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한강진역과 연결되는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이다. 영국의 <오페라의 유령> 공연이 성황리에 열리고, 영화 '인터스텔라'의 책장 공간으로 소문난 '북파크'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종이로 만든 책들이 아닌, 방들(rooms)로 이루어진 책이 전시되어 있는 '아마도 예술 공간'에서 권남희 개인전 <A Book + OFF KAWARA>전시까지 하루 스케줄을 오롯이 채운 날이었다.
'북파크'는 서점의 기능을 기본으로 북 콘서트, DIY 클래스, 미팅룸 대관, 카페, 서재 서비스 까지 망라한 복합 공간이다. 아래 사진은 2층에 있는 서점 계산대이다.
3층으로 올라가 구경하며 내려오기로 했다. 2014년 개봉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매튜 맥커너히가 블랙홀에 빠져 딸의 책장을 넘다 드는 장면이 기억나는가? 시공간을 초월해 자신의 딸에게 신호를 보내려 했던 4차원 장면이다. '북파크'를 거기에 나온 책장 공간에 비유하기도 한다^^
멕시코시티의 '호세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이 사실상 인터스텔라의 책장 장면과 가장 유사하다고 회자되고 있기는 하다. 가보고 싶다~
3층 한 켠에 'STAGE 631'이 자리한다. 연극, 영화,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기 위한 대학 입시를 겨냥하는 아카데미이다. 대표가 옛 HOT 멤버 토니안이다.
3층의 또 다른 한 켠은 '북파크 라운지'이다. MBC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의 촬영으로 화제가 된 곳이다. 하루 이용료는 9,900이다. 트렌드에 따라 북 큐레이터에 의해 선정된 3,000권의 도서들을 마음대로 볼 수 있다. 리클라이너와 단독 부스까지 겸비되어 있으며, 프리미엄카페에서 음료도 마실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좋은 언텍트 장소로 추천한다.
2층을 둘러싸고 있는 기운이다. 갈색의 나무 인테리어와 노란빛의 조명들로 내부가 아늑하다. 무엇보다 설계에 있어 아래 사진의 왼쪽과 같은 책장이 1층에서부터 3층까지 연결되어 공간감이 확대되었다.
2층은 서점 테마파크 같다. 군데군데 지루할 틈 없이 꾸며놓은 테마별 공간들이 즐비하다.
아래 칸의 여러 개의 부스들은 각기 테마별로 꾸며져 있고, 위층 계단을 통해 들어가면 미팅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한 서점이라기 보다는 여기에 뭐가 있을까, 저기에 뭐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내가 좋아하는 구석탱이로 들어왔다. 다른 곳들을 다닐 때 높은 곳에 있는 책들을 내가 직접 꺼내서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이곳은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안내서가 붙은 의자가 구비되어 있다~
요즘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심리학 인문 도서 코너에 사람들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모든 것이 마인트 콘트롤이긴 하다. 그때는 몰랐는데, 사진을 확대하고 보니 아래 사진 천장의 전등이 책들에 붙어 있다. 센스가 돋보이는 인테리어이다!
1층으로 내려왔다. 사진은 1층에서 바라본 2층으로 올라가는 층계이다.
1층에서 촬영한 것으로, 왼쪽 책장이 1,2,3층을 관통하고 있다. 이 공간을 인터스텔라에서처럼 둥실둥실 떠 다니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아마도 예술 공간'이다. 옛 건물을 가지고 날 것 그대로 전시관으로 꾸민 곳이다. 아래 사진의 건물에서 1층 왼쪽은 식당이고, 오른쪽 파트가 전시관이다. 이곳은 전시가 바뀔 때마다 오려고 한다. 식상하지 않고, 새로운 개념의 전시들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2020. 7. 17~8.6 까지 진행한 권남희 개인전 <A BOOK>(2020), <OFF KAWARA>(2020), <하얀 벽 사진>(2020) 3개 주제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블루스퀘어 건물의 '북파크'와 같은 주제인 듯 'A BOOK'이 어떻게 변주하는지 살펴보자.
위 사진에서 샷시 내부의 모습이다. A BOOK이라고 프린트한 글자가 벽면 위에 쓰여져 있다. 책이 시작된다.
네온 숫자 -1-이 보인다. 이 방에 전시되어 있는 것은 전기로 연결되어 있는 네온사인이 전부이다. '1페이지' 또는 '제1장'일수도 있으리라.
2페이지로 넘겼다. 다른 방이다.
