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권섭 | 날짜 : 12-06-19 09:00 조회 : 1859 |
| | | 철원
철원에서 1박 2일 문학기행. 당일은 군 내무반 병영에서, 이튿날은 철원 유적지 답사다. 식당에 갔다. 젊은 영양사, 조리사가 하얀 가운을 입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맞이하니 오랜 친구를 만남과 같이 분위기가 포근하다. 줄을 서서 배식 판을 집으니 과거는 황색 플라스틱이었는데 산뜻한 스테인리스 스틸로 바뀌었다. 밥을 푸는데 검정콩을 넣는 쌀밥이 찰지고 냄새가 구수하다. 쌀은 ‘철원 오대 쌀’이라고 한다. ‘지반이 늦게 형성되어 기가 왕성한 지질에서 자란 쌀이라 단단하고 낱알이 크다’고 한다. 내가 당시 먹었던 밥은 보리 섞은 군내 나는 밥이었는데, 이젠 고소하고 맛이 있다. 반찬은 육류, 상추, 오뎅조림, 나물, 김치에, 국은 동태 넣은 무국인데 맛깔스럽고 먹음직하다. 그 때에는 반찬이라고는 소금에 절인 무, 어쩌다 육류가 나오는 날은 황우 도강 탕, 생선으로 도루묵이 나올 때는 ‘모기 눈물만큼’ 들어 있는 국이었다. 저녁에는 식후 매실 음료가 나오고, 아침에는 누룽지가 구수하다. 지금 병사들은 여느 가정 식사보다 훌륭한 음식을 먹고 군대생활 한다. 식사 후 내무반에 갔다. 깨끗한 타일 바닥, 이부자리는 비단과 면이 섞인 폴리에스텔 이불이다. 케케묵은 담요와 딱딱한 매트리스에서 자던 때가 나의 군대 생활이었는데 격세지감이다. 개인 사물함도 넓고 시근장치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옷 도 걸게 되어 있다. 샤워 실은 우아한 타일 제재로 깨끗한 공간에 냉온수가 철철 나온다. 개인 옷 넣는 함도 있다. 화장실은 몇 개의 비데와, 수세식으로 되어 있는데, ○○킴벌리에서 나온 대형 화장지가 걸려있다. 당시에는 퐁당 재래식 변소에서 뒤보고 화장지가 없어 매번 쩔쩔맸다. 목욕이라고는 한 달에 한번, 10 여 평의 목욕탕에 100여명이 탕 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목욕 잘 한 것이다. 내무반은 에어컨 시설에 대형 디지털 TV, 창문은 이중 하이새시에 방충망이 설치되었다. 보온도 잘 되고 모기는 물론 작은 해충도 얼씬할 수 없게 완벽하다. 옛날에는 하도 불결하여, 몸빛이 회백색인 작은 벌레 이가 득실하였다. 이를 물리치기 위하여 ‘디디티’를 흠뻑 뿌리는 것이 다반사였는데 오늘날의 군 내무반은 산뜻하고 깔끔하여 이는 고사하고 파리도 범 잡을 수 없게 청결하다. 요즘 디디티는 환경오염물질이라고 해서 밭에 뿌리는 것도 금한다. 당시에는 사람 몸에 뿌려야, 긁지 않고 이의 고통에서 피하여 잠을 잘 수 있었으니, 오호라 통재여! 철원의 문학기행 첫 코스는, ‘승일교’. 북한 정권하인 1948년 북한에서 군사도로로 사용하기 위하여 구소련의 유럽식 공법으로 2개의 교각이 완성(다리 절반)될 무렵 6.25전쟁 때 공사가 중단 되었다가, 휴전 후 우리 정부에서 다른 공법으로 1958년 준공 했다. 남북한 부조화의 합작 다리다. 다리 명칭도 이승만의 승, 김일성의 일자를 따서 승일교라는 명칭도 있다. 그러나 6.25전쟁 때 한탄강을 건너 북진하던 중 전사한 것으로 알려진 ‘박승일대령의 이름을 땄다’는 설이 정설로 되어 있다. 한탄강에는 또 다른 다리가 2개가 있는데 모두 당시 부대장 이름이다. 백마고지는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약 3km 북방에 위치한 무명의 작은 고지로서 6.25전쟁 때 이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국군과 중공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심한 포격으로 산등성이가 처절하게 변모한 山容이 흡사 ‘백마가 누워있는 모습과 비슷하여’, ‘백마고지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무명의 작은 고지를 놓고 한국군 보병 제9사단장과 중공 제38군 3개 사단이 전력을 기울려 열흘간 24차례나 주인이 바뀔 정도로 혈전을 벌인 끝에 우리국군의 승리로 얻은 고지. 이로서 철원평야를 차지함으로 차기 작전에 유리한 발판을 굳혔다. 빼앗긴 북에서는 '김일성이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고 한다. 이 전투를 기념하여 전적지에 기념관, 상승각, 호국 영령 충혼비, 위령비가 건립되어 있다. 전적지 끝쪽에서 북으로 DMZ내 백마고지가 보인다. 군사보호 구역으로 사진 촬영도 금한다.
