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
손 원
내가 사는 곳은 대구시 외곽지역의 신도시 지역이다. 생활환경이 좋아 살기 좋은 동네로 내놓고 싶다. 누구나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가 최고라고 여기겠지만 내 생각에 우리 동네가 전원도시의 면모를 갖춘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거지 인근에 금호강이 흐르고, 강창교가 강을 가로지른다. 강창교 상·하류로 길이가 3km, 폭이 강폭만큼 되는 고수부지가 있어 많은 주민이 애용하고 있다. 조금 아래 낙동강과 합류하는 지점에 달성습지가 있고 시민 휴식 공간으로 꾸며진 디아크와 강정고령보가 있다. 가끔 강변을 거닐면 생태계의 오묘함을 만끽하기도 한다. 금호강 하류의 물결은 잔잔하다. 한 낮이면 가끔 수면을 뛰어오르는 물고기와 이를 낚아채려 물속을 곤두박질치는 가마우지가 잔잔한 동심원의 물결을 일으킨다.
늦은 오후에는 수백 마리의 물닭이 유유히 물 위를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에 사는 닭과 비슷한 새라고 하여 물닭이라 불리지만, 닭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벤치에 앉아 갈대밭을 오가는 물닭을 유심히 살펴보니 이마와 부리는 흰색이고 머리는 아주 검고 몸의 깃털은 검게 보이기도 하고 방향에 따라 짙은 회색으로도 보인다. 무리를 지어 물가로 올라와서 풀속을 헤집기도 한다. 눈을 돌려 제방쪽 언덕을 본다. 그 곳에는 최근에 조성된 '댓잎 소리길'이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길이 약 800m의 산책길에 대나무 8천여 본이 식재된 울창한 숲길이다. 대나무 종류로는 줄기가 검은 오죽(烏竹)과 더불어 노란 금죽(金竹) 등 10여 종류가 있고, 대나무 숲속 곳곳에 판다 조형물을 비롯하여 곳곳에 대나무 의자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최상의 산책길이자 쉼터가 되고 있다. 이 길은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로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산책길을 사이에 두고 우거진 대나무 숲속은 마치 터널 속을 걷는 기분이다. 상쾌한 숲속은 바람 소리와 새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언덕위 대나무 숲길을 걷기도 하고 강변의 산책로를 번갈아 걸을 수도 있다. 약 10여 분 정도 걸어가면 '디아크(The ARC)' 건축물에 이른다. 디아크 건축물은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끝자락에 있다. 디아크 건축물은 미술관으로, 외형이 마치 물새가 물을 차고 날아오르는 순간의 물방울 같기도 하고, 돛배, 고래, 고무신 등 다양한 모습으로도 보인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지하 1층에는 상설전시실과 세미나실 및 다목적전시실로 꾸며져 있고, 지상 1층 및 2층에는 써클 영상실, 지상 3층은 카페를 비롯하여 전망대가 있다.
디아크 건축물을 돌아 낙동강 변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강정고령보를 만나는데, 강정고령보는 경북 고령군 다산면과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걸쳐 있는 낙동강의 보(洑)이자 교량으로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정비 사업으로 건설되었다. 강정고령보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다. 인근에 카페와 식당, 상가들이 즐비하여 계모임 장소로도 인기가 있다.
무엇보다도 달성습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습지 또한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역에 있는 총면적 2㎢(약 60만 5,000평)의 하천 습지이다.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로 사계절 다양한 식생을 볼 수 있는 자연생태의 보고이다. 봄이면 갓꽃, 여름이면 기생초, 가을이면 억새와 갈대가 장관을 이룬다. 늦여름이면 달성군에서 가꾼 코스모스 꽃밭도 장관이다.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등 철새도래지로 명성이 높다. 지금은 백로나 왜가리 등의 철새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종으로 지정된 맹꽁이 등을 볼 수 있다. 생태학습관도 있어 습지 내 서식하는 생물종과 관련된 흥미 있고 다양한 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달성습지 숲길, 맹꽁이 학습장, 사전학습장 등 많은 체험을 함께할 수도 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오염된 금호강은 악취 때문에 가까이 가기를 꺼렸으나, 지금은 세천교, 강창교, 디아크로 이어지는 널따란 고수부지 산책길과 자전거도로에 사람들로 붐빈다. 파크골프장도 조성되어 있어 파란 잔디, 출렁이는 맑은 물, 대나무 숲을 지나는 산책길, 더 멀리 가면 강정보, 달성습지로 이어지는 코스는 최고의 힐링장소다. 이러한 힐링 장소가 집 근처에 있어 좋다. 그뿐만 아니라 신도시로서 상가와 병의원도 넘쳐나는 등 생활 여건도 괜찮다. 도심과는 비교적 멀지만, 지하철이 있고 달구벌대로가 관통하여 교통 여건도 좋다. 무엇보다도 집값이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다. 이런 동네에서 산다고 생각하니 마음만은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2023. 2. 27.)
첫댓글 손원선생님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면 글이 아름답고 다른 사람에도 긍정의 마음을 줍니다. 더욱 분발해서 멋진 글을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