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기 주소를 클릭하면 조선일보 링크되어 화면을 살짝 올리면 상단 오른쪽에 마이크 표시가 있는데 클릭하면 음성으로 읽어줍니다.
읽어주는 칼럼은 별도 재생기가 있습니다.
‘주역’은 64괘(卦)가 있고 각 괘에는 6효(爻)가 있다. 이 여섯 효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데 맨 아래는 신진 세력, 그다음은 중간 간부, 세 번째는 대신이다. 대신이란 조선에서는 판서, 오늘날 기업에서는 부장쯤 된다. 네 번째는 재상이나 전무가 해당하고 다섯 번째가 바로 임금 혹은 대표이사에 해당하며 맨 위 여섯 번째는 상왕(上王) 혹은 회장이 해당한다.
64괘 중에서 건괘(乾卦)는 임금의 도리를 단계적으로 풀어낸 것이고 곤괘(坤卦)는 신하의 도리를 풀어낸 것이다. 나머지 62괘도 모두 군신(君臣) 간에 일어날 수 있는 62가지 상황을 제시하고 상황별로 각각 여섯 가지 행동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상왕에 해당하는 건괘의 맨 위에 있는 양효에 대해 주공(周公)은 “항룡유회(亢龍有悔)”라고 말을 달았다. “가장 높이 올라간 용은 후회할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계의 뜻인데 이를 공자는 좀 더 상세하게 풀어낸다.
“신분이 귀한데도 그에 맞는 자리가 없고 임금보다 높은데도 다스릴 백성이 없으며 뛰어난 신하들이 아랫자리에 있는데도 아무런 보필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움직이게 되면 뉘우침이 있게 되는 것이다[動而有悔].”
다산 정약용은 항룡이 “움직이게 되는 이유”에 대해 “항룡은 교만하고 스스로 잘난 척해[自亢] 조금도 자신을 낮추지 않는다. 그래서 따르는 백성이 없는 것이고 보좌하는 신하가 없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항룡이란 전직 대통령들을 가리킨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을 했느니 안 했느니 논란이 뜨겁다. ‘주역’에서 ‘움직이면 뉘우칠 일이 있게 된다[動而有悔]’고 할 때의 움직임이란 이런 처신을 말한 것이다.
이제 뉘우칠 일만 남은 것인가? 이미 군위(君位)에 있을 때 명군(明君)보다는 암군(暗君)에 가까웠던 전직이라 항룡유회에 담긴 경계를 지킬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