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하루를 남겨둔 날.
12월 초부터 매섭게 추웠던 날씨는 봄날의 시작처럼 온화하게 변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온통 흐릿한 운무로 뒤덮였고 습도도 높았다.
조망 좋기로 소문난 내장산 종주를 시작하면서 방해꾼으로 변한 날씨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추령 고갯마루 주차장에서 산불조심 간판이 있는 울타리가 내장산 들머리.
등로에 대한 안내가 잔소리로 들릴 만큼 내장산은 잘 알려진 산이다. 그러나 등산객들 중에는
내장산국립공원의 어느 산줄기가 호남정맥 마루금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내장산국립공원
은 백암산과 내장산,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고 남북을 양분하는 이 두 산의 산세는 난형난제나
다름없이 수려하다.
특이한 것은 두 산의 형세가 마주치는 새재봉에서 분기한 영산기맥이다. 자웅을 겨루는 두 산
의 힘이 흘러 넘쳐서 목포 앞바다까지 뻗어 내린 산줄기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이 두 산은 문
화적인 역사와 가치도 공유한다. 내장산에는 백제 무왕 37년(636년) 영은조사가 세우고 우여
곡절 끝에 중창을 거듭한 내장사가 있으며 백암산에는 백제 무왕 33년(632년) 여환대사가 창
건한 유서 깊은 천년 고찰 백양사가 있다.
추령에서 8분 쯤 수월하게 올라갔다.
북쪽이 절벽인 암릉지대 통과.
오른쪽의 추령봉과 정읍에서 올라오는 추령 고갯길의 조망이 좋은 곳.
추령에서 20분만에 1.1km 지점의 440봉 도착.
유군치 바로 앞에서 능선을 가로막아 쌓아둔 통나무와 마주쳤다.
추령과 유군치 사이의 능선은 생태보존구역이라서 출입을 금지키 위한 조치로 보인다.
올라갈수록 길은 가파르고 험상궂은 바위들이 나타났다.
440봉에서 33분만에 1.4km 지점의 장군봉(696m) 도착.
바람 한 줄기 불어오지 않고 습도가 높아서 땀이 마르지 않는다.
장군봉 전망바위에서.
왼쪽부터 내장산 주봉인 신선봉(763m),문필봉(673m),까치봉(717m),연지봉(671m),
연자봉으로 오르는 능선에서 내장사계곡을 내려다보다.
흰 건물은 연자봉 아래 케이블카 종점이고 맞은편 날카로운 봉우리는 서래봉.
기라성처럼 늘어선 내장산과 문필봉 그리고 연자봉.
장군봉에서 28분만에 1km 지점의 연자봉(675m) 도착.
문필봉에서 내려서자 내장사 갈림길.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금선계곡 아래로 내장사가 나온다.
상당히 힘겹게 올라가던 신선봉 된비알.
추울까봐 내복을 입고 왔더니 포근한 날씨에다 습도가 높아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연자봉에서 26분만에 1km 지점의 신선봉 도착.
내장산의 주봉으로서 정상을 헬기장으로 조성해 놓았다.
까치봉으로 가는 능선의 된비알.
까치봉능선의 삼거리.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가야 소죽엄재(소지갱이) 마루금으로 간다.
까치봉은 이곳에서 300m 벗어나 있어서 가지 않아도 되지만 조망이 좋아 다녀오기로 한다.
암릉에서 까치봉 정상을 바라보다.
까치봉의 된비알.
올라가는데 위에서 내려오던 등산객 중 한 명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오면서 조심해야할 곳이다.
신선봉에서 35분만에 1.5km 지점의 까치봉 도착.
까치봉의 동쪽, 지나온 장군봉과 연자봉, 문필봉, 신선봉.
까치봉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높이를 낮추며 소죽엄재(소지갱이)로 이어지다가
다시 백암산으로 솟구치는 정맥 마루금.
결코 만만치 않은 산줄기다.
까치봉 삼거리에서 이곳까지 급한 비탈을 계속 내려왔다.
591봉을 지나 직선으로 길이 잘 나있는 능선으로 내려가다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길을 잘못 갔는가 싶어서 200m 쯤 되돌아가자 무심코 지나친 로프가 있었다.
그 순간 로프 밑으로 내려가야 소지갱이로 가는 능선이라던 산대장의 주의사항이 기억났다.
지나쳐서 계속 갔더라면 골짜기에 닿은 후 다시 순창새재로 올라가는 알바를 할 뻔하였다.
로프는 소지갱이 방면으로 출입을 막기 위해서 국립공원관리소에서 쳐둔 것이다.
소지갱이로 가는 정맥의 마루금은 길도 잘 보이지 않고 험했다.
앞서간 정맥종주꾼들이 나무에 매달아둔 안내표지도 국립공원관리소에서 다 제거해버렸다.
이곳이 소지갱이, 혹은 소죽엄재(456m)로 불리는 능선이다.