3페이지는 장면 전환이 일어난다. 어떻게 전환되는지는 관람객에게 맡긴다.
2번과 3번의 경계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어느 곳으로 갈까 하면서 경계선 문지방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사람들 중에 나도 있다.
4번으로 가려면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지하1층이다. 아래 사진 왼쪽 벽에 액자 3개가 걸려 있는데, 이것의 작가의 또 다른 주제 <하얀 벽 사진>(2020)이다. 브로셔가 아니었으면, 작품인지 모르고 지나쳤을 법하다.
가까이 보니 그냥 하얀색, 아무것도 없는 동일한 액자 3개이다. 아무것도 아닌 내용을 담은 액자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표방하듯, 관람객이 알아서 채워라 하는 듯하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자유를 부여받는 것보다 사실은 그냥 답을 알려주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 쉽고 편하다. 샤르트르가 말한 저주된 자유, 인간은 그 자유를 선택하며 살아야 한다.
옆 방으로 들어가니 책 페이지가 이어진다. 4번 페이지이다.
5번 페이지와 6번 페이지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방들을 표현하기 위해 한 컷으로 찍었다.
6번 페이지인데, 4,5,6번 방은 동일한 구조, 동일한 색상, 동일한 크기로 동일한 느낌이다. 반복되는 페이지 같았다.
지하는 4,5,6 페이지로 끝난다. 책을 계속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1층(1,2,3 페이지)과 지하1층(4,5,6 페이지)을 지났으니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의 옥탑방이다.
옥탑방이 7 페이지이다. 권남희 작가 왈, "서점을 채운 많은 책에 압도되었던 경험과 지식이 주는 현기증을 느끼면서 서점 안 모든 책이 페이지 번호만 남은 하얀 책이 되는 상상을 했을 때 느껴졌던 청량감이 있다."라고 했다. '북파크'에 있다가 오니 무지하게 공감된다.
계속 책을 읽기(?) 위해 반층을 더 올라간다. 이 집 구조를 보면 처음부터 이렇게 설계하여 지었다기 보다는, 살다가 뭔가를 덧붙이고 떼우고 이어붙여 계속 축적된 시간에 대한 공간을 구현했다는 느낌이다.
문을 열고 들어오니, 소독젤과 방문객 리스트가 적힌 종이와 펜이 놓여 있다. 여기가 처음 입구였나... 참고로 이곳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좋다. CC TV로 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방을 둘러보니 11 페이지 네온 사인이 보였다.
다른 각도로 이 방을 다시 찍은 것인데, 11페이지 방에서 연결된 방들이 보인다. 다른 페이지들일 것이다.
위 사진 오른쪽 방으로 들어가니 10 페이지이다.
그 방에 또 다른 차원처럼 연결되어 있는 방이 있다. 층계를 올라가니, 작가의 또 다른 주제 <OFF KAWARA>(2020) 전시 공간이었다.
권남희 작가기 개념미술작가 온 가와라(On KAWARA)를 오마주한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Off KAWARA인가보다. 온 가와라를 검색해 보니 '501 위대한 화가'에 있는 아티스트다.
온 가와라는 2014년 타계했다. 온(on)이 그가 살아 있을 때라면, <OFF KAWARA>는 그가 사라져 off가 된 상태를 말한다. 인간의 유한성을 현존하는 작가로 이어온 듯한다. 2020년 1월 1일부터 작가의 시간을 표현한 작품이다.
방을 둘러 날짜가 새겨 있는 플레이트가 전시되어 있다.
방 둘레, 사면을 돌아 2020년 1월 1일부터 2월 5일까지이다.
그 방을 나와 다른 방으로 건너가니, 9 페이지 방이 나온다.
그리고 그 옆방이 8 페이지 이다. 구조가 특이하다. 과거 욕실이었던 듯하다.
전시가 끝났나 보다. 정리하면 1번부터 11번까지의 방들이 있는데, 생각해 보면 반드시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그런 일반 책의 개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입구로 나오면서 에어콘에 찍혀 있는 온도인 28이라는 숫자가 <A BOOK>전시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들었다. 11 페이지에서 차원을 뛰어 넘어, 28 페이지로 단숨에 건너 뛰었다는^^
밖으로 나오니 옆 구석으로 파란색 테이블과 의자가 보인다. 주변 환경과 언밸러스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반드시 뭔가 조화로워야 하고, 뭔가 균형잡혀 있어야 한다는 것도 편견이다.
방 하나가 한 챕터이면, '11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한 권의 책'은 '이 집'이런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