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로 방역과 경제 각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주요 부처 장관들의 교체로 분위기 쇄신을 꾀하지만,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장관들의 경질 과정에서 정파들 간에 이해 충돌도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18일 신종 코로나 방역 책임자인 보건부 장관을 비롯, 경제개발부 장관과 인프라건설(건설교통부) 장관 등 3개 부처의 장관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막심 스테파노프 보건장관은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가 직접 의회에 해임을 요청했고, 이고르 페트라슈코 경제개발·통상부 장관과 블라디슬라프 크리클리 인프라부 장관은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행정실(비서실)의 압력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대통령), 3개 부처 장관의 사임 요청/얀덱스 캡처
3개 부처 장관의 해임은 신종 코로나 사태의 악화및 장기화 등으로 빚어진 국정 혼란과 여론의 흐름을 볼 때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의 경제 각 부문은 백신 접종 등으로 신종 코로나 충격을 조금씩 극복해가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여전히 내리막길로 미끄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노후한 사회 인프라 시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
다리 붕괴를 알린 SNS 포스팅/캡처
지붕에서 빗물이 새는 우크라이나 열차의 내부 모습/페이스북 캡처
5월 들어 지난 3일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도시 리보프에서 루츠크를 잇는 지방도로의 다리 하나가 붕괴됐다. 지난 1960년에 건설된 이 다리는 그동안 수차례 붕괴 위험 신호가 나타났으나 방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지난 달 30일에는 '다리가 곧 무너질 것 같다'는 글이 사진과 SNS에 올라왔다. 그리고 사흘 뒤 주저앉고 말았다.
닷새 뒤인 지난 8일에는 수도 키예프에서 니콜라예프로 가는 열차의 지붕이 새는 바람에 객차의 바닥에 빗물이 차는 소동이 벌어졌다. 열차 승무원들은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기 위해 양동이를 두는 등 법석을 떨었고, 승객들은 말도 안되는 사태에 혀를 쳤다.
이같은 사고들은 처음이 아닌 데다가 우크라이나의 경제 정체로 빚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정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마이너스 4%의 역성장을 기록한 우크라이나 경제는 올해 1분기에도 작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2% 뒷걸음질쳤다.
우크라이나 의회, 인프라건설부 장관 해임 가결/얀덱스 캡처
대통령 행정실은 그 책임을 지난해 3월 취임한 이고르 페트라슈코 경제개발부 장관에게 돌리면서 자진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러시아 언론은 전한다. 집권여당 '인민의 중'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의회도 페트라슈코 장관의 해임안을 가결했다.
정치적 논란은 막심 스테파노프 보건장관의 해임 과정에서 불거졌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지난 14일 스테파노프 장관 해임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코로나 백신 확보및 접종 속도, 계속되는 백신 도입의 시기 연기 등이 해임안 제출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선 최근 하루 4천~7천 명의 신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등 신종 코로나 재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4월 초에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유럽 국가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방역 실패로 우크라이나 보건부 장관 해임/얀덱스 캡처
남부 오데사주 주지사 출신으로 지난해 3월 취임한 스테파노프 장관은 방역 실패의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는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러시아측의 제안과 우크라이나 일부 제약회사의 승인 요청 등을 모두 거부하고, 서방측 백신 도입을 추진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화이자·노바백스, 중국 시노백 백신 등이다.
그러나 인도에서 위탁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인 '코비실드'를 지난 2월부터 들여와 접종을 시작하고, 다른 백신의 도입을 추진했으나 백신 도입이 기대에 크게 못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인도의 '코비실드' 수출 금지 조치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의회 보건상임위, 장관 해임한 지지하지 않았다/얀덱스 캡처
그의 친서방 백신 고집은 집권여당인 '인민의 종'측의 지지를 받으면서 그의 해임안은 상임위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그의 후임으로 거론된 장관 후보가 '큰 손' 조지 소로스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상임위 소속 '인민의 종' 의원들은 스테파노프 장관의 해임에 반대했다. 상임위 투표 결과, 해임과 반대가 각각 7표 동수로 나왔고, 1명은 기권했다.
우여곡절 끝에 상임위는 의회 전체 의견에 따른다는 조건으로 해임안을 의회 총회로 넘겼고, 스테파노프 장관의 해임안은 18일 가결됐다.
우크라이나 최고 라다(의회), 장관 2명의 후보자 동의할 듯/얀덱스 캡처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19일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가 공석이 된 3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을 선별해 의회에 임명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반에 잠복해 있는 문제점들은 단순히 장관에게 책임을 묻고, 바꾼다고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 상황으로 보인다. 실사구시(實事求是)로의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