내장산 신선봉 남쪽 골짜기 순창군 복흥면 봉덕리와 정읍시 남쪽 상교동을 잇는 옛고개다.
영산기맥 분기봉인 새재봉(535m).
왼쪽으로 내려가야 순창새재, 오른쪽은 목포 앞바다까지 이어지는 영산기맥 마루금.
까치봉에서 1시간54분만에 3km 지점의 순창새재(505m) 도착.
오른쪽 아래 정읍시 입암면 사람들이 추령으로 돌아가지 않고 왼쪽인 순창으로 넘나들었던 옛고개.
새재봉과 소지갱이 방면의 호남정맥 마루금 출입금지를 알리는 순창새재 안내판.
등줄기가 휠 정도로 올라가던 백암산의 된비알.
순창새재에서 46분만에 2.2km 지점의 백암산 상왕봉(741m) 도착.
백암산의 주봉으로서 내장산의 주봉인 신선봉과 달리 정상이 비좁은 암릉이다.
기린봉 안부 통과.
기린봉(731m)에서 백학봉 분기봉인 구암봉(722m)으로 이어지는 암릉.
왼쪽부터 구암봉(722m), 683봉, 백학봉(645m).
백학봉 아래 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인 백양사가 있다.
명물 소나무가 있던 전망바위 도착.
구암봉(722m)으로 올라가서 남쪽으로 비스듬히 60m를 내려간 곳의 헬기장.
이곳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 바로 내려가면 백학봉이고 왼쪽으로 틀면 683봉으로 내려간다.
백학봉은 정맥 마루금이 아니지만 백양사에서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이 많아서 길이 잘 나있다.
그러나 683봉을 지나 곡두재로 내려가는 정맥 마루금은 험난한데다 출입금지구역이기 때문에
등산객들이 다니지 않아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683봉으로 가는 험악한 암릉.
683봉에서 높이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호남정맥 마루금.
왼쪽부터 순창군 복흥면 덕흥리, 곡두저수지, 곡두재, 수목장림, 명지산(440m)
맑은 날씨라면 장성댐과 광주 무등산이 보이는데 흐린 날씨라서 더 이상 멀리 보이지 않는다.
683봉 아래는 경사각이 80도에 이르는 비탈이고 지루하게 내려간다.
길은 낙엽에 덮여 분별이 어렵고 조금만 발을 잘못 대딛어도 미끄러져서 넘어지는 바람에 고생을 했다.
곡두재(325m) 통과.
왼쪽 순창군 복흥면 지역은 해발 300m 이상의 평지라서 곡두재와 높이의 차이를 못 느낀다.
그러나 오른쪽인 백학봉 아래 백양사 골짜기는 해발 150m이기 때문에 급경사를 이룬다.
수목장림 통과.
수목장을 치룬 유족과 참배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여기저기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407봉을 넘어 안부(355m)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힘들게 올라가던 420고지.
왼쪽 아래 명지마을이 보이던 능선을 지나며.
종착지인 강선굴재를 1.4km 남겨둔 지점이다.
백암산 상왕봉에서 2시간17분만에 4.8km 지점의 명지산(440m) 도착.
장거리 산행에 지친 종주꾼들의 심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고맙게도 긴 의자를 설치해두었다.
명지산에서 내려가는 길도 제법 비탈지다.
중평용산길 통과하여 345봉으로 올라간다.
이 산길은 왼쪽의 순창군 복흥면 지선리에서 407봉 남쪽 산비탈의 중평마을까지 올라간다.
345봉을 내려가는 능선의 묘지에서 종착지가 보였다 .
왼쪽부터 475봉, 대각산(528m), 509봉, 지선교차로(하산종착지), 강선굴재(315m), 강선마을.
다음 구간에 올라가야할 산이 대각산이다.
345봉에서 내려가는 길도 제법 비탈지다.
내려가다 통나무계단에서 미끄러지면서 손가락에 찰과상을 입었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다고 방심한 탓이다.
강선굴재 지선교차로로 내려가는 마을길에 도착.
오른쪽 길은 정맥 마루금이 아닌 360봉 묘지로 올라가니까 왼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추령에서 7시간43분만에 17km 지점의 지선교차로 도착.
이곳에서 남쪽으로 약 350m까지가 강선굴재(315m)에 해당된다.
고갯마루는 대각산에서 서남쪽의 옥여봉(465m)으로 이어진 안부에 있다.
지선교차로에서 330m 남쪽인데 고갯길이 나면서 조금 깎이는 바람에 높이가 같아졌다.
이 고갯길은 정읍과 순창을 잇는 21번 국도와 정읍과 장성을 잇는 1번 국도를 연결한다.
지난 구간에 지나온 추령봉 북쪽의 봉령재 복흥터널이 강선굴재와 연결된다.
왼쪽 산비탈이 다음 구간에 올라가야할 대각산 자락이다.
“ 동기 여러분, 새해에도 부지런히 산행을 즐겨서 건강을 도모하고 만사형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