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가 깃든 삶] 새봄
겨우내 외로웠지요
새 봄이 와 풀과 말하고
새순과 얘기하면 외로움이란 없다고
그래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
모두 다 형제라고
형제보다 더 높은
어른이라고
그리 생각하게 되었지요
마음 편해졌어요
축복처럼
새가 머리 위에서 노래합니다
―김지하(1941∼2022)
김지하 시인의 새봄 시리즈 중 하나다. 이 시는 외로움으로 시작해서 편안함을 거쳐 축복으로 끝이 난다. 우리 인생이 가장 가고 싶은 노선이다. 어느 삶이 외롭지 않을까. 본질적으로 사람은 외롭고도 외롭다. 그래서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을 찾아 세상을 헤매기도 하고, 남의 눈치를 보며 자신을 꼬깃꼬깃 접어두기도 한다. 세상은 크고 우리 몸은 그보다 훨씬 작은데도, 마치 이 세상에는 나의 두 발을 쭉 펼 자리가 없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여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하면서 한 세월이 흘러갈까 무섭다.
부정적인 생각은 원래 부정적인 한 방향으로만 향하는데, 이런 시를 읽으면 강물의 흐름이 바뀌듯 생각의 방향이 변한다. 세상에 내 곁이 없다 싶다가도 ‘그래 봄이지,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 다 나의 형제고 나를 도와주지’ 이런 생각이 시작되면 눈물나게 고맙다. 마음이 힘들어 삶도 힘들다고 연락한 친구가 있다. 그 어린 친구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좋겠다. 어떤 삶도 외로움으로 시작해 고통을 거쳐 절망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내 삶은, 남의 삶은, 당신의 삶은 소중하다.
✵김지하(1941-2022) 시인은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났다. ‘토지’를 저술한 소설가 박경리의 사위이다. 목포중학교 2학년에 다니던 1954년 아버지를 따라 원주로 이주 원주중학교 졸업, 서울의 중동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재학 중에 4·19혁명과 5·16 군사 정변을 겪었고, 6·3사태 등을 접하면서 그는 학생운동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박정희 정권의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운동에 가담, 유신 독재에 저항하여 투옥됐다. 1980년부터는 동서양의 철학과 한국의 전통 사상을 아우르는 '생명 사상'을 제창하였다. 1970년 정치인과 재벌, 관계의 부패와 비리를 질타한 오적(五賊)을 발표하여 반공법 위반으로 체포·투옥되었다가 풀려났다. 1974년 4월 민청학련 사건의 연루자로 지목 체포되고 긴급조치 4호 위반혐의로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 그 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가 1975년 2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다. 인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 1980년 12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다.
1969년 시 황톳길을 발표하여 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하였다. 필명은 '지하'(地下)였는데, 이것이 굳어져 이름처럼 사용되면서 이름을 지하(芝河)라 하게 되었다. 시집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시삼백』 등이 있고 회고록 『흰 그늘의 길』과 저서 『김지하 사상전집』이 있다.
✺詩 '오적五賊'으로 잘 알려진 故 김지하 시인의 동양화... 마지막 수작들
https://cafe.daum.net/201s/AYJ5/6867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동아일보 2025년 03월 15일(토), 〈詩가 깃든 삶, 나민애(문학평론가)〉》, 《Daum, Naver 지식백과》/ 사진: 이영일 ∙ 고앵자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