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 다스리기 / 원영
지난겨울은 너무 추워서 유독 봄 타령을 많이 했다. 그렇게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한결 바짝 다가온 듯하다. 모레는 경칩. 개구리도 깨어나겠지. 겨우내 내린 눈도 햇볕에 녹아 어느덧 대지에 스며든다. 이렇게 눈이 녹아 대지가 촉촉해지면 만물이 온힘을 끌어올려 생명의 싹을 틔울 것이다. 그야말로 힘겹지만 아름다운 봄의 문턱이다.
엊그제 음력 정월 보름에는 스님들이 긴 겨울수행을 끝내고 각자 길을 떠났다. 세상이 올림픽으로 떠들썩하던 그 시간들을 침묵으로 가득 채우고서 이제야 길을 나섰다. 세상사는 보지도 듣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며 자연과 호흡한 석 달의 시간. 도를 얼마나 이루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세상과 만나면서 공부를 점검받을 것이다.
사실 한 길을 가는 것도 힘들지만, 한 길을 따라 노력하는 자세를 지속적으로 갖기는 더 어렵다. 나는 수도승(수도에 사는 승려)인지라 올림픽을 보며 응원도 했는데, 선수들을 보니 그것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스님들이 선방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좌선하는 것처럼 선수들도 매일 10시간 이상 운동한다고 들었다. 정말 세상에 노력 없이 공짜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며칠 전,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대학교 2학년 학생을 엄마가 데리고 찾아왔다. 22살의 우울증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대 다니는 똑똑한 여학생이고 남자친구도 있다는데 말이다. 보고 있자니 참 딱했다. 문제는 스스로 바꿀 의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나누는 말마다 허공에 흩어져 버렸다. 프랑스의 틱낫한 스님이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우리는 바뀌기를 원하는가, 원치 않는가?” 젊다고 우울증에 걸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런 삶이 싫다면 스스로 바꿀 마음을 내야 하지 않을까?
예전에 해인사 일타큰스님은 ‘입가에는 미소를, 가슴에는 태양을, 그리고 희망과 용기를’이라는 말을 즐겨 쓰셨다. 사람의 육신도 자동차와 같아서 언제든 고장 날 염려와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으니, 스스로를 잘 관리하며 운전해야 한다면서 강조하신 말씀이다.
잠이 많은 나는 절에 들어와서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때 선배 스님이 “잠들기 전에 꼭 4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마음먹기를 반복하면 일어나는 것이 훨씬 쉬워요”라고 일러주었다. 따라해 보니 실제 잠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뭔가 큰 일이 있다 싶으면 잠들기 전에 항상 내일의 다짐을 새겨둔다. 그렇게 하면 불안한 마음이 다스려진다.
이처럼 마음의 훈련을 통해 몸도 마음도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는 내재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남긴 올림픽 선수들도, 산적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들도, 이제 다시 시작해보자! 레~디, 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