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과 계란후라이
기고만장하든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궤되던 1990대초의 혼란과 IMF의 극약처방에 국가 부도의 벼랑 속을
허우적대던 그 시절에도 동가식(東家食) 서가숙(西家宿)하던 일상은 여전했다
"닝니쿠 쿠사이 (마늘 냄새지겨워)"라는 조셍진 멸시가 여전한 일본 주택가를 서성댄다. 어느 고을이나 다름없이
거무틱틱 한 목재 주택에서 스며 나온는 미소시루(일본 된장국)냄새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배어 있고 야릇한 냄과 ㄱ
새를 풍기지만 그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일본인들은 마늘냄새를 아는지 모르는지 조선사람만 보면 냄새난다고 쫑알대면서 막상 한국인이 하는
마늘 냄새 진동하는 야끼니쿠(불고기)나 카루비(소갈비)는 턱없이 좋아하니 말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청국장에서 풍
기는 야릇한 냄새때문에 많은 식당들이 이 청국장 메뉴를 꺼리지만 일본인들은 건강식 "낫도(청국장)"도 좋아하고 젊
은 이들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
시답잖은 잡담늘어 놓다가 뜬금없이 자조적인 우스갯 소리에 모두가 주름 펴며 파안 대소하며 깔깔대는 지금이다.
엊그제 젊은 패기에 빗대어 젊었을 때에는 "네 비록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하며 야망을 펴 볼듯 소란 피
우다가 경제활동에서 밀려난 어느 순간 계전에 오동 잎 뒹구는 시절에 닥치자 "네 비록 뜻은 창대하나 끝은 돌고 돌아
청국장 한 그릇이로구나"~하며 웃어댔다
강남역 군처 동문회관이나 목동 아파트단지 주변에서 마늘 양념 냄새 짙은 청국장 식당을 찾다 못해 가산디지털역
한식집에서 둘러 앉아 노닥거리는 대화가 그랬다. 미미한 시작은 희망의 서곡이요 절망의 순간은 구린 냄새풍기는 청
국장이 고작이기에 해 본 넉두리였다.
때는 바로 쌜러리맨들이 몰려드는 점심시간이지만 식당주인의 배려로 한쪽 구석에 자리 잡았다. 둘러 보지만 거의
태반이 돼지고기 두루치기나 비빔밥이다. 무슨 죄인이나 되는 듯 종업원에게 청국장이 되느냐고 물었다. 잠간 기다리
라더니라 흔쾌히 주문을 받는다.
원래는 냄비에 끓이는 직석 청국장인데 이 날은 1인분씩 뚝베기에 담아 내 온다.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청국장이라
아마 밖에서 끓여 들여 온 듯하다.
아무러면 어떠랴. 걸쭉하게 그리고 두둑하게 끓여 낸 뚝배기가 고맙기만하다.
우리가 반 정도 식사하자 만석으로 붐비던 홀이 반 이상 텅 빈다. 느닷없이 식당 주인이 계란후라이(계란 반숙)를 내
온다.
"어르신들 점심 식사하기 힘드시지요? 맘쓰지 마세요. 언제든지 차려 올릴께요" 모두 말없이 계란후라이를 집어 들어
먹었다.
아무델 가나 돈주면 사 먹을 수있는 계란 후라이였고 내 집에서도 귀한 줄 모르고 무심히 먹어 온 계란 후라이인데도
이 날 계란 후라이만은 수월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나만 그런줄 알았더니 함께한 친구 모두가 그랬다고 한다.
식당 주인이 미소지으며 쟁반에 바쳐들고 내온 써비스계란후라이가 공짜라서 그랬을까?
- 글 / 日 光 -
첫댓글 저도 여기 가보고 싶어요 주인장 정말 훌륭한 분이십니다 최고! 👍
인심 후하고 마음 따스하신 식당 주인 최고👍 저도 가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