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2편 - 불교도시의 밤하늘
니후쓰히메신사의 홍교 모델들, 복 받는 다리에서 복 많이 받으시겠어요. ^^
헤질녘 경관이 참 근사하네요.
해발 800m의 산중 불교 신앙도시 고야산 향하는 길.
수년간 공사중이던 진입로 공사가 끝나서 예전보다 꽤 빨리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900년 역사의 렌겐조우인 사찰입니다. 한문으로 하면 연화정원(蓮花定院)입니다.
고야산은 5번째 방문인데, 이곳에서만 4번째 템플스테이를 하게 되네요. ^^
입구 등에 있는 엽전 6개 문장이 익숙하시지요?
점심 식사 했던 소바집에서도 보았던 사나다 가문의 문장입니다.
사나다 가문에서 전란을 피해 이곳 고야산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인연이 이어진 것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입구 왼쪽이 본당입니다.
템플스테이 방배정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중.
주지스님께서 저녁 예불을 올리기 위해 법당을 향하십니다.
5년 전부터 거의 해마다 찾는데, 늘 변함 없으신 듯 해요.
도라님과 제가 배정받은 방입니다. 후스마에(벽장화)가 참 아름다운 방이었습니다.
꽤 여러개의 복도를 지나야 식당과 불당이 있는 입구까지 간답니다.
꽤 걸어야 하지만 기분 좋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은 복도 옆에 조성되어 있는 정원들 덕분입니다.
이건 또 다른 복도의 정원입니다.
이런 복도를 오가던 불편함도 이젠 그리워지네요.
사나다촌이라는 휘호가 걸린 방에서 일본식 사찰요리인 '정진료리' 정찬을 받았습니다.
사나다 가문의 후원을 받은 보리사 답게 찻잔 하나에도 사나다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사나다 유키무라라는 장군의 인기가 워낙 높다보니 그 덕에 이 사찰을 찾는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맛나게 드세요..^^
정갈하게 준비되는 일본의 사찰음식입니다.
우리의 템플스테이와 다른 것은 술을 주문해도 스스럼 없이 스님이 서빙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일본의 사찰은 료칸과 같은 숙박시설의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사찰 건물이 예전에는 가장 잘 지어진 건축물이었기에 중요한 손님이 오면 사찰로 안내하는 것이
예우로 통했거든요. 숙박시설 그 이상을 넘어서 지금의 여행사 같은 역할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도 일본에서 템플스테이를 할 때는 종교적으로 강요하는 부분이 없으며
비교적 편하게 머물 수 있습니다. 예불도 원하는 분들만 참여하면 되고요.
우리 다 먹고 난 후 사람 좋아 보이는 젊은 스님 한분이 빈그릇 치우는 모습이 이채로워 한 컷 남겼습니다. ^^
식사 후 대중탕으로 목욕하러 가는 중에 예불 드리는 모습을 포착!
이 방은 본당 옆에 딸린 작은 법당이랍니다.
작년까지만해도 탕이 하나뿐이어서 시간대별로 남녀가 번갈아가며 썼는데,
이번에 가보니 남녀탕이 드디어 구분되었더라요. 손님이 많아졌다는 것이겠지요?
참고로 레겐조우인(연화정원)에는 총 48개의 템플스테이용 방이 있다고 합니다.
이 길고 긴 건물을 가진 이 사찰에서 가장 외곽에 떨어진 방의 벽장 같은 문을 열으니 이런 법당이 나왔어요. 남쪽의 정문 쪽에 본당이 있으니 가장 먼 서북쪽 방에 이런 불당을 만들었나 봅니다
아무튼 향 냄새 때문에 이 방을 배정받으신 분은 방을 바꾸셨지요. ^^
저 길고 긴 복도를 몇 개 통과해야 입구부터 우리방까지 오게 됩니다.
이런 정원도 지나게 되고요. ^^
고야산 야간산책을 나가는 중에 촬영한 렌겐조우인 본당의 모습입니다.
