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단협에 잠정합의하기 까지 대기업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위해 고민했다" 지난 19일 현대차 노사가 올해 39차례나 임단협
협상을 벌인 끝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뒤 하부영 노조지부장이 한 말이다. 그는 또 "노조와 조합원들을 가장 괴롭힌 것은 `노동 귀족`이라는
꼬리표"라고도 했다. 하 지부장은 강성노조 출신이다. 그런 그가 노조와 사회의 융합을 시사했고 노조 자체에 대한 자성도 암시했다.
하 지부장이 이렇게 말한 뒤 사흘 만에 조합원들이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노조원들이 보기에 임금과 성과급 인상폭이 예년에 비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사가 26일 재협상에 들어간다지만 일정상 올해 안에 타결되긴 어렵다. 해를 넘겨서라도 받을 만큼 받아 내겠다는 것이
현대차 노조원들의 생각인 것이다. 결국 사회적 책임이나 연대는 애당초 노조 지부장 한 사람의 부르짖음이었을 뿐 노조원들과는 무관한
셈이었다.
현대차 노조원들은 그 동안 받아둔 임금이 있으니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한두 달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협력업체는 하루가
지옥이다. 본 공장에서 차가 쑥쑥 생산돼야 부품업체들이 회사로부터 조금씩 미리 기성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 수천억 원 어치를 만들지
못했으니 회사에 대고 돈 달라는 말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올해 내 현대차 임단협이 타결될 것이란 전망에 들떴던 지역 소상인들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임단협을 타결하면 당장 시중에 흘러나오는 돈이 무려 1천 500억원에 가깝다. 이번 잠정합의안에서 나타난 성과급
300%+280만만원 지급으로만 따져도 현대차 직원 2만 5천여명에게 나가는 돈이 이 정도는 된다. 이중 일부만 울산 시중에 풀려도 연말 경기
한파에 시달리는 소상공인들이 그나마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금의 존재가치를 쌓기까지 울산시민들이 큰 힘을 보탰다.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파업하는 노조에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내심 그들의 파업에 동조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 결과 근로자 1인당 연 평균 임금이 일본 주요 자동차 생산업체 근로자 보다 많을 정도가
됐다. 그럼에도 지금 수령하는 임금이 부족하니 더 올려 달라고 한다. 한해 말단 공무원 연봉의 약 5 배를 받는 사람들이 이런 요구를 하면서도
미안해하는 구석이 보이질 않는다. 노조원들이 스스로 생각해도 욕심이 과하지 않는가.
기사입력: 2017/12/25 [16:06]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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