빼어난 단편들로 1930년대 근대 문학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소설가 尙虛 이태준의 문학비와 흉상을 보았다. 조그맣고 초라하다. 철원군 대마리 이태준생가 부근 마을 회관인 두루미평화관 마당에 위치하고 있다. 그는 6.25 때 월북하여, 참전용사인 주민들이 ‘월북작가’의 비 건립을 반대했기 때문에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문학비가 세워진 두루미평화관 앞 광장에서는 이태준문학제가 매년 개최하고 있다. 철원읍 관전리에 있는 노동당사는 겉모양만 남아 있다 1946년 초 북한 땅이었을 때 철원군 노동당에서 시공하여 그 해 말에 완공한 러시아식이다. 북한이 정권강화와 주민 통제를 목적으로 건립하고 6.25전 까지 사용한 당사로서 악명을 떨치던 곳이란다. 이곳에 끌려 들어가면 시체가 되거나, 반송장이 되어 나왔다고 한다. 무자비한 살육을 저지른 곳. 나중에 만행에 사용한 실탄과 철사 줄 시체가 수없이 나왔다고 한다. 같은 민족끼리 이념적 갈등과 극단적인 증오심으로 고통과 아픔을 남겼다. 이젠 녹음이 우거진 주변에는 평화의 잠적만이 그윽하나,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이 땅에 평화가 늘 강 같이 흐르기를 기도했다. 국방이 튼튼해야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다.
고석정이 있는 주변은 절경이다. ‘임꺽정이 고석정 앞에 솟아 있는 고석바위의 큰 구멍 안에 숨어 지냈다’다고 한다. 이 바위 안에는 '성지', '도력'이라는 글이 쓰여있고, 벽면에도 ‘유명대’, ‘본읍금만’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우뚝 솟은 고석바위와 유유히 흐르는 한탄강을 바라보니 탄성이 절로 난다. 아름다운 경관에서 살아서 인지, 도적인데도 의적이라고, 고석정 경내에 조각가 이원경님은 임꺽정 인물상까지 조각해 놓아, 봄엔 어린이, 여름엔 젊은이, 가을 엔 어른들의 추억의 명소를 만들고, DMZ 평화마라톤, 겨울 철새 관광의 메카가 되었다. |
| 강승택 | 12-06-19 10:44 | |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이번 문학기행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커집니다. 비록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호국 안보의 달 6월을 맞아 여수에서 먼 길 마다않으시고 달려오신 김선생님께도 충분히 보람 있으셨던 것 같아 저또한 흐뭇합니다. | |
| | 김권섭 | 12-06-19 10:57 | | 강선생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그 많은 분들 중에 한 달 전 공주에서 만날 수 있는 기쁨도 얼마나 큼 니까 ? 살다 보면 공사간에 분망 중 이지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부족하고 조잡한 글에 대하여 첫 번째 댓글 감사 감사 드림니다. | |
| | 한동희 | 12-06-19 10:47 | | 김권섭 선생님, 여수에서 철원까지 오셔서 병영체험한 글을 올려주셨군요. 부지런하고 열성적인 분이시군요. 선생님 글을 읽으니 엊그제 그곳에 다녀온 일이 다시 생생해 집니다. 한국전쟁의 아픈 흔적들이 묻어있는 곳을 다녀오니 다시 나라사랑의 정신을 다짐해 보게 됩니다. 좋은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나오셔서 문우의 정을 쌓아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 |
| | 김권섭 | 12-06-19 11:02 | | 존경하고 경애하는 한 선생님! 원만한 인격에 포근한 인품은 부족한 제가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부족하고 미숙한 글을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시니 거듭 감사드립니다. | |
| | 윤행원 | 12-06-20 11:02 | | 김권섭 선생님 반갑습니다. 우리는 이번에는 같은 내무반 동창생입니다 그려...ㅎㅎ.. 모처럼 군대 내무반 생활을 하니 감회가 울렁거립디다...ㅋㅋ... 재능이 많은 김 선생님과 같이 다녀오니 흐뭇하고 즐거웠습니다. 글이 하도 생생해서 다시 한 번 더 갔다 온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 |
| | 김권섭 | 12-06-20 14:43 | | 존경하고 사랑하는 윤선생님! 같은 내부반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꼭 한권 씩 만 지니고 다니신 선생님의 귀한 선물 제가 받았으니 저는 철원병영체험장가서 가장 큰 보람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스페인, 일어, 영어 원어 노래를 잘 하십니까. 즐거운 시간 감사했습니다. | |
| | 임재문 | 12-06-20 12:38 | | 김권섭 선생님 ! 멀리 여수에서 큰 걸음 하셨습니다. 저는 춘천에 근무할때 수석주우러 다닌다고 한탄강이나 뒤지고 했지, 문학기행은 하지 못했는데, 선생님의 글을 읽고 병영체험과 아울러 좋은 정보 잘 읽고 갑니다. 군대생활도 많이 좋아졌지만, 감방생활하는 수형자들의 생활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울러 교도관처우도 많이 향상 된 것은 물론이구요. 한탄강에 주로 구멍뚫린 돌들이 많아서 인상적이었던 생각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 |
| | 김권섭 | 12-06-20 14:47 | | 임선생님 부족한 글 읽어 주시어 감사합니다. 철원에는 단단한 현무암이 많더군요. 고석정 내려가는 계단에도 현무암으로 계단이 되어 있더군요. 늘 카페에서 뵈니 반갑고 기쁨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 |
| | 김영월 | 12-06-20 23:22 | | 철원 심포지엄 행사에서 같은 내무반에서 옆자리 동료가 됐군요. 여수에서 달려 와 이런 행사에 참석 하게 돼 추억을 공유하니 그만한 보람도 있고 기행문도 올려 주셔 감사 합니다. 제 메일에 주소와 전화 번호 좀 남기면 이번에 나온 제 신간 '여유 있는 삶" 보내 드리겠습니다. *weol2004@naver.com | |
| | 김권섭 | 12-06-21 07:05 | |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선생님 반갑습니다. 같은 내부반 바로 옆에서 함께 생활했으니 인연이 더 깊은 것 같습니다. '一日之狗 不知畏虎'라고, 김선생님을 비롯 훌륭한 작가님들이 많은데 無嚴하게 철원병영체험기 올려 부끄럽습니다. '여유 있는 삶' 잘 받았습니다(27일).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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