 웨딩드레스가 그렇게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그것이 시대정신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1808년 처음으로 직조기가 나와 직물의 값이 매우 저렴해졌다. 1830년부터 재봉틀이 생겼고, 많은 여자들이 하루만이라도 여왕이 되고 싶은 꿈을 하얀 웨딩드레스로 이룰 수 있었다.
*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는 여자가 주의해야 할 점이 한가지 있다.
흰색은 금기이다. 신부가 결혼식에 빨강이나 파랑 옷을 입는다고 해도 하객으로서는 흰색을 입어서는 안 된다. 하얀 옷을 입은 하객은 신부 행세를 한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흰 브라우스, 하얀 무늬가 들어간 원피스는 상관없다. 하지만 흰 원피스, 흰 모자는 신부의 것이다.
11. 내가 느낀 흰색
* 빛을 완전히 반사하는 백색은 성스러운 색으로 선택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흰색은 부활을 의미하고 부활하는 의미하는 모든 것은 빛을 발한 다.
* 공간에서의 흰색은 비어 있음을 의미한다고 본다.
인간에게 비어있다는 것은 위에서도 나왔지반 방기한는 것이요. 이것이 바로 ‘방하착’이라고도 하여 모든 욕심과 어리석음, 성냄을 버리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할 때 우리는 마음을 비었다고(방하착)할 수 있다. 그래 서 교황의 의복은 흰색이라고 본다.
* 사물에서의 흰색은 시작을 의미한다고 본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시작 할 때는 흰색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흰색 위에 작업을 시작하고 그 작업에 따라 의미는 다양해 진다.
아이들은 흰도화지에 표현한다. 그것은 아이들이 흰색과 같기 순수하기 때 문이기도 하고, 또한 흰도화지에 어떻게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내용이 다 르듯, 성인들이 순수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 이 결정되는 것이다.
* 흰색은 양면성을 갖고 있는 색이다. 성스럽고 순수하며 완벽하면서도 여성적이다. 그러나 색이없는 색이라 슬픈 색이기도하고 밤에 보는 흰색은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 그 행복을 얻기위해서는 백색이 의미하는 방하착을 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행복을 얻을 것이다.
* 참고 문헌
1. 하용득(1997).『한국의 전통색과 색채심리』. 명지출판사.
2. 에바 헬러. 옮긴이 이영희(2002).『색의 유혹』. 예담출판사.
3. 스에나가 타미오. 옮긴이 박필임(2001).『색채심리』. 예경도사출판.
4. 마가레테 브룬슨. 옮긴이 조정옥(1999).『색의 수수께끼』. 세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