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 크리테오 세드릭 반더빈트 총괄 부사장
구글·페이스북 등 IT공룡들
`폐쇄형 플랫폼` 점유율 늘려
데이터 투명성·선택권 줄어
오픈인터넷 사용시간 대비
광고 지출비중 아직은 낮아
상업화 촉진하면 성장 기회
매출 최대 15%까지 R&D 투자
데이터기반 마케팅 제3의길 제시
"구글·페이스북·아마존 같은 거대 IT 공룡들의 '폐쇄형 플랫폼'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데이터의 투명성과 선택권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오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면 더 많은 개별 사업자와 브랜드가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해 대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이사할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 관련 사이트를 많이 방문했다면 어느새 인터넷 브라우저 한쪽에 떠 있는 부동산 분양광고를 발견하게 되는 식이다. 이제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는 더욱 정교하게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기 위한 솔루션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세계적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인 크리테오의 세드릭 반더빈트 총괄 부사장은 최근 매일경제 비즈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광고업계는 여러 급진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데,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광고 시스템이 유지돼야 한다"며 "오픈 인터넷 기반 시장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이용 가능한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을 펼칠 수 있어야만 공정한 시장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 인터넷이란 누구나 접속할 수 있도록 평등하게 제공되는 인터넷 서비스를 말한다. 특정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 중 사업자가 허용한 것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폐쇄형 네트워크'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른바 '담장이 쳐진 정원(walled garden)'으로 불리는 폐쇄형 전략을 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다른 기업들이 자사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점점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더빈트 부사장은 "오픈 인터넷은 사용자들이 온라인에서 머무는 시간 중 50%를 차지하는데도 광고 지출 비중은 약 30%에 불과하다"며 "상업화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성장 기회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픈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하면 브랜드와 소매업자는 자사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을 수 있고, 이 영역을 선도하는 것이 바로 크리테오의 전략"이라고 했다.
크리테오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인터넷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2005년 프랑스 파리에서 벤처로 시작해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났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크리테오는 이른바 애드테크(Ad―Tech·IT를 적용한 광고) 시장에서 세계 1위 업체로 꼽힌다. 2013년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고객사 약 2만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약 2조7000억원에 달한다.
반더빈트 부사장은 "소비자와의 관계는 2년 전만 해도 사소한 고려 사항에 불과했지만 어느덧 전략적 논의의 핵심이 됐다"며 "업계에서도 가장 소중한 자산인 소비자와의 관계를 그냥 폐쇄형 플랫폼에 내어줄 수는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제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사업자가 필요하게 됐다"면서 "오픈 인터넷 기반인 크리테오는 스스로 미래와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 제3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테오만의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인가.
▷크리테오는 몇 가지 확실한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다. '크리테오 쇼퍼 그래프'는 45억개 이상의 제품에 대해 20억명에 달하는 액티브 쇼퍼 데이터를 분석·활용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와 강력한 AI 예측 기술을 활용해 매일 수백만 건의 입찰이 이뤄지고 초당 약 4만건의 광고를 게재할 수 있다. 고객인 광고주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마케팅 캠페인을 직접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차별화된 '셀프 서비스 플랫폼'도 제공한다. 크리테오 다이렉트 비더 광고주와 매체를 직접 연결하는 솔루션인 '다이렉트 비더'도 제공하는데, 수수료 같은 간접비용이나 불투명한 비딩 메커니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셀프 서비스는 어떤 솔루션인가.
▷셀프 서비스는 고객에게 마케팅의 자율성을 부여해주는 강력한 툴이다. 고객은 플랫폼상에서 광고 캠페인을 개발·론칭하고 관리할 수 있다. 예산 정보를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플랫폼에서 고객에게 더 많은 통제 권한을 부여하고자 한다. 디지털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은 마케터라면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아 익숙해진 후라면 중간 관리자가 없을 때 소비자 최적화가 더욱 역동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곧 알게 될 것이다.
―한국 디지털 마케팅 시장의 특성은 무엇인가.
▷멀티 채널과 세분화(fragmentation)가 대표적 특징이다.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구글·아마존·페이스북 같은 거대 IT 기업의 점유율이 낮고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기업들이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한국 마케터들은 구글과 페이스북 외에도 여러 채널들을 활용해야 한다. 게다가 일부 한국 사이트들 또한 폐쇄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마케터들은 실제 성과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고 캠페인을 최적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채널 세분화에 따라 통합 미디어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해졌지만 아직은 마케터들에게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광고 효율성 측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실제 광고를 소비하는 사용자와 마케터 모두에게 오픈 인터넷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AI 기술 경쟁력 확보의 비결이 있다면.
▷크리테오는 트래픽 유입비용(TAC)을 제외한 매출의 10~1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2018년 6월 프랑스 파리에 설립한 크리테오 AI연구소는 컴퓨팅(computational) 광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연구소는 기술과 신제품 연구는 물론 학술적 기여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크리테오 전문가와 외부 전문가들 모두에게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특강과 오픈소스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머신러닝 등 첨단기술을 도입하면 광고 성과가 확실히 개선되는가.
▷광고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매출 성장을 기준으로 잡을 경우 광고비용 회수율(ROAS) 13배를 달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광고주가 광고에 1달러를 지출할 때 13달러를 더 벌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수치를 기록한 걸 고려하면 그만큼 정교한 계산과 분석, 개인화 프로세스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