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음 179. 전나무 짙은 산
멜로디 은은하네 참나무 숲 쇠부엉이
당귀 향 복복(馥馥)하니 포근한 산언저리
노송(老松)이 짙은 두메를 억지 부려 까뭉개
* 전패봉(顚貝峰 906m); 경기 가평. '조개의 이마'를 닮은 산이다. 능선에 참나무가 대군집을 이루며, 음지식물이 한 길 넘게 자란다. 당귀 등이 향긋하고, 사방이 열려 콧노래를 부를만하다. 이 봉의 새로운 이름이 우정봉(友情峰, 안내판에는 뜻도 알 수 없는 友精峰)이다. 1999년3월15일 ‘가평군지명위원회’에서 연인산(戀人山 1,068m, 구 우목봉 또는 月出山) 일대의 산명이 혐오스럽다 하여, 공모를 통해 변경하였다. 이와 함께 전패고개(구 菊垂堂峴-국화꽃 드리운 고개)는 우정고개로, 897봉은 장수봉으로, 구나무산(859봉)은 노적봉으로 바꾸고, 각 능선에다 우정·연인·장수·청풍 등의 이름을 붙였다. 추상적이고도, 흔한 관념적 이름이라 달갑지 않다. 예전에는 우목봉과 이 봉을 같이 등산했으나, 이름이 바뀐 후로는 연인산만 두 번 가봤다.
* 1918년도 지형도에 우목봉과 전패봉(顚貝峰 チョンペ-ニ-에서 유래, 한자로는 노송나무 檜)이 어째서 혐오스러운지, 관계자에게 되묻고 싶다. 유래를 제대로 알고 그리했는지? 前者는 소의 눈(혹은 목)처럼 유순하게 생긴 봉우리이고, 後者는 회목(檜木)이 많다는 뜻이다. 일본 사람들도 지켜주려고 했던, 우리의 지명을 함부로 바꾸는 작태를 무식하다고 해야 하나, 용감하다고 해야 하나(故 서범정의 글 일부 인용). 사견이지만, 한자로 ‘전패’(全敗, 모두 지다)란 말이 듣기 싫어 그리하지 않았나 추측된다.
* 한편 '귀목'과 '백둔리'를 잇는 아재비고개가 있다. 옛 지형도에는 兒才峴(アチャ-ゴゲ)라고 표기되어 있다. 일명 애잡이고개다. 1609년(광해 1년) 극심한 가뭄이 들어 굶주린 산모가 갓난아기를 잡아먹었다는 끔찍한 전설이 있다. 달리 배고픈 주민들이 아이를 서로 바꿔 먹었다는 설도 있다(명지지맥 산행기에서 인용). 애처로운 아기의 영혼을 달래듯, 노란 원추리꽃이 사방에 복욱(馥郁)히 피어 있다...
* 졸저 산악시조 제2집 『山窓』 제66번 ‘남 잘 되는 것 못 봐’-연인산 시조 참조.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488번(365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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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aña densa de abetos
La melodía es suave, el búho en el bosque de robles.
Una acogedora ladera de montaña con aroma a angélica
Aplastando a la fuerza los gruesos y viejos pinos
* 2024. 3. 28 서반어 번역기.
©연인산 서쪽의 장쾌한 설릉. 수목과 눈의 경계가 뚜렸해, 파도를 연상한다. 사진 다음 문무중대카페 야래향 인용(2024. 2. 7)
첫댓글 디지털, 인터넷 시대 이후 본명(인명 포함)을 경시하고, 이름을 함부로 바꾸는 작태를 개탄한다. 역사와 지리는 물론, 전통의 유적과 전설까지 몽땅 지운다. 외국은 거꾸로,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