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방 안에 푸른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푸른색 의자에 앉아 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책 표지도 푸른색이고 벽에 걸린 그림 속 성모도 푸른 옷을 입었다. 커다란 창을 통해 강렬한 햇빛이 쏟아지는데도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뜨개질에만 집중하고 있다.
덴마크 최북단의 스카겐(Skagen) 어촌 마을.
앙케르 하우스(The Ancher House) 그녀의 사후인 1967년에 부부가 거주하던 저택을 기념 미술관으로 개관.
앙케르 하우스(The Ancher House) Aart Museum Interior.
아나 안셰르(Anna Ancher, 1859-1935, 안나 앙케라고도 부름)가 그린 ‘푸른 방의 햇빛(Sunlight im the Blue Room)’(1891년·사진)은 이렇게 온통 푸른색으로 가득하다. 안셰르는 덴마크 최북단의 어촌 마을 스카겐(Skagen) 출신으로, 당대 가장 혁신적인 화가로 손꼽힌다. 그림 속 방은 그녀의 어머니가 실제로 쓰던 방이고, 아이는 당시 여덟 살이던 딸 헬가다. 1870년대부터 스카겐은 북유럽 화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예술공동체를 이뤘는데, 이들을 ‘스카겐 화파(Skagen 畵派)’라고 부른다. 이들이 머물던 스카겐의 유일한 호텔이 바로 안셰르의 집이었다.
Anna Ancher의 ‘파란 방에 비친 햇살(Sunlight im the Blue Room)’은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이 그림은 파란색을 주된 색조로 사용하면서도,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오며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방 안의 벽과 가구는 차분한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파란색은 보통 평온함과 고요함을 상징하며, 방 안의 정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은 그림의 중요한 요소이다. 햇살이 벽과 가구에 반사되어 자연스러운 음영을 만들어내며, 파란색 배경과의 대비로 빛의 따뜻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는 공간에 생동감을 주며, 현실감을 더한다. 그림 속 방 안은 조용하고 개인적인 공간으로 보인다. 방 안에 있는 사물들은 단정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인간의 부재가 더 깊은 고독감과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안셰르의 엄마는 남편과 함께 호텔을 운영하면서 여섯 자녀를 낳아 길렀는데, 유독 막내인 안셰르에게 헌신적이었다. 여성은 정규 미술교육을 받는 것도, 화가가 되는 것도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미술에 재능 있는 딸을 사설 미술학교는 물론이고 파리 유학도 보내줬다. 딸이 동료 화가 미샤엘 안셰르와 결혼해 출산한 뒤에는 딸의 작업 시간 확보를 위해 가족 식사를 호텔에서 하게 하고 손녀 육아도 도맡았다. 그런 엄마의 헌신 덕에 안셰르는 결혼 후에도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다. 그림 속 헬가(Helga)는 할머니에게 배운 뜨개질에 푹 빠져 있는 듯하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화가 엄마는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 화폭에 담았다. 평범한 일상의 장면인데도 다양한 파란색의 변주가 매혹적이다.
강한 햇살이 비치는 창밖은 이 아이가 나아갈 세상에 대한 암시일 테다. 벽에 걸린 그림 속 성모(聖母)의 몸이 아이를 향한 건, 딸을 지켜주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일 테고. 헬가는 자라 덴마크 코펜하겐의 최고의 빌헬름 킨(Vilhelm Kyhn) 미술대학에 진학했고 엄마를 이어 화가가 됐다. 할머니와 엄마의 사랑과 헌신 덕분이었다.
✺ 아나 안셰르(Anna Anche, 1859-1935)의 작품세계.
Anna Ancher, '오렌지 우산을 쓴 정원의 소녀(Young Girl in a Garden with Orange Umbrella)', 1915.
Anna Ancher, ‘등불, 꽃과 침묵(Lamplight, Flowers and Silence Young Girl)’.
Anna Ancher, ‘어머니의 초상(Portrait of mother)’.
Anna Ancher, ‘화가의 딸, 헬가, 바느질’, 1890.
Anna Ancher, ‘엘린 다니엘슨의 어머니’, 1893, 95×57cm.
Anna Ancher, ‘붉은 양귀비가있는 인테리어’/
Anna Ancher, ‘부엌의 하인(The Maid in the Kitchen)', 1883-1886, 캔버스에 유채, 68.5×87.7cm.
Anna Ancher, ‘수확기’, 워싱턴 국립 여성 미술관./
Anna Ancher, ‘하늘색 커튼과 블루 클레 마티스가 있는 별장’, 1913.
Anna Ancher, ‘바느질을 배우는 두 소녀’./
Anna Ancher, 천연두 예방접종(A Vaccinaton), 1899년, 캔버스에 유채, 덴마크 스카겐미술관.
Anna Ancher, ‘비탄 또는 슬픔(Grief)’, ‘1902, 유화, 74x87cm, 스카겐미술관.
Anna Ancher, ‘비탄 또는 슬픔(Grief)’, ‘1902, 유화, 74x87cm, 스카겐미술관.
남편 마이클 앙커 (Michael Ancher) 가 그린 아내 ‘안나 안셰르와 딸 헬가(Anna Ancher with Helga in the Gardenby Michael Ancher)’, 1985.
남편 마이클 엥커(Michael Ancher)가 그린 ‘아나 안셰르(Anna Anche)’, 히르슈스프룽 컬렉션 소장.
‘아나 안셰르(Anna Ancher)’를 그리는 남편 미카엘 앙케(Michael Ancher, 1827-1880)(1883).
페데르 세버린 크뢰이어(Peder severin krøyer, 1851-1909), ‘스카겐의 여름 날 저녁(Summer Evening at Skagen)’, 1899, 캔버스에 유채, 덴마크 스카게미술관.
위 그림의 모델로서 왼쪽에 있는 여성은 아나 안셰르(Anna Ancher), 오른쪽의 여성은 화가의 부인 마리 크뢰이어(Marie Kroyer)이다. 두 여성은 교수 세버린에게 제자인 셈인데 아나 안셰르는 나중에 화가로도 화가의 부인으로도 성공적인 삶을 누린다.
덴마크국립은행(The National Bank of Denmark) 화폐, 덴마크의 화가 부부인 안나 아셰르(Anna Ancher, 1859~1931)와 미카엘 앙케(Michael Ancher, 1827-1880)의 초상.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동아일보 2025년 03월 20일(목)〈이은화의 미술시간〉, Daum·Naver 지식백과/ 글: 이영일∙고앵자 yil2078@hanmail.net]