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이락(烏飛李落)도 이런 오비이락이 따로 없다. 다시말해 까마귀 날자 배떨어지는 식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모양새이다. 오비이락이란 것은 까마귀가 배밭에 잠시 있었다는 이유로 갖은 욕을 다 먹는다는 말인데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건에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오해를 받는 경우를 일컫는 속담이다. 하지만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까마귀가 욕을 먹기 딱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부러 짜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니면 까마귀가 날기를 기다렸다가 일부러 배를 떨어뜨려 먹은 뒤 그 잘못을 모두 까마귀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꼼수같기도 하다. 일본이 워낙 이런 수에 능하기 때문에 한국 외교가 말려든 것같기도 하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2023년 3월 28일 일본 초등학생들이 내년부터 사용할 교과서가 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바로 이 교과서에 독도에 대해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이 명기된 것이다. 지난해 고등학교 교과서에 일본군 종군 위안부와 조선인 강제 연행 등 표현이 사라지고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이 강화됐다. 그런 움직임이 이번에 더욱 확대 시행된 것이다.일본의 교과서 왜곡이 이번에는 초등학교 교과서로 확대된 것이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격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제 일본이 온 국민을 상대로 독도의 자국화와 관련된 세뇌를 시키겠다는 의미가 깊숙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릴때부터 일본 아이들에게 독도는 일본의 땅이다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줘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당연히 자국의 영토로 삼아야 한다는 의식을 강요하는 절차이다.또한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독도를 찾아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들은 교과서에 실리면 모든 것이 진리인양 알고 살아간다. 어릴때 머리속에 박힌 생각이 나이가 들어서도 바뀔 수 없는 것이 바로 조기 교육의 무서움이다. 일본은 철저하게 조기교육때부터 독도를 일본의 땅이라고 머리속에 못을 박아 놓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본은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자신들은 독도가 자신들의 영토임을 분명히 하고 그런 의식의 기본에 바로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이어 또다른 이웃나라의 만행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통탄스런 상황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한국의 대통령이 일본을 다녀간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이런 만행을 저지르냐는 것이다. 일본 탓 할 것이 아니다. 일본은 이미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꼼수를 준비하다 이번 한일회담을 최대의 기회로 삼아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에 와서 통 큰 양보를 했고 그 가운데 독도문제도 포함됐다고 판단한 뒤 기세 등등하게 이번에 교과서를 주저없이 통과시킨 것이다.
예전의 경우 일본의 교과서에 과거사와 독도문제 등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면 교과서가 통과되기 전에 난리를 쳤다. 한국 정부 관계자가 나서서 최대의 강한 톤으로 항의 표시를 하고 한국 언론들도 연일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그냥 가만히 있다가 당한 모양새이다. 일본은 치밀하게 그 날짜를 계산하고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한국 정부는 그냥 무시했거나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찾아가는데 설마 그때를 기해 독도가 언급된 초등학교 교과서를 통과시킬까 판단한 듯 하다. 하지만 일본의 꼼수는 그런 한국 외교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 바로 이런 만행을 터뜨린 것이다.
한국 정부는 뒤늦게 주한 일본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늦어도 아주 늦은 것이다. 지금 한국에는 일본대사가 없다. 이런 상황을 예상한 것인지 일본으로 가버렸다. 그래서 대사가 아닌 대사대리가 그냥 왔다. 형식적인 모양새로 말이다.이제 독도는 일본 땅이다라는 뚜렷한 글자가 새겨진 일본 교과서는 일본 전국에 뿌려질 것이고 일본 국민들은 일본 총리 기시다가 뭔가 모종의 책략을 펼쳐 획득한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독도문제가 국제 쟁점화되기를 노리고 있다. 그 밑바닥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일본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기록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나라 국민들이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밀고 나가 국제사회에서 분쟁지역으로 쟁점화하겠다는 전략아니겠는가.
일본의 노림수에 한국 외교는 들러리를 선 격이 되고 말았다. 한일 회담이 열린 뒤 펼쳐지는 일련의 흐름은 바로 일본이 오래전부터 철저하게 뿌려놓은 밑밥에 그냥 말려든 그런 모습이 되고 있다. 별다른 소리도 못하고 그냥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이 하는대로 내버려 두는 형국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대책이라도 있는가. 일본 대사대리를 불러 형식적인 모양새를 보이면 끝인가. 그동안 힘들여 버티던 독도와 과거사 문제 등을 이렇게 끝내버리고 마는 것인가. 일본 외교에 밀려도 이렇게 밀릴 수가 없다. 그런 적 없다고... 말만 아니라고 하면 끝인가.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스럽기 그지 없다.
2023년 3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