별이 가득한 맑은 밤하늘입니다. 고야산의 백미 중 하나는 야간산책이지요.
고야산에서 1,400년 전 홍법대사가 가장 먼저 세운 강당 건물을 중심으로 메인 건물들을
야간 경관조명을 비추거든요. 특히 이런 철에는 단풍까지 가세한답니다. ^^
함께 밤 산책을 나선 분들입니다. 꽤 많이 나오셨어요. ^^
단상가람 가는 길의 단풍로드. 아직 완전한 단풍은 보기 어려웠네요.
왼쪽의 금당과 오른쪽의 근본대탑(콘폰다이토) 앞에서 기념촬영. 찰칵!
뒤쪽에 자리한 전각들에도 포커스를 맞춰봅니다.
4년 전에 이와 똑겉은 앵글로 찍은 것이 인상에 남아서 다시 촬영했는데, 역시나 멋자네요.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의 잔치입니다
제 마음에는 벅찬 감동이 수를 놓는 시간...
곳곳에 야간촬영 욕심을 부르는 곳들이 자리합니다.
사진은 홍법대사 쿠카이를 모신 어영당입니다. 밤에도 붉은 등을 켜고 있군요.
오밀조밀한 야간 경관 입체감이 참 좋네요.
야간 산책할 때 같이 다니면서 이런저런 말씀 드리고 싶었으나,
삼각대 꽂고 이런 장면들 담고 싶어서 단상가람에서 30분간 자유시간을 드렸답니다. 쓰미사셍 ^^;
돌아가는 길
다시 숙소로 귀환합니다.
이 나무복도가 벌써 그립네요.
하룻밤이 지나고 이틀 째 05시50분, 예불 드리는 팀과 새벽산책팀으로 나뉘어 조식 전 일정을 갖습니다.
참여를 위한 하나둘 회원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렌겐조우인의 지천회유식 정원 중에는 메인격인 곳입니다.
물을 쓰지 않는 이런 식이 정원은 마를 고(枯)자를 써서 표기하는 고산수입니다.
우리 표현으로 마른산수식 정원이라고도 부르지요. 돌을 올려 놓으면 석정이 되고요.
저는 새벽산책팀 리딩을 위해 나왔습니다.
렌겐조우인에 묵으면 아침에 꼭 가보는 여인당 가는 길입니다.
렌겐조우인 사찰이 고야산 서북단 끝에 자리하기에 걸어서 여인당까지 5분이면 닿아요.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여인당입니다.
이 집은 금녀의 공간인 고야산에 들지 못한 여인네들이 고야산 경계의 언저리를 걷다 쉬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여인당은 모두 7개가 있을만큼 출입이 금지된 여인들조차 고야산에 대한
애정은 그야말로 맹목적이었습니다.
이런 여성출입은 폐불이 일어나고 대처승이 허용된 메이지유신때 전까지 무려 천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여인도 라는 길은 지금도 있는데요. 자세한 여인도 이야기는 다음편에... ^^
첫댓글 사진속에 렌겐조우인에서 못보고 지나친 곳들을보니
여행중에는 힘들더라도 한 발짝 더 움직여야겠단 생각이드네요. ㅎㅎ
그게 반반인 것 같아요. 그냥 느긋하게 감상하며 마음으로 느끼는 것도 여행의 하나이니 말이지요.
저야 사진으로 무언가를 남겨야 하는 입장이니 일단은 돌아봐야 직성이 풀리죠. ^^
벽장화에 무엇이 그려져 있었는지..생각도 안납니다~
첫날 설레임에 여유를 가지지 못한탓이겠지요~
저도 사진을 찍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수 있겠어요.
사진을 촬영함으로 하여 또 하나의 네모난 시선을 갖는다는 이점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 ^^
홍교에서 복받을 기회를 주신 발견이님께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ㅎㅎ
렌겐조윈에서의 하룻밤은 정말 기대이상..ㅎㅎ
일본의 절집 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시간였었어요~~..
