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늘 도전 의식이 샘솟게 하는 오스틴 하이츠에서 16명이 비슷한 시각에 티오프를 했다. 싱글이었다가 커플이 된 후 여러모로 여유가 느껴지는 에디의 깔끔한 BMW를 타고 아꿍에 도착했을 때 거의 모두가 도착해있었다. 다양한 조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매주 이렇게 나름 대규모로 일사불란하게 모여 꾸준히 같은 취미를 즐기게 하는 원동력은 역시 골프가 지닌 매력이겠지? 호마산 님은 주말에 골프 약속이 잡혀 있으면 그 일주일이 내내 행복하다고 하셨다. ㅎ 싱가폴에서 즐기는 골프는 또 다른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물가 비싼 싱가폴에서 번 돈으로 주말마다 어렵지 않게 국경을 넘어 물가가 1/3 수준인 이웃 나라에서 캐디 없이 가성비 최고의 골프를 빈번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비싸다고 알려진 물건을 싸게 잘 샀을 때의 느낌과 비슷해서 더욱 자주 사게 하는 그런 매력이랄까.
데니/호마산/니키/버디 조와 블루스타/다비드/처음처럼/홍당무 조는 1번 홀에서 시작하고, 블랙스톤/봉주르/앨런/조몬테나 조와 댄/크림/에디/콩이아범 조는 10번 홀에서 시작했다.
봉주르: 소문으로만 듣던 크림 님의 스윙을 드디어 보겠네.
댄: (연습 스윙으로 몸을 푸는 크림 님을 힐끗 보며) 크림인지 로션인지...
봉주르: ㅎㅎㅎㅎㅎ
재치 덩어리 댄의 말재간을 누가 따라갈 수 있을까? 오래전 어느 시트콤에서 신구는 손자의 여자친구 혜미를 꼭 "햄인지 소시진지"라고 불렀었지 ㅋㅋㅋ 그렇게 우린 앞 조를 먼저 보내고 전반 내내 앞 조 선수들의 모습을 멀리서 감상할 수 있었다.
앨런: 그럼 오늘 5/10/10 할까요?
블랙스톤: (모두의 핸디를 물어본 후) 내가 좀 창피하다. 나 그냥 오늘은 28로 놓고 칠게요.
일동: 얏호~
봉주르: (전 홀에서 만족스러운 점수를 낸 후) 허겁지겁 칠 때는 숨차고 힘든데, 이렇게 앞조를 핑계로 여유롭게 쉬어가며 치니까 정말 편하고 좋은데요?
블랙스톤: 아, 거 빨리빨리 칩시다~~
봉주르: ㅋㅋㅋㅋ
앨런: (어떤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를 꼽은 후) 앗, 형님 먼저 치셔야 하는데.. 죄송해요, 제가 성격이 급해서..
블랙스톤: (아직 버기에서) 오, 아니야 먼저 쳐요. 내가 맨 뒤에 치는 게 습관이 돼서...
봉주르: ㅋㅋㅋㅋ
블랙스톤: (어떤 파 3홀에서) 뭐야, 여기 파 3가 왜 이렇게 길어? 하.. 난 끊어 가야겠는데..
봉주르: 파 3 끊어 가신다고 소문내도 돼요? ㅎㅎ
앨런: (조몬테나 님의 공이 홀컵 근처에 붙자) 이거 오케이..?
블랙스톤: (퍼터를 대어본 후) 살짝 긴데. 미안해요, 규정대로 해야 하니까.
봉주르: (조몬테나 님 퍼팅 성공 후) 블랙스톤 님 보니까 어쩐지 예전의 필립 옹이 떠오르는데요? 햇빛 가리개도 그렇고 오늘 옷도 그렇고.. (엄격한 오케이와 짧은 드라이버도... 라는 말은 차마 못했다 ㅋㅋ)
블랙스톤: 내 퍼터가 제일 길어요. 내 퍼터로 재어줄게 모두.
앨런: (조몬테나 님의 중거리 퍼팅 성공 후) 조형님은 퍼팅이 정말 날카로우시군요!
봉주르: 오스틴 근처에 사시니까 여기 맨날 연습장 삼으시는 거 아녜요?
블랙스톤: (열심히 점수 계산 후, 조몬테나 님의 물 앞 샷 직전에) 이거 빠뜨리면 확실히 밀려나는데,,
블랙스톤: (조몬테나 님의 성공적인 샷 후 아쉬운 듯) 하.. 넘기네...
봉주르: ㅋㅋㅋㅋㅋ
블랙스톤: (봉주르 혼자 트리플 한 홀에서) 자, 그럼 보보보 트리플~~
조몬테나: ㅎㅎ 즐거워하시는데요?
