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선물 그리고 산타클로스 선물
초등학교 3학년 손녀에게 성탄절은 어떤 의미일까요? 손녀는 12월 초입에 들어서면서부터 할아버지를 졸랐습니다. 성탄절 선물을 미리 주시면 안 되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일곱 살 유치원생 둘째 손자는 누나의 채근에 한 술 더 떴습니다. 아예 대놓고 성탄절 선물을 사 달라고 떼를 부렸습니다.
할아버지는 두 손주의 보채기에 한 걸음 양보하여 일곱 살 손자의 선물을 미리 사 주었습니다. ‘그 대신 성탄절 선물은 없다!’라고 두 번 세 번 다짐을 했습니다. 세 살 위인 손녀도 할아버지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했습니다. 자기는 성탄절까지 기다려서 선물을 받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의 인내심으로는 일주일 이상이 남은 성탄절까지 기다리기에는 힘들었던가 봅니다. 보채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기에 할아버지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습니다. 어떤 선물을 원하는지 묻고 다짐을 한 끝에 선물을 사 주었습니다. 경험한 어른들은 알겠지만 아이들에게 선물이란 오래가야 사흘입니다. 사흘 지나면 시큰둥해집니다. 그리고 그 선물이 아무 데나 굴러다닙니다. 아이들에게 할아버지가 사준 선물을 할아버지 수준으로 간직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무리인 듯합니다.
손녀에게 앞당겨 선물을 사 주고 사나흘 지났을 때, 손녀가 저에게 묻습니다.
“할아버지, 이번 성탄절에도 산타할아버지는 저에게 선물을 주시겠지요?”
“아니, 이 녀석아, 미리 달라고 해서 엊그제 할아버지가 사 주었잖아?”
“할아버지 선물하고 산타할아버지 선물은 다르잖아요?”
“무슨 소리야?”
“할아버지께서 산타 할아버지가 계시다고 했잖아요?”
그때 일곱 살 손주가 옆에 있었습니다. 아니라고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얼른 입술에 집게손가락을 갖다 대고는 한쪽으로 “산타 할아버지가 분명히 선물을 주시지!” 했습니다. 사실 3학년 손녀는 산타할아버지 선물이 할아버지 선물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아직 일곱 살 손주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예순 살 아래의 손녀가 따지는 이치에 할아버지는 한 방 먹었습니다. 꼼짝없이 산타클로스 선물도 준비를 해야 할 판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또한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선물을 받아서 기쁜 마음 이상으로 선물을 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 더 커야 하지 않겠습니까?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뉴 이어!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