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말씀전례의 주제는 "혼인의 기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매일미사책 안내에 있는 것처럼,
"주님이시며 신랑이신 그리스도와 맺는 영원한 혼인의 기쁨"입니다.
새삼 이 봉명동 성당 처음 왔을 때에 말씀드렸던 것이 기억납니다.
"저는 이곳에서 기쁨을 모토로 살겠습니다."
많은 반성이 듭니다.
기쁨을 생활화하지 못했던 날들,
제대로 정확하게 일한다는 생각에 정색해했던 모습,
교우들 측면에서 사제를 어려워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데도
이를 헤아리거나 배려하지 못한 측면들...
너무 영적인 기쁨을 강조하다보니 육적인 기쁨,
가벼운 기쁨, 일상의 기쁨은 소홀하게 지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교우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고
이 자리를 빌어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행여나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상처받으시거나
맘 상하신 부분이 있다면
용서해주시고 미숙한 사제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전례는
영적인 기쁨, 영원한 기쁨,
신랑이신 그리스도와 맺어지는 혼인의 기쁨이 제기됩니다.
우리의 기쁨은 이 영적인 기쁨,
주님을 바라는 희망으로 제시된 영원한 기쁨을 모티브로 하여 살아갈 때
육적이고 가벼운 일상의 기쁨으로 표현되고 흘러나올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더 먼저,
주님께서 우리를 향한 기쁨이 우리 기쁨의 원인이 됩니다.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듯
너의 하느님께서는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시리라."
오늘 1독서의 마지막 말씀입니다.
주님께서 부부로 맺어지는 기쁨처럼
나로 인해 기뻐하시기 때문에
우리도 기쁨으로 마주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깨끗이 하는 정화수를 기쁨의 포도주로 만드신 것처럼
우리가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 곁에 머무를 때
빠스카이신 주님께서는
말씀과 성사를 통해 기쁨을 우리에게 날라다 주십니다.
혼인잔치에 참여한 사람은 포도주를 마시고 기뻐하고 감사하면 됩니다.
그렇게 기쁨을 누리는 것이 주님을 보람되게 합니다.
그렇게 감사하는 것이 주님을 흐뭇하게 합니다.
저는 이곳 천안봉명동 성당에서 말씀과 성사를 통해,
여러분들과 함께 기쁨을 누렸습니다.
주님 덕분에, 여러분들 덕분에
감사로이 잘 지내다 갑니다.
이 마지막 주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주님께 감사와 찬미 영광을 드립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여러분들을 통해 찬미 영광 받으시길 빕니다.
생각날 때마다, 기억날 때마다 기도해주시면 좋겠고
저도 여러분들을 기억할 때마다 성호경을 긋겠습니다.
평화의 주님께서 이곳 천안봉명동 성당을 기쁨으로 돌보아 주시길...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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