앨런: 트리플~~ 하실 때 ㅎㅎ
봉주르: 거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녜욧?
ㅋㅋㅋ 아무튼 주거니 받거니 이런저런 농담과 면세점 할인 정보 등을 나누며 18홀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앨런은 그 와중에 가파른 언덕이든 잡나무 우거진 풀숲이든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의 공을 귀신같이 찾았다. 간 김에 쓸 만한 로스트볼도 몇 개 수거하는 등 회수율이 90%는 되는 것 같았다. 이날 앨런은 드라이버가 아주 좋았다. 롱기가 많아 각자 자신의 티샷볼 위치에서 거리를 가늠할 때 블랙스톤 님은 뒤에서 "뭐야 저 사람 저기까지 간 거야? 헐, 대단하네.." 하시곤 했다.
후반 어느 홀에선가 천장 테두리를 분홍색 천조각으로 장식한 버기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난 그저 골프장 이곳저곳 수리하며 다니는 버기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 얼음에 담근 시원한 음료수와 아이스커피 컵에 수박 등을 넣은 조각 과일컵도 팔고 있었다. 여기서 블랙스톤 님이 모두에게 시원한 음료를 사주셨다. 과일컵은 5링깃인데 가격도 적당해 보이고, 라운드 초반이나 중반에 확실히 만날 수 있다는 보장만 어느 정도 된다면 미리 준비하지 않고도 라운드 도중 과일을 먹을 수 있으니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진화하는 깨알 틈새 시장 ㅋㅋ
점심은 오후에도 치는 36홀조 3명 댄/조몬테나/앨런을 제외하고 13명이 모처럼 남문에서 먹었다. 데니는 3가구가 먹을 포장 음식을 7개나 주문했다. 블루스타 님이 핸디를 14개로 내리고도 또 싹쓸이하셨다는 얘기, 크림 님이 돈을 땄는데도 9오버하여 81개 쳤다고 스스로 불만족스러워했다는 얘기, 에디가 언제나처럼 맥스 50달러 내고 댄과 한참 어린 동생 크림한테도 개평을 받으려니 좀 거시기했다는 얘기, 니키 님이 이번에도 돈을 따고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 홍당무 님과 콩이아범 님은 별명이 입에 붙지 않으니 당무 님과 콩이 님이라고 부르겠다는 얘기, 데니가 오늘 게임에서 졌다는 다비드 님에게 술도 막 시키고 밥도 두 공기씩 먹고 암튼 많이 먹어야 한다고 과식을 조장하는 얘기 등이 오갔다. 또한 핸디를 안 내렸으면 1등인데 아침에 갑자기 내려서 오늘 게임에서 지고도 마냥 즐거워하시는 블랙스톤 님, 홍당무 님과 스타일이 닮았다니 고맙다며 웃으시는 콩이아범 님, 점심값 계산에 나섰다가 모자란 돈을 자비로 채워넣은 처음처럼 님 등 덕분에 훈훈하고 즐거웠던 점심은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커피와 송편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소소하다 하기엔 좀 그렇고 어쨌든 확실한 행복 같은 주말이었다.
첫댓글 역시 믿고보는 봉작가^^ 언제올라 오나 기다렸습니다.ㅋ.
생생후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시 대세가 되어 개명고려하는 블루?화이트??스타가^^
ㅎㅎ 언제나 따뜻한 댓글 올려주시는 블루스타 님 감사합니다! ^^
그리고, 개명은 화스타로 바꾸시면 화가 많냐고 놀릴 수 있으니까 바꾸실 거면 화이스타로 하심이 ㅋㅎㅎ
우울한 월요일 아침 다시 한번 미소가 지어지네요.
ㅎㅎ 호마산 님 벌써 모집글 올리셨던데 이번 한 주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
안가도 훤히 그려지네요... 역시 봉...
블루형님, 니키... ㅎㅎ 역시 피해야 할...
지난 주말엔 회장님 왜 안 오셨죠? 혹시 블루스타 님과 니키 님을 피하시려고? ㅋㅋ
@봉주르 역시 작전이 맞았다는... ㅋㅋㅋ
역시 재미있는 후기 감사합니다. :)
봉누님 싹쓸이 하셨는데 샤워하러 들어가신 틈을타 자체적으로 깍은돈 전달 드리고 도망가서 죄송해요.
ㅎㅎ 점심도 못 먹고.. 사실은 더 깎아줬어야 하는데 ^^ 오후에 1등 했다니 축하해~~
다시 봐도 정말 확실한 행복이네요. 당분간 계속되는 출장으로 등장인물이 못 되어서 아쉽습니다. 연말 출장 기간 마치고 다시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