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해전 늦은 가을 한적한 날에 올라봤던 삼형제길
적벽 정상에 오른 것이 십여년만 이었고
오늘 다시 삼형제길로해서 적벽을 간다.
아침 기상시간을 정해놓은건 아니지만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
적당히 아침을 먹고
적당히 어프로치를 해서
적당히 등반하고
오후 3시 이전에 정상에서 하강을 하고
5시에는 저녁을 먹자고 결심하긴 했는데,
아침이 늦은 것 같다.
주차장 도착하니 9시경
"11시에는 등반을 시작할 수 있을까? "
조금은 걱정을 하며 열심히 걸었다.
비선대에 도착을 하니 삼형제길 윗쪽에 자일이 하나 걸려있고, 적벽 전면에도 등반자가 한팀 있다.
장비를 차고 세컨과 말번을 정하고
채송화길로 1p출발, 날이 후덥지근한게 땀도 많고 손이 미끄럽다.
첫 핏치를 마치고 두번째로 성중이가 올라왔다.
요즘 다시 운동을 한다는 성중이는 동작이 나비같이 가볍다.재복이도 올라오고나서 성중이한테
'지금부터는 니가 선등해라' 라고 선등을 양보(?)하고 난 사진이나 찍으면서 말번으로 가기로 했다.
성중이에게 장비를 다 넘기고 먼저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니 믿음직 하다.
채송화향기로 올라 삼형제길로 들어가다 보니 쌍볼트 있는 곳에서 끊어 가야하고, 벽 뒷쪽으로 넘어가니 손발이 좋다.
마지막 핏치 오버행 구간을 넘어가는 성중이를 보고
내 차례가 되어 후등으로 쫒아가는데도 이상하게 손이 터질까봐 겁이난다.
마음속에서 불안감이 생기면 동작도 어려운법,
떨어져도 별거아니고 손 홀드도 좋게 아주 잘 보이는데도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싶다.
적벽 정상 아래 오버를 넘어서 죄측 쌍볼트에는 적벽 크로니길로 등반한 분들이 3명 올라와 있고, 나머지 한명이 올라오고 있고, 바로 하강을 할거란다.
그래 "바로 아래에 크로니 하강볼트가 있지 않느냐? 거기서 60m 자일로 한번 하강 가능하죠?"하고 물으니 그렇단다.
그래 오늘은 여기로 하강하자고 생각하고 정상에 올랐다. 시간은 2시30분경
오후 3시엔 하강하자고 생각했었는데 정확하게 시간을 맞춘것이다.
정싱에 가니 바람이 있어 시원함을 맛보았으나
등반 내내 무덥고 습한 날씨와 땀으로 힘들었던 하루!
정상에서 가져온 참외를 깍아먹고 , 간단히 요기를 한 후 내가 먼저 하강을 시도했다.크로니길 정상엔 아직도 와이어로 볼트를 엮어놨고, 그 10여미터 아래 하강볼트는 오버구간이라 겨우 발만 닿았지만 발로 바위를 톡 밀치고 그 탄력으로 바위에 접근하는 순간에 하강체인을 잡고 들어가 확보를 했다.
하강지점으로 들어오는게 조금 까다로워서 그렇지 60m 한번 하강이 가능한 구간이다.
성중이와 재복이도 하강 포인트로 들어오고
두 자일을 묶어 내렸는데 재복이가 너무 길게 묶었다고 자일 낭비가 심하다고 잔소리를 한다. 다이나믹 로프는 늘어나니까 괜찮다고 맞받아치고 아래를 보니
자일이 바닦에 닿아 있다.
내가 먼저 하강,
오버구간을 내려오는데 두줄이라 그런지 잘 빠지지도 않고 몸은 벽으로 부터 5m 넘게 떨어져 허공에 매달려 하강하려니 무섭다. 예전엔 이 허공을 주마로 오르고 내려가고 했었는데 오랫만이라 공포감이 생겼나 싶다.
두번째로 성중이가 하강을 하고
이어 재복이도 내려왔다.
허공 하강은 이렇게 하는 거라며
ㄴ자 자세를 보여주며 멋진 자세를 연출한 재복이
뒷풀이 후에 집나간 문어를 다시 잡아오기까지 온갖 아이디어와 손을 보태줘서 고맙고,
더운 날 땀 뻘뻘 흘리면서 미끄러운 손으로 안전하게 등반 마친 성중이와 오래전 추억의 적벽하강을
한 날이다!
삶아서 칼로 잘게 썰어놓은 문어가 다시
살아서 물가로 도망친 이야기와
그 문어를 추적해서 다시 잡아온 이야기등
뒷풀이 이야기는 너무 극적이라
To be continued in next episode~~~
첫댓글 등반후기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멋쟁이들.. 화이팅!
형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너무 재미 있언던 시간들이
종근형 말씀처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