아침 예불 경험하느라 가보지 못 한 여인당의 모습까지
아주 즐거운 후기 읽기 입니다~~..
감사해요~~~
반야심경 이불을 덮고 주무시고는 아침 예불 참여하셨군요. ^^
저는 첫해와 다음해 두 번 참석하고는 안가고 있어요.
첫해만 미디어로 참석하니 사진촬영하게 해주더라고요. ^^
야간산책에서 주신 여유시간에 요런 멋진 작품을 남기려는
발견이님의 깜찍한(?) 의도가 숨어있었군요 ..
네. 저는 30분도 모자라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밤새 별 궤적 사진을 담고 싶었답니다.
쓰미마셍~~
이시라니요!!!!!
그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않으셨다면
전
고야산에서
길잃은 여인이 됐을지도
몰라요..... ㅎ
그런데
지금도 풀리지않는 미스테리는
분명 바로 눈 앞에 걸어가고들
계셨더랬는데
사진 두컷 찍고났더니
마치 일루젼 효과처럼
일순간 모두 사라지고 안 계시더라는!!!!!
야간산책 초입에 돌아오는길 설명타임에
마침 서울서 걸려온 전화로
아무 내용도 못들은 저는
하마터면
고아되는 줄 알고....
깜놀했었다는!!!!
생명의??? 은인,귀인
발견이님!!!
혼또니 아리가또고자이마시타!!!!
그건 저도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예요. 모두 모여계신 걸 보고 딱 한컷 촬영하고 왔는데,
다들 신기루처럼 사라지시고, 저 멀리 훌쩍이고 계신 여인 한분만 뵈더라고요... 신기방기..
숙소가 재밌었어요.
우리 방의 벽장 같은 문을 여니 우리 일행의 또다른 방.
그방의 다른 문을 여니 토로님 방~~~
방 3개가 문을 열면 하나로 통하더군요.
테이블 밑에는 열선이 있어서 코트를 꼽고 다들 발을 넣고 둘러 앉으면 따뜻 했지요,
우리의 여행처럼^^
사찰이라 불편할줄 알았는데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참 연화정원의 밥은 고소한 밥향기와 함께 참 맛났어요.
알타리 김치와 함께 먹으면 한 밥통 다 먹을수 있을듯 ㅎㅎ
코다찌(다리 넣으면 따스한 책상)는 한겨울 일본에서의 큰 재미 중 하나지요.
거기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수다 떠는 맛이 정말 기막히잖아요.
연화정원의 고소한 밥 향이 나는 듯해요. 상기되네요. 감사.. ^^
@발견이(윤문기) 제 남편이 즐겨보는 남남북녀 결혼하는 그 프로에서
심건호 부부한테 일본팬이 선물로 보내준 그거이
코다찌...ㅎㅎㅎ
역시...
보고나니...새로운 눈으로 열리는 이 맛!
여행이 주는
매력중 하나예요~~ㅎㅎ
저도 첫날 사찰에서의 밤이 참 좋았답니다.
미로 처럼 연결된 구조도 신기했고,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마치 신디사이저를 틀어 놓은 듯 해서 전율이 흐르더라구요.
정결함 그 자체인 식사도 좋았구요.
아. 신디사이저 맞아요. ㅎ. 생각보다 밤기온이 낮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대중탕도 두개로 늘어난 것도 좋았구요. ^^
그 곳 이름이 홍법대사 쿠사이를 모신 어영당이였군요.
그날 야간산책 중에 제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곳이였지요.
붉은빛 감도는 노란 등불이 창호에 반사되고 거북이 모양 그림자가 줄을 잇고 나무 그림자가 어리던 곳~
전각에 어스름한 빛이 너무 좋아 한참을 핸폰을 들고 고민하다 왔지요...
분위기가 아주 인상적이였어요. 그 모든 것이 발견이님 사진에 나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