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지하게 좋다.
하늘은 파랗고 햇볕은 쨍쨍하고...모래알까지 반짝하는진 잘 모르겄다.
오늘만은 도헹이 유치원 데려다주고 나서 기필코 두눈 꼭 감고 자리라~~~도헹이 데리러 갈때 까정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라~~~그렇게도 다짐했건만....
이 아까운 혼자만의 시간에 어찌 잘 수 있으리오~~~~
수면 부족으로 인하여 눈색깔은 누리끼리~~~눈꼽꺼정 끼고...그랴도...난 오늘 출근했다. 여기로~~~
하숙생의 미운털이 조금씩 늘어 나고 있지만 하숙비 받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미운털을 미워하기 보다는 미운털을 뽑아 주는 쪽으로-아주 아프게-맘을 굳혔다.
근데
어젯밤...
12시가 다 되어 갈무렵 삘릴리~울리는 핸폰!
='나 하숙생인데 **옻닭집에 있으니까 좀 데리러 올래? 낼 아침에 수영장 갈려면 차가 있어야 되거등...'
='흥--이 밤에?' 이 미모로 이 밤에 혼자서 외출? 안될 말쌈이지...그랸디이이이이
='택시비 별도로 하고 수고비로 세종대왕님. 어때?
뭐시라고라? 수고비를 준다고라고라?
갑자기 목소리 바뀌며
='음--그럼 함 생각해 보고..'머리속으로 열심히 **옻닭집까지의 택시빌 계산하고 있음.
='못나오겠냐? 그럼 대리운전할까? 한 2만원 돌라 할텐데..아님,내일 수영장 빵구내고 택시타고 출근할까'
아니아니 무슨 말쌈!이 아이에무에푸에푸 시대에~~~글구, 수영장은 공짜로 다니냐?....그랴도 내키지 않는다는듯..
='도헹이도 자기는 한데...그런데......음...진짜 줄거지?세종대왕?'
='야! 내가 운전석 위에 지금 얹어 놓는다.그렇게도 못믿냐?'
비열한 하숙생...내 약점을 어떻게 그렇게 칼같이 알고..ㅎㅎㅎㅎ
='그럼...잠도 안오는데(사실 무지 잠이 쏟아졌음)함 나가볼까'
='그래주면 고맙지.'
='그래 그럼. 갈께. 운전석 위에 세종대왕님 모셔놔.'
에긍...
그랴서 그 12시가 다된 시간에 눈 뻘겋게 해가지고 쭐래쭐래 나가서 택시타고 하숙생을 모시고 왔쥐~~
아~~~만원 벌기 힘들다. 세상 살기가 이렇게 힘들어서리...
어제의 피곤을 이유로 늘 챙겨주던 하숙생 아침도 슬그머니 그냥 넘어 갔다.참고로 하숙생의 아침은 우유에 탄 12가지 곡식을 갈은 선식(간단히 말해서 미숫가루 ㅎㅎ)임당.배고픈걸 무지 못참는 하숙생이 은근히 눈칠 줬지만 모른척하고 그냥 이불 뒤집어 썼다. 꼬우면 하숙집 바꿔!ㅎㅎㅎㅎ
오늘 저녁은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작정이다. 도헹이도 어디 아무데나 휘익 던져 놓고 가을을 함 둘러 볼까 한다. 깜깜한 밤중에 뭔 가을이 보이겠냐 만은 그랴도 하숙집을 벗어 난다는데 큰의미를 두고...
사실은 공짜로 굴러들어온 음악횔 갈 예정임당. 제목이 '음악이 있는 가을-가을속의 음악산책'이라나... 쥑임당!
7세이하의 어린이는 입장을 금한다고 써 있어서 도헹인 아무데나 던져둘 예정이구요...표가 한 장 더 있어서 누굴 데려 갈지 고민중이예요...누구 같이 가실분~~~참고로 여긴 대구임당.하숙생은 분명히 큰소리로 코 골면서 잘꺼기 땜시롱(잠꼬대 안하면 다행) 제일 먼저 제외시켰슴당.
정말 오랜만에 가는 음악회라서 긴장된다. 청바지 입고 가면 싫어할텐데 뭘 입고 가야하나...구두도 신어야 되나? 운동화 신고 가면 왕따 당할까...에구.........모르겄다. 기냥 하던대로 입던대로 운동화신고 잠바입고 가야겄다. 교양없는 아줌마라고 다들 욕할라나...
간만에 가는 음악회땜에 공연히 들뜨고 ㅎㅎㅎㅎ
하숙집도 하숙생도 도헹이도 모두모두 잊고 음악에 흠뻑 취했다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