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름이 되어 주변에서 해외여행하는 얘기를 듣다가 문득 10여년 전 아버지와 해외로 나간 기억이 난다.
15년쯤 전에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그때 외가 식구들과 모였는데, 호주 사는 이모께서 자비를 들여 아버지와 어머니를 호주로 초청하여 아버지는 처음이자 마지막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알콜성 치매로 인해 아버지 스스로 활동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내가 옆에 있어야 했다. 내 비행기표는 부모님과 달리 내 돈을 써야 해서 좀 아쉽지만 덕분에 나도 같이 갈 수 있었다.
아버지는 생전 처음 해외에 나가서 호주의 농장과 바다를 보고 참 좋아하셨는데, 못난 자식이라 내 돈으로 이런 좋은 구경을 못해드린 게 지금 생각해도 미안할 따름이다. 비록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이것저것 보면서 신기해 하셨는데, 옆에서 그런 모습을 볼 때 교육을 더 잘 받고 젊으셨을 때 사회 경험도 다양하게 했다면 술로 인생을 덜 허비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쯤 있다가 돌아왔는데 갔다와서 자신이 어디 갔는지 잘 모를 정도로 꿈만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알콜성 치매가 심해져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고 이래저래 아프시다가 7,8년쯤 전에 돌아가셨다.
물론 태어나서 해외에 한 번도 나가지 못하고 죽은 사람도 많기에 아버지 인생이 딱히 불운하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옆에서 일생을 지켜본 나로서는 아버지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갔다온 해외여행에 대해 좋은 기억도 남기지 못하고 돌아가셨던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는 태어나시고 몇 년 안되어 6.25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집과 재산을 잃고 가족들과 피난갔다가 돌아오는 등 어렵게 살았다. 돌아다니면서 추위와 배고픔, 죽음의 위협 속에서 하루 버티면 다행이었다고 한다. 굶어 죽거나, 추위에 얼어 죽거나, 폭격이나 인민군 등에 잡혀 죽거나 했으니까.
전쟁이 끝났지만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아버지는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국민학교는 나왔나? 그 이후에는 돈을 내지 못해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아버지는 이로 인한 고통으로 평생을 시달려야 했다. 어린 나이에 제대로 공부할 수 없어 여러가지 기회를 얻을 수 없었고 철공소, 영화관 등을 전전하다가 군대를 갔다오셨다. 그러나 하필이면 군대에서 술을 잘못 배우는 바람에 아버지는 거의 알콜중독 상태로 나머지 인생을 살게 되었다.
어찌하여 결혼을 하고 우리들을 낳으셨지만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절망감, 제한된 경험으로 인해 더 이상 희망없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잊기 위해 술로 시간을 보내고 그로 인해 자신이 누릴 수 있었던 기회도 날리고 사업도 실패했다고 한다. 어머니를 비롯하여 가족들에게도 주폭으로 인해 내 어린 시절은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밤에 아버지가 늦게 올 때 제발 많이 취하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를 했다. 어머니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이혼할 생각을 정말 많이 하셨는데 우리 자식들 때문에 그때마다 참느라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다.
아버지는 꾸준한 수입이 없어서 어머니께서 일하시는 돈과 같이 해서 근근히 살았다. 그래도 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는지 50대 후반에 어디서 꾸준히 일할 곳이 생겼는데 거기는 일할 때 음주도 허용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아버지는 노년에 알콜성 치매가 오기 시작했고 60이 좀 넘으니 스스로 어디 갔다 돌아올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나는 아버지의 인생에 비하면 1년씩이나 미국에서 공부도 해 보고 그랬기에 불평할 인생이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나의 경제적 사정이나 미래를 생각해 볼 때, 희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주변 사람들이 자식들을 미국에 보내서 교육시키고 세계 여러 나라에 여행가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정이 생긴들 자녀에게 저런 경험은 둘째치고 제대로 교육시킬 자신이 없다. 만약 어설프게 자식을 낳으면 내 아버지만큼 불운하지 않더라도 돈 있는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과 상대적인 격차로 인해 희망없는 삶에 저주하면서 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결혼하지 못하고 자식이 없는 지금 모습이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생각한다.
첫댓글 워낙 운동경기를 좋아해서 이번 올림픽때 열심히 이것저것 많이 TV로 봤는데, 참 열심히도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것을 느꼈습니다. 인기 종목이던 비인기 종목이던 명예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어짜피 메달 못받을것을 알면서도 열심히 운동 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 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참 묘한것이 지금 전쟁으로 나라가 쑥밭이 되다 시피한 Ukraine같은 나라에서도 선수들이 참석해서 12개 매달을 얻었다는것이 참 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더 한것은 본인돈내고 응원을 온 그나라 사람들이 었습니다. 뭐, 전쟁이 났으니 죽을상을 하고는 올림픽을 외면을 할수도 있을텐데, 전쟁중에 참 개인적으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어렸을 때는 이세상의 모든 사람과 일어나는 일을 누구 한명이 교통정리를 하면 얼마나 좋겠냐고 생각도 해보지만 쓸데없는 생각이더군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신이 나타나서 자기를 위해서 뭔가를 해줄것이라고 열심히 믿기도 하지만, 인간역사에 아직까지 그런 기록은 없고 그저 그랬으면 하면서 실같은 희망을 갖고 살다가 죽는 사람이 천지인것같습니다. 미래에 신이 온다고는 하지만 내가 죽을때까지 올까요?
종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결혼해서 살면서 가정 꾸리고 살면서 2세도 낳고 키우면서 사는것이 "정상" 이라고 떠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죠. 무슨 근거로 그렇게 얘기 하는지는 몰라도 그런 주장을 하면서 "인기인"이 된 학자들이 많죠. 조선왕조의 제일 큰 문제는 누가 다음 왕이 되느냐였고 아들을 많이 낳으면 서로 죽이고, 못 낳으면 여자탓하면서 열심히 첩을 수없이 가지고 있었고, 아직 준비가 안된 어린아이를 왕으로 세운적도 있고, 참나. 아에 후계자가 없으면 혈통과 상관없이 훌륭한 사람이 왕이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면 권력을 잃는 사람들이 있었을 테니 그런사람은 꼭 후계자는 혈통중에서 골라야 한다고 목에 힘주던 사람들이었겠죠.
딴 이야기로 갔지만 결국 나 개인이 어떻게 사느냐는 부모들 정도는 희망하는 사항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걱정해 주는 척하면서 은근히 속으로는 즐기면서 gossip 로만 떠드는 사람들이겠죠. 왜 어떤 사람이 강성찬씨를 어떻게 살아야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겠나요? 자신이 "결혼을 못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저 속으로만 생각하고 편한데로 사세요. 올림픽에서 인기 종목에서 매달을 얻는사람들만이 사는 세상이 결코 아니죠.
감사합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